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요구···21일 총파업 예고
카카오 노조, 영업이익 13~15% 성과급 요구···창사 이래 첫 본사 차원 파업 예고
LGU+ 노조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달라”···사측과 협상 난항
단순 현금 지급 방식 아닌 주식 보상 제공으로 성과급 제도 손질 필요성도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오른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 사진)이 지난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각각 떠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한 사례가 삼성전자, 카카오, LG유플러스 등 주요 IT 기업으로 확산되며 노사 갈등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현재 노사 단체협약을 진행하고 있는 IT 기업의 노동조합(노조)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최대 30%’에 달하는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카카오 등 일부 노조는 총파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주요 IT 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황 변화에 따라 실적이 악화할 때도 막대한 성과급이 고정비처럼 지출되면 재투자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사례처럼 단순 현금 지급 방식이 아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제공하는 등 성과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삼성전자 노사에 사후조정 회의를 재개하자고 공식 요청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린 2차 노사 임금협상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해 17시간이 넘게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날에도 오전 10시부터 11시간 넘게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틀째 마라톤협상을 벌이고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 중노위 사후조정 재개 제안···총파업 7일 앞둔 노조 선택에 관심
사후조정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 규모와 지급 기준 명문화 여부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개인별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시작됐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원 기준 45조원에 달하는 규모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2차 중노위 사후조정에서 당초 요구안 대비 1~2% 내린 수정안을 제시했다. 반면 사측은 일회성 성격인 특별 포상으로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산정 방식을 명문화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섰다.
노사가 사후 조정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간 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2024년 7월에 이은 역대 두 번째이자, 최대 규모의 파업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파업 장기화 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글로벌 빅테크 대상 메모리 영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 고객사가 포함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병목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악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전략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온 안정적 제조·기술·공급망 허브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참 회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는 인공지능(AI) 서버·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중노위가 총파업을 막기 위해 협상테이블을 재차 제안한 것이다. 삼성전자도 중노위와 같은날 노조에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다만 중노위와 사측 대화 요구에 대해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성과급 상한폐지 제도화와 투명화 계획이 있으면,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카카오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경영진에 경영실패에 대한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 “영업익 최대 15% 달라” 카카오 노조, 20일 단체행동···LGU+ 노조는 ‘영업익 30%’ 요구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다, 사측과 협상이 결렬되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번 조정 신청에는 카카오 본사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가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44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수 4000명 기준 1인당 1500만원 수준의 금액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IT업계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활용하기로 한 사례가 노조 요구 사항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20일 12시경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 쇄신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지노위 조정이 결렬되면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면 카카오 창사 이래 첫 본사 차원의 파업이 된다.
통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임금 총액 8%를 인상할 것과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임직원이 9800명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1인당 2700만원 수준이다. 또 노조는 복리후생 확대 차원에서 임직원에게 우리사주 200주와 명절 상여금 각 200만원, 멀티 복지포인트 10만 포인트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주요 IT 기업 노조가 잇따라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지급’ 명문화를 요구하면서 AI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MS, 버라이즌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인력감축 등을 통해 AI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IT 기업의 투자 위축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IT업계 임원은 “노동자들이 회사 성장에 기여해 온 게 맞고, 노동자를 착취해서는 안 되는 것도 맞다. 다만 지금은 그런 우려가 있는 시대도 아니지 않냐”며 “글로벌 기업과도 AI 사업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명문화가 이뤄지면 AI 투자가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과급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현금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경우가 드문 만큼, 단순 현금 지급 대신 주식 보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엔비디아는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해 RSU를 제공하며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 가치 상승을 공유하게 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론, 메타 등도 주로 RSU를 보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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