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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THE Biz Original] K-브랜드를 지켜라② "골든타임 놓치면 끝"

AI 모니터링을 통해 판매 채널을 빈틈없이 감시하고 위조의 싹이 자라기 전에 선제적으로 줄을 끊어내는 조치가 중요합니다." 인공지능(AI) 탐지 기술과 법률 전략을 결합해 전 세계 이커머스 위조품을 실시간으로 추적...

[THE Biz Original] K-브랜드를 지켜라② "골든타임 놓치면 끝"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가전과 자동차를 넘어 뷰티, 콘텐츠, 의료기기 등의 산업군으로 전방위 확대되고 있다.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위조품 유통과 IP(지식재산권) 침해 수법 또한 교묘해지며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리스크로 부상했다. 새롭게 출범한 THE Biz(더비즈)는 첫번째 기획으로 산업별 소송 사례를 통해 K-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위조품 대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위조품 유통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이후 상표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정말 많이 듭니다. AI 모니터링을 통해 판매 채널을 빈틈없이 감시하고 위조의 싹이 자라기 전에 선제적으로 줄을 끊어내는 조치가 중요합니다."

인공지능(AI) 탐지 기술과 법률 전략을 결합해 전 세계 이커머스 위조품을 실시간으로 추적·차단하는 리걸테크 기업 ‘페이커즈(Fakers)’의 이종재 대표 변호사는 K-브랜드 위조품 시장에서 기업의 생존 전략을 이렇게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패션, 콘텐츠 등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조품(짝퉁) 시장의 타깃이 중소·중견기업의 소비재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과거 대기업과 명품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표권 분쟁이 전 산업군으로 확대된 가운데 점조직화된 글로벌 가품 생태계에 맞서기 위해서는 ‘선제적 권리 확보’와 ‘초기 단속’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덧붙였다.

이 변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Q. 페이커즈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나.

-위조품을 탐지해 확인하는 솔루션을 기반으로 사업을 한다. 단순히 솔루션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온라인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위조품이 어떻게 확산하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단속하는 업무 전반을 다룬다.

Q. 최근 전세계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나 굿즈 등의 위조품이 늘고 있다. 실제 어떤 산업군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나.

-위조품은 모든 산업에 존재해 왔다. 최근들어 K-뷰티, K-POP, 아이돌 굿즈 등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 엘리베이터 부품 등 산업 현장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공업 관련 기업은 물론 일상 소비재, 식품 등 위조품은 다양한 산업군에 분포돼 있다.

Q. 최근 한국 기업이 주요 타깃이 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위조품 업자들은 항상 화제가 되는 제품을 찾는다. 과거에는 루이비통이나 샤넬과 같은 전통적인 명품이 주된 표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른바 K-브랜드가 글로벌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설령 매출액이 적은 신생 브랜드라 하더라도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유행할 조짐이 보이면 즉각 위조품이 생겨나는 구조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만큼 위조품 업자들도 노리는 분위기다.

Q. 위조품 업자들이 K-브랜드를 복제하기 시작하는 규모나 기준점이 있나.

-통상적으로 해외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서는 시점을 위조품 유통 체계가 확립되는 임계점으로 본다. 이 규모에 도달하면 중국 등지의 위조품 업자들은 원료의 배합, 제품 패키징, 라벨링, 특수 QR코드 위조에 이르기까지 공정을 철저히 분업화한다. 20억~30억원 매출을 내는 초기 진출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바이럴이 되면 시범 생산을 한다. 특히 이때는 정가품 구분이 안 되는 시기라 업자들이 온라인 검색 상단에 가품을 노출시켜 단기간에 부당 이익을 챙기기 용이하다.

Q. 위조품이 브랜드 신뢰도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치나.

-실무적으로 ‘인지 구매’와 ‘오인 구매’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50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50만원에 사는 소비자는 스스로 가품임을 인지하고 구매하므로 품질이 떨어져도 원 브랜드에 항의하지 않는다. 반면 5만원짜리 한국 화장품을 가품으로 4만원에 판매할 경우 대다수 소비자는 이를 정품으로 믿고 사는 오인 구매에 해당한다. 가짜 성분으로 피부 질환 등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한국의 원 브랜드 본사에 직접 책임을 묻게 되며 이는 회복 불가능한 브랜드가치 훼손으로 직결된다.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에서 낮은 별점을 받은 상품의 후기는 이같은 위조품 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대다수다. 한번 낮아진 평판은 다시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Q. 인체와 직결된 화장품이나 안전사고와 관련한 산업 장비 등의 위조품은 법적 처벌 수위가 높은가.

-그렇다. 안전 문제가 결부되면 단순한 상표권 침해 민사 소송의 범위를 넘어선다. 미국 등의 법원에서는 상표권 침해로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판결하기 위해 침해자의 고의성을 요구하는데, 안전 위해 가품은 형사 고발 과정에서 이러한 고의성이 훨씬 더 빠르고 넓게 인정된다. 또한 한국지식재산보호원(KOIPA) 등 국가 기관에서도 단순 잡화 위조품과 생활 안전 위조품을 분리해 집중 모니터링하며 타 법령을 적용한 가중 처벌을 유도하고 있다.

Q. 해외 상표 브로커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구체적인 수법은.

-상표는 어떤 상품에 쓸 것인지 '류(Class)'를 지정해 등록해야 하는데 브로커들은 원 브랜드가 놓친 틈새 분류를 노린다. 예컨대 래쉬가드 브랜드가 의류(제25류)만 등록한 틈을 타 상표 브로커들은 공업용품을 포괄하는 잠수복(제09류)으로 상표를 선점한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은 중국 내에서 권리를 잃게 된다. K-POP 아이돌 굿즈 역시 의류만 등록했다가 인형(제28류) 분류를 현지 브로커에게 뺏겨 발목이 잡히는 안타까운 사례가 잦다.

Q. 해외 진출 시 현지에서 상표권을 선점당하는 브로커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나

-상표를 선점당하면 해당 국가에서 정품을 팔 수 없다. 예를 들면 국내 모 업체가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다 브로커에게 상표를 선점당했다. 이후 위조품 업자가 도리어 정품 업체를 상표 위반으로 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월 매출이 제로 수준으로 추락한 사례도 있다.

Q. 현지 위조품 업체의 자본력이 원조 기업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나.

-실제로 그런 경우가 존재한다. 한국에서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던 모 브랜드 대표가 중국 브로커에게 상표권을 되사기 위해 현지로 직접 넘어간 사례가 있다. 막상 대면해 보니 그 위조품 업자는 이미 중국 내에서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브로커는 오히려 “네가 우리 상표를 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너희 한국 본사를 인수하려고 불렀다”며 압박한 경우도 있었다.

자료=지식재산처

Q. 위조 브로커에게 상표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이전 사례처럼 일이 커졌을 때는 쉽지 않다. 상표에 대한 무효 심판이나 취소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며 승소를 장담할 수도 없다. 따라서 위조품 업자가 무단 도용한 상세 페이지 썸네일이나 제품 특유의 디자인 외관을 근거로 ‘저작권 위반에 따른 형사 고소’를 병행하는 방법을 쓴다. 민사와 달리 형사 기소는 브로커 본인의 징역 등 신변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

이와 동시에 위조품 업자의 페이팔이나 아마존 정산 계좌 등 자산을 동결시킨다. 돈줄이 막히므로 효과가 확실하다. 실질적인 압박을 느끼는 타이밍이 오면 브로커는 협상으로 가닥을 튼다. 실제로 합의금으로 10억원을 요구하던 브로커를 4000만원 선에서 합의시킨 사례도 있다.

Q.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전 세계 위조품 업자와 다 소송할 수는 없을 텐데.

-법적 대응은 철저한 비용 대비 효과의 싸움이다. 수백명의 영세 소매상에게 일일이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실익이 없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위조품 시장 점유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헤비 업로더, 소매상들에게 물건을 대량으로 뿌리는 핵심 도매업자 혹은 원천 생산 공장을 표적으로 삼아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공급망 윗단을 무너뜨리면 하부 조직들의 유통망은 물건을 수급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와해되는 구조적 단속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국가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서 제공하는 분쟁 대응 사업이나 바우처 제도를 통하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최근 위조품 탐지에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활용도와 효과는 어떤가.

-AI 활용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글로벌 최상위 명품 기업조차 전 세계 단위로 쏟아지는 방대한 이커머스 데이터를 자체 인력만으로 통제할 수 없다. 최근 위조품 단속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정밀한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한 AI가 분석을 통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위조품을 솎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일례로 페이커즈는 창업 초기부터 전 세계 시장을 추적하며 점조직 형태의 가품 판매자 블랙리스트와 침해 패턴 등 독자적이고 방대한 위조품 DB를 축적해 왔다. 이 특화된 DB에 AI 모니터링 기술을 결합했을 때 적발 효율은 드라마틱하게 상승한다. 실제로 페이커즈가 관리하는 유명 글로벌 명품 기업의 경우 과거 수작업 모니터링 시절 월 3000건에 그쳤던 위조 게시물 적발이 페이커즈 솔루션을 도입 직후 월 3만건 이상을 솎아내며 10배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

Q. 보안 QR코드나 워터마크도 법적 효력을 볼 수 있나.

-그렇다. QR코드나 비가시성 워터마크 등은 세관이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때 매우 유리하다. 성분 검사로 위조 여부를 입증하는 것은 절차가 복잡하지만 “우리 제품엔 식별 QR과 워터마크가 있고 이 제품엔 없다”고 소명하면 법원에서도 직관적이고 강력한 증거로 채택한다.

Q. 해외 진출을 앞둔 기업들에 위조품 대응 전략을 제언해달라.

-반드시 취해야 할 첫번째 조치는 진출 대상 국가에 핵심 상표뿐만 아니라 앞으로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류(Class), 저작권, 트레이드 드레스까지 촘촘하게 방어막을 짜서 사전 등록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미루면 위조품 업자가 플랫폼 생태계에 안착해 버린다. 나중에는 위조품으로 유통망까지 구축해 아무리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초기에 싹을 잘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비용이나 인력의 한계를 이유로 위조품 대응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경우 초기 안일한 대응으로 손해를 보는 곳이 정말 많다. 끝까지 추적해 단속한다는 선례를 현지 시장에 남기는 것만이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내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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