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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美 시청률 측정 기준 바꿨더니 TV 시청 증가

실시간 시청의 매력은 AI와 스트리밍 시대에도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K-콘텐츠를 FAST 채널에 유통하려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방송 산업과 콘텐츠 업계도 이 변화 흐름을...

美 시청률 측정 기준 바꿨더니 TV 시청 증가

출처: 픽사베이

[PD저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TV를 밀어냈다는 그래프들은 이제 넘쳐난다. 그러나 그 그래프의 ‘바닥 숫자’를 쥐고 있던 닐슨이 시청률 측정 기준을 뒤집는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판도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미국 시청률의 표준인 닐슨이 광고연구재단(ARF)의 DASH(Devices and Streaming Habits) 유니버스 스터디를 공식 측정 기준으로 채택한 게 균열의 시작이었다.  바뀐 기준을 적용한 보고서의 발표가 미뤄지면서  스트리밍 플랫폼 vs. 전통 방송, 광고주 vs. 측정 기관, 빅테크 vs. 레거시 미디어 간의 이해충돌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닐슨의 시청률은 표본 조사에 기반한다. 수만 가구를 선정해 시청 패턴을 측정한 뒤, 이를 전체 미국 시청자 규모에 맞게 환산하는 방식이다. 이때 핵심은 그 '전체 모집단(universe)'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다.

닐슨은 지금까지 이 모집단을 자체 추산에만 의존해 설정해왔다. MRC(미디어등급위원회)가 2025년 9월 닐슨 측정치의 신뢰성에 공식 의문을 제기하며 독립적인 유니버스 추정치 도입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같은 해 업프론트 협상에서도 닐슨 수치에 대한 불만이 업계 전반에서 터져 나왔다.

이와 달리 ARF의 DASH 스터디는 미국 가구가 TV와 디지털 미디어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기록하는 신디케이트 조사다. 2021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시카고대학교 산하 여론조사기관 NORC에 위탁해 연 2회 진행하며, 현장 조사원 약 100명, 연구원·통계학자 25명이 투입된다.

2025년 기준으로 온라인 설문 9,000건 이상, 대면 조사 1,500건이 이뤄졌고,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 약 300명은 전화로 응답했다. ARF 수석 리서치 책임자 폴 도나토는 조사 항목의 방대함에 대해 "TV 수상기의 대수·위치·브랜드·스마트 여부·연결 방식, 게임 콘솔·스트리밍 기기 등 영상 시청 가능 기기, 가구 내 모바일 기기 소유 및 공유 현황, 인터넷 연결 환경, SVOD·AVOD·FAST 구독 현황, 라이브 TV 수신 방식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DASH 스터디는 2026년 1월 MRC의 공식 인증을 획득했고, 같은 달 닐슨이 이를 표준 유니버스 추정치로 채택했다. ARF 이사회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컴스코어, 코카콜라 등 주요 기업 임원들이 포함돼 있어 업계 신뢰도 측면에서 기존 닐슨 자체 추정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닐슨 더 게이지 보고서

갈등은 닐슨이 매달 발표하는 통합 시청 점유율 ‘더 게이지’ 보고서 발표 과정에서 극대화됐다. 케이블·지상파·스트리밍 플랫폼별 시청 비중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 보고서는 광고주·미디어 기업·정책 입안자들이 미디어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아 왔다. '스트리밍이 케이블을 앞질렀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인용되는 바로 그 수치가 '더 게이지'에서 비롯된다.

2026년 2월은 DASH 기반의 새 유니버스 추정치가 처음으로 측정에 적용된 달이었다. 동시에 슈퍼볼·동계올림픽·NBA 올스타전이 겹친 전통 TV의 '빅 먼스(Big Month)'이기도 했다. DASH 집계 결과 전통 TV 시청자 수가 기존보다 많게 나타났고, 이를 반영하면 스트리밍 점유율이 뚜렷이 하락하는 구도가 됐다. 닐슨은 이 수치를 공개하는 대신 '방법론 업데이트'를 이유로 발표를 전격 보류했다.

이에 전미 지상파 TV방송사를 대변하는 VAB(Video Advertising Bureau)는 강하게 반발했다.

숀 커닝엄 VAB CEO는 성명에서 “닐슨이 2월 게이지 보고서 발표를 지연시키고, 모든 TV 형태를 과소 집계했음이 입증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구식 방법론으로 되돌아가겠다고 밝힌 것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측정 기관의 역할에 정면으로 반하는, 변명의 여지 없는 조작(indefensible manipulation)”이라고 말했다.

커닝엄은 이를 단순한 방법론 문제가 아니라 '구글 눈치 보기'이자 '유튜브 붐·TV 글룸 서사를 지원하는 시장 조작'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아마존, 로쿠,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신흥 강자들이 이제 CBS, Fox, NBC 같은 방송사만큼이나 닐슨의 주요 클라이언트가 된 현실이 이번 갈등의 배경이다.

닐슨은 VAB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닐슨은 성명에서 "더 게이지는 무료 월간 보고서이며, 광고 업계는 이를 광고 판매나 광고 집행 보증의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광고 거래의 기준이 되는 '커런시 레이팅스(currency ratings)'에는 이미 2월부터 DASH 기반 방법론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닐슨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위기의 일부다. 이와 동시에 닐슨은 최근 스마트TV 화면 시청 데이터와 기존 패널 정보를 결합한 빅데이터 기반 측정 방식을 도입했다. 4500만 가구·7500만 기기를 포괄하는 방대한 데이터지만, VAB의 분석에 따르면 18~49세, 25~54세 등 광고주가 핵심으로 여기는 인구통계 구간에서 불안정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광고주들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 두 타깃층(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18~49세, 뉴스 프로그램의 25~54세)에서 데이터 신뢰성이 흔들린다는 것은 업프런트 협상의 근거 자체가 불안정해진다는 의미다. 닐슨은 TV 네트워크 등 클라이언트들에게 패널 단독 수치에만 의존하지 말고, 패널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통합 집계치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측정 체계가 과도기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 불신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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