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변환단계 하나로 압축… 데이터센터 공간 절감∙효율 극대화 강점
효성重, 2022년 세계 최초 22.9kV SST 개발… ESS와 연계해 계통 안정화도
초고압 전력기기 등 기술력 더해 ‘데이터센터 전력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 자신감
효성중공업이 개발한 전력용 반도체(SST)[사진=효성중공업]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전력 공급망의 효율화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효성중공업이 차세대 전력변환 장치인 ‘반도체 변압기(SST, Solid State Transformer)’를 앞세워 미래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SST는 전력반도체를 활용해 교류(AC) 전압을 조절하는 ‘변압’ 기능과 교류를 직류(DC)로 변환하는 ‘정류’ 기능을 단일 시스템 내에서 통합 처리하는 차세대 장비다.
최근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초고압변압기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 송전망으로 보내기 위한 설비라면, SST는 송전망에서 도심 배전망을 거쳐 들어온 전력을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충전소 등 최종 소비처에 맞게 조절해 공급하는 장비다.
최근 SST가 각광받는 이유는 AI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돼 송∙배전망을 거쳐 들어온 전기는 교류(AC)인데 반해,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연산용 GPU는 오직 직류(DC) 전기만 사용한다.
때문에 현재는 외부에서 들어온 고압 교류(AC) 전기를 저압 직류(DC) 전기로 바꾸기 위해 변압기, UPS, 정류기 등 여러 단계의 설비가 필요하다. 이 설비들은 좁은 변전실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변환 단계를 거칠 때마다 전력 손실을 발생시켜 관리자의 비용부담을 키운다.
하지만 SST를 도입하면 이 복잡한 다단계 변환 설비를 하나로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게 효성중공업의 설명이다.
변전 설비가 차지하던 공간을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서버룸’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중간 변환 과정이 생략돼 전력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신 AI 연산용 GPU가 고도화된 성능만큼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상황에서, 한정된 공간에 고밀도 서버를 구성해야 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에게 앞으로는 SST가 필수가 될 전망이라고 효성중공업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력 인프라 고도화 트렌드와 맞물려 글로벌 SST 시장은 향후 연평균 40% 이상의 가파른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북미와 유럽의 글로벌 대형 전력기기 업체들과 유망 스타트업들도 앞다투어 AI 데이터센터용 SST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22.9kV 이상의 고압을 다루는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SST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의 선도 기업들만 상용화 및 실증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다.
▲세계 최초 22.9kV SST 개발…전력제어 노하우∙전력반도체 기술력이 밑거름
효성중공업은 지난 2018년부터 국책과제 2건을 수행하며 일찍이 SST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2022년 세계 최초로 도심 배전망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22.9kV 1.05MVA급 SST 개발에 성공했다.
SST는 기술적 장벽이 높아 개발∙상용화가 쉽지 않은 전력설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간 전기적 분리를 통해 시스템 보호와 안전을 확보하는 ‘절연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반도체 소자들을 오차 없이 동시에 스위칭하고 전압을 균일하게 분배하는 ‘초정밀 고압 전력 제어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는 전력반도체의 성능이 낮고 가격은 높은 탓에 선뜻 개발에 뛰어들기 어려웠던 품목이다.
그러나 효성중공업은 지난 50여년간 초고압변압기∙차단기 등을 생산하며 전력 제어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고 스태콤(STATCOM), 전압형 HVDC 등을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등 전력반도체를 이용한 차세대 전력 솔루션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관련 역량을 내재화했다.
또 효성중공업 SST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ESS와의 연계성을 꼽을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연산 과정에서 급격한 전력 부하 변동이 발생하는데, SST와 ESS를 연계하면 실시간으로 전압과 전류를 제어하는 ‘계통 안정화’가 가능하다.
효성중공업은 오는 5월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전력·송배전 전시회인 ‘IEEE PES T&D’에 독자 개발한 SST 서브모듈을 전시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더 높은 전압에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된 SST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며, 향후 상용화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초고압 전력기기와 스태콤, ESS 역량에 첨단 SST 기술을 융합할 것”이라며,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망의 시작부터 끝을 아우르는 ‘데이터센터 토털 전력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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