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며 글로벌 자금 조달과 투자 확대에 나선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25일 공시를 통해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Form F-1)를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거치는 초기 단계로, 향후 심사 절차와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상장 여부가 결정된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으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대만의 TSMC와 네덜란드의 ASML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ADR 형태로 미국 시장에 상장해 있다.
이번 상장은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성격이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공모 규모를 10조원에서 15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AI 반도체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 'GTC 2026'에서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련 검토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와 투자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회사 측은 구체적인 공모 조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상장 시기와 규모, 방식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SEC 심사 결과와 시장 환경, 투자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이천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ADR 상장과 관련한 경영진의 발언이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곽노정 사장이 향후 투자 전략과 자금 활용 계획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상장 추진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경쟁 구도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AI 시장 확대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투자 여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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