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 창립자 드문 공개 발언… “첨단 노드 맹목적 추종은 인지적 오해” 일침
전 세계 수요 80% 차지하는 성숙 노드 및 특수 공정 투자 가치 강조
‘엣지 AI’ 등 틈새 시장 집중 촉구… 현장 엔지니어 부족이 자급자족의 ‘병목’
中 반도체 대부 리처드 창 “2nm 환상 버려야… ‘성숙 공정’이 공급망 안보 핵심”
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제조 국제공사(SMIC)의 로고. 사진=로이터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창립자 리처드 창(張汝京, 78세)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향해 최첨단 공정 경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실용적인 돌파구'를 찾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미국의 고강도 기술 제재 속에서 2nm(나노미터) 등 초미세 공정에 집착하기보다는, 공급망 안보의 실질적 기반인 성숙 공정과 특수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금융 매체 스타 마켓 데일리에 따르면, 리처드 창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경쟁에서 3nm나 2nm에 도달해야만 성공한다는 생각은 위험한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이번 주 예정된 시진핑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규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거인과 정면 승부 대신 ‘틈새시장’ 노려야”
업계의 베테랑인 창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80% 이상이 여전히 성숙 노드와 특수 공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 국내 스타트업들이 거대 글로벌 기업들과 최첨단 노드에서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분산형 '엣지 AI(Edge AI)' 애플리케이션이나 3D 실리콘 커패시터와 같은 필수 기초 부품 시장을 공략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빠진 연결고리와 틈새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더욱 실용적이고 가치 있는 길"이라며, 기초가 튼튼한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이는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가 "기초 제조업 활용과 시스템 클러스터링을 통해 첨단 노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안정적 수율의 핵심은 ‘현장 장인’… 인력 부족 경고
기술적 방향성 외에도 창은 중국 반도체 자급자족 야망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엔지니어 부족'을 꼽았다.
아무리 뛰어난 설계 능력과 첨단 장비를 갖추더라도, 이를 실제로 운용해 안정적인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을 뽑아낼 수 있는 숙련된 현장 전문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최고급 현장 장인이 없으면 신뢰할 수 있는 제품 성능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력 양성이 반도체 자립을 위한 핵심 병목 현상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 규제 속 ‘생존 전략’ 재정립 시급
현재 상하이에 본사를 둔 SMIC는 미국의 첨단 장비 수출 통제로 인해 5nm 공정 이상의 미세화 단계 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속에서 리처드 창의 조언은 중국 반도체 산업이 '실현 불가능한 기술 도약'에 자원을 낭비하기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언은 중국 반도체 개척자가 던진 드문 공개 메시지로, 기술 자립을 꿈꾸는 중국 산업계에 '속도'보다는 '방향'과 '기초'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