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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美-이란 전쟁] 유가 100달러의 순간들(하·끝) "겪어본적 없는 위기 온...

삼성전자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습니까. 과거에는 반도체와 철강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모든 것이 움직였는데, 갑자기 청정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망한다는 이데올로기를...

[美-이란 전쟁] 유가 100달러의 순간들(하·끝) "겪어본적 없는 위기 온...

(인터뷰) 최승신 C2S 대표…미·이란 전쟁 후 에너지 정책 전망은?

“에너지 담론, 공공 시선서 벗어나 다양한 목소리 담는 채널 필요”

최승신 C2S 대표.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다시 한 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한국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에너지 분야 컨설팅 기업 C2S 최승신 대표<사진>는 이번 사태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위기의 시작”으로 진단하면서, 한국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 전환을 촉구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울산 석유화학단지 가동 중단, 헬륨 부족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 등 기간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지는 최 대표를 만나 이번 에너지 위기의 본질과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다시 찾아습니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해외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한결같이 이번 전쟁의 본질은 ‘스톡(재고)이 아니라 플로우(흐름)’라고 이야기합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시에는 중동 흐름이 건재했어요. 러시아 제재와 천연가스 재고 부족이 탄화수소 가격을 연쇄적으로 올렸지만, 중동과 미국 LNG의 안정적인 흐름이 재고 부족을 완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습니다. 배가 들어갈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습니다. 걸프국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면 육상 저장고로 보내고 타이밍에 맞게 유조선과 LNG선이 항만에 도착해 저장된 연료를 싣고 나갑니다. 하지만 이 흐름에 문제가 생겨 저장고가 꽉 차면(탱크탑) 생산 자체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금은 생산을 최소화하지만 만약 멈춘다면 정상화에 몇 달이 걸립니다. 이는 호르무즈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걸 의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난다고 선언해서 유가가 잠깐 내려갔지만, 정치적 선언이 걸프국의 생산 시설을 하루 아침에 원상복귀시킬 수는 없습니다. 꽉 찬 저장고 용량이 트럼프 말 한마디에 늘어나지 않고, 호르무즈에 갇힌 선박이 갑자기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흐름에 문제가 있는 한, 빠른 시간 내에 재개된다는 보장이 없으면 플랜B 수립은 불가피 합니다.

전략비축유도 대안이 못 됩니다. IEA가 동시 방출을 제안했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방출 규모는 하루 120만 배럴 정도였습니다. 이번 걸프국의 생산 감축분만 하루 620만 배럴에 달합니다. 호르무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물량까지 포함하면 총 공급 부족량이 하루 1,400만 배럴입니다. 때문에 전략비축유로는 부족한 흐름을 메꿀 수 없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세계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이미 농업에 필수적인 비료와 디젤가격이 폭등하고 있고, 제트유와 선박유 수급 악화로 운송이 마비 직전입니다. 흐름 중단이 장기화되면 울산 석유화학단지와, 반도체 공장이 중동에서 끊긴 헬륨 부족으로 멈추면서 기간산업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기요금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제침체를 야기할 것입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에너지 정책 방향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중동의 석유·가스 흐름이 끊긴 건 유정의 고갈, 이른바 '피크 석유' 문제가 아닙니다. 전형적인 지정학적 문제입니다. 한 달 뒤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이전처럼 평화롭게 유조선이 오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미사일을 쏘지 않더라도 드론 하나 날리면 됩니다. 향후 중동의 미세한 지정학적 변화에도 에너지 흐름이 멈출 수 있다는 걸 세계가 알게 됐습니다. 호르무즈와 홍해가 이젠 언제든지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제 세계는 에너지 믹스 결정에 반드시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달러·유로·위안·엔 등을 분산하는 통화 바스켓처럼 에너지도 중동산을 줄이면서 미국산과 비(非)중동산을 늘리며, 다양한 수급 채널 구축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친환경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2021년 유럽발 에너지 위기로 한 차례 논쟁이 있었고, AI 붐으로 사람들은 재생에너지 전력공급 흐름이 한 순간에 끊기는 ‘간헐성’이 데이터센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사람들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들을 연료와 원료로 사용해 만드는 암모니아, 요소(비료), 헬륨(반도체), 황(우라늄 추출), 알루미늄(산업용 금속)의 흐름도 멈출 수 있습니다. 세계 2위 비료, 헬륨 생산국이 카타르입니다. 헬륨에 문제가 생기면 반도체가 멈춥니다. 태양광과 풍력이 헬륨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현실적으로 국가 믹스의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겁니다.”

최승신 C2S 대표.

▶한국의 근본적인 에너지 체질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합니까.

대니얼 예긴은 2025년 포린폴리시에서 ‘에너지 추가(Energy Addition)’를 이야기했습니다. 에너지 전환에도 친환경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까지 늘었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안보를 튼튼하게 하지도 못했고, 필요할 때 에너지를 공급하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재생 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세계는 대규모 출력제어, 스페인 대정전 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리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은 연료 부족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전쟁이 끝나면 장기계약에서 중동산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산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미국의 에너지 지배 전략은 단순히 미국에서 화석연료를 사오는 것만이 아니라 미국의 에너지 안보 우산에 편입될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미국의 에너지 지배전략에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중국이 밸류체인을 장악한)재생에너지 확대로 중국 에너지 지배를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입 다변화보다 더 좋은 것은 국내 에너지 개발입니다. 대왕고래나 제7광구와 같이 우리가 시도했다가 접었던 것들을 다시 봐야 합니다. 이제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 주권, 즉 자립문제로 진화할 것입니다. 우라늄 전환이나 농축 인프라, 국내 석유·가스 처리 시설도 에너지 자립에 필요합니다. 에너지 전쟁의 양상이 이제 연료에서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최근 말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연료를 수급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진정한 지산지소입니다. 에너지 자립도가 올라가야 수입선 다변화에서도 이를 레버리지로 이용해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우리 에너지 구조에서 탈화석연료가 근본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되겠습니까.(웃음) 당장 정부가 전력이 비싸질 것 같으니 원전과 석탄 가동률을 높이려는 것 아닙니까.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과 석탄에 기대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글로벌 위기 때도 많은 국가가 원전과 석탄에 기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난해 독일과 미국의 석탄발전이 두 자릿수로 증가했습니다. 미국은 AI 붐에 따른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가스발전을 늘리고 싶어도 가스터빈 대기 시간이 5~7년 걸립니다. 거기다 건설비까지 엄청나게 비싸지고 있죠.

가스 르네상스가 온다고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 EIA 자료를 보면 2025년 기준 mmbtu당 석탄 2.43달러, 가스 4.28달러입니다. 더 싼 석탄이 옆에 있는데 굳이 비싼 걸 쓰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80GW 넘게 신규 석탄발전을 건설했고, 독일 정부도 석탄발전 폐지를 유예했습니다. 미국, 독일,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까지 거의 모든 나라가 석탄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일본도 놓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만 탈석탄을 외치고 있습니다. 왜 이 나라들이 석탄을 포기하지 않는지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 에너지 정책에 제언을 한다면.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것이 에너지는 산업의 연료와 원료라는 점입니다. 에너지만으로 세계 강국이 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익을 내서 소득과 부를 향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에너지 흐름은 본질적으로 보조적인 성격을 띱니다. 그런데 에너지 전환을 한다고 하며 에너지를 우선으로 내세우고, 산업을 뒤로 미뤘죠. 삼성전자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 있습니까. 과거에는 반도체와 철강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모든 것이 움직였는데, 갑자기 청정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망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주입해서 끌고 갔습니다.

기후 의제를 메인으로 밀려던 유럽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는 석탄이 메인입니다. 에너지 위기와 전쟁으로 얻은 교훈은, 에너지원이 무엇이든 불안정하거나 비싸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제를 무너뜨린다는 겁니다.

때문에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에너지 담론의 형성입니다. 현재 에너지 정책 형성 과정은 1950~1970년대의 계획경제 패러다임에서 변한 게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SK이노베이션E&S의 매출이 90조원이고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관장하는데, 정책 결정 주체는 여전히 정치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 공적 싱크탱크뿐입니다. 민간 섹터가 아예 없습니다. 일본은 경산성에서 에너지 위기 때 미쓰비시를 비롯한 민간섹터가 정책수립을 지원했고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민간의 이야기를 듣나요. 업자 취급하지요.

국가 에너지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독립적 싱크탱크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채널이 있어야 합니다. 유럽도 에너지 위기에서 민간 중심의 앤트워프 선언이 벌써 두 번이나 나왔고, 그들의 제안이 에너지 정책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에너지 담론은 기사를 만드는 언론과 포럼 등 다양한 채널에서도 형성돼야 합니다. 공공 섹터에 치중된 담론 형성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현실, 이제는 이것을 지적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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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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