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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하이닉스, '600조 투자 VS 주주가치 제고'…깊어지는 고민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증권시장에 신주를 발행해 상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때 아닌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휘말린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극심한 공급난에 용인 반도체...

SK하이닉스, '600조 투자 VS 주주가치 제고'…깊어지는 고민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출처=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증권시장에 신주를 발행해 상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때 아닌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휘말린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극심한 공급난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600조원 이상이 투자될 계획임에 따라 성장과 주주환원 사이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美 상장 '신주 발행'에 주주들 뿔났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해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국내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주를 발행해 미국에 상장시킬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기존 주식을 매입하지 않고 신주를 발행할 경우 총 주식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ADR 발행은 찬성하지만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데 기존주주 입장에서 지분이 희석되는 신주 발행 방식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2025년 말 35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2026~2028년 189조원의 설비투자와 수십조원의 연구개발(R&D) 투자 집행한 후 무려 672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된다"며 "ADR 상장규모는 10~15조원 수준인데 왜 신규 자금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이뤄진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도 한 주주는 "이렇게 돈을 많이 버는데 회사가 100조원을 모아야 한다며 주주환원을 잘 못하고 있다"며 "굳이 왜 신주를 발행해서 ADR을 상장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대주주는 SK 왕국을 건설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소액주주의 가치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순현금을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장기적∙전략적으로 필요한 투자를 집행하고, 글로벌 고객사들의 주문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환원과 순현금 확보는) 순서의 문제일 수 있다. 목표로 하는 현금의 규모가 있기 때문에 순서가 좀 바꼈을 뿐이며, 결과적으로 그런 형태(주주환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방향)로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작년까진 빚을 갚는데 썼었고 이제 순현금 나기 시작했다. 저희(SK하이닉스)가 써야 할 투자금을 고려하면 과거와 같은 다운턴이 오더라도 꾸준히 투자하고 성장 이어갈 수 있고, 주가를 더 올리고 주주환원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없어서 못 파는 지금, 투자 적기

SK하이닉스의 1c(10나노 6세대) 공정으로 만든 DDR5 D램. [출처=SK하이닉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은 메모리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추진 중이다. 실제 장기공급계약이 체결될 경우 메모리사들은 장기 수요를 확보해 대규모 증설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장기적으로 600조원을 투자,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범용 D램 마진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상회하자, 지금이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보의 최적기로 판단하고 투자 속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단기 점유율 확대 위해선 추가 자금 조달 필요

관건은 자금 조달과 시간이다. 장기공급계약이 또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는다면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는 자체 영업현금흐름으로 600조원을 투자할 수 있지만, 투자 기간을 앞당겨 급속도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선 영업 이외의 자금 조달 카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신주 발행을 포함해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영위하는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소유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자회사의 증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 기준이 최대 50%까지 낮아지고 금융리스업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 골자다. 이 덕분에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건설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금융·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하나, 단기간 점유율 확대를 위해선 추가 자본 조달이 필요함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성장과 주주가치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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