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한국금융경제신문
한국금융경제신문=양지훈 기자 | SK그룹이 지난해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사업 확장으로 커졌던 부담을 덜어내 잘하는 분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부문이 수익성 개선을 주도한 가운데 배터리 등 비(非)반도체 부문은 사업재편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인공지능(AI) 투자와 함께 사업재편(리밸런싱)이 이뤄질 전망이다.
◆ SK 순차입금, 2년 사이 ‘반토막’…재무부담 줄어
21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SK그룹 차입금 규모는 102조원으로, 전년 대비 11조7000억원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6조원)과 SK(2조1000억원) 등 비(非)반도체 부문에서 11조원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순차입금도 감소했다. 순차입금은 차입금(외부에서 빌린 자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나머지를 의미한다. 2023년 말 82조원에 달했던 SK그룹 순차입금은 2년 뒤인 지난해 말 38조2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고강도 사업재편(리밸런싱)의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SK스페셜티(옛 SK머티리얼즈)다. 지난해 SK는 ‘삼불화질소(NF3)’와 ‘육불화텅스텐(WF6)’ 등 핵심 특수가스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SK스페셜티의 지분 85%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SK그룹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웨이퍼’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SK실트론 매각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SK는 두산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며, 올해 안에 매각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 올해 ‘AI 투자’ 한창…리밸런싱도 계획대로
지난해 SK그룹 전체의 영업이익 증대를 견인한 건 반도체 부문이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에 달했다. 다만, 배터리·화학 등 업황이 비우호적인 분야는 그룹 내 비중을 축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주사 보유 자산을 활용해 배터리와 건설 부문 현금흐름을 보완하고 있다”며 “배터리·화학 부문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그룹 내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졌고, 일부 건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SK온은 포드와 미국 현지 합작법인(JV) 운영을 끝내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던 켄터키 1·2공장을 포드가 넘겨받으면서 재무 부담이 줄었다.
SKC의 자회사인 SK넥실리스도 지분 매각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동박 생산법인 지분 일부를 일본 도요타통상에 양도했다.
SK지오센트릭도 리밸런싱 대상이다. 현재 미국, 스페인, 프랑스 합작법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SK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AI 투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AI 시대는 이제 막이 올랐을 뿐이다”며 “우리가 잘해왔던 기존 사업의 본질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그 위에 AI라는 혁신을 입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AI를 기반으로 하는 투자를 핵심 전략으로 삼은 가운데 리밸런싱도 병행한다는 게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반적으로) 투자가 선행되고 있다”며 “기존부터 진행해왔던 리밸런싱도 이어가며 그룹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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