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가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제휴로 주도했던 외형 확장 전략의 마침표를 찍고 데이터 기반 수익성 중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외형 축소 우려와 달리 정태영 부회장이 10년 이상 공들인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이 내실 강화라는 확실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대카드와 무신사의 PLCC 독점 파트너십이 종료된다. 지난해 하반기 스타벅스가 제휴사를 변경한 데 이어 핵심 파트너사가 연이어 이탈한 셈이다.
현대카드의 파트너십 종료는 경쟁 심화 차원이 아닌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따른 결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은 현대카드가 일부 PLCC 제휴사와 맺은 계약에서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다며 수익성 분석 강화를 주문하는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현대카드는 빅테크와 유통 기업의 협상력이 커지며 수수료 부담이 한계에 달하자 곧바로 내부 데이터 분석망을 가동했다.
현대카드의 제휴 축소는 제휴사가 요구하는 비용 대비 유입 고객의 생애가치(LTV)와 실질 투자대비수익률(ROI)을 냉정하게 산출해 계산기를 다시 두드린 결과다. 맹목적인 파트너십 연장 대신 수익성이 담보되는 핵심 제휴사 위주로 생태계를 재편한 것이다.
현대카드의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냉정한 수익성 방어 기조'는 지난해 호실적을 견인한 근본 배경이기도 하다. 무리한 외형 확장을 경계하고 우량 고객 중심의 내실 다지기에 선제적으로 집중한 결과, 현대카드는 지난해 영업수익 3조1495억원, 당기순이익 3503억원을 거뒀다. 불황 속에서도 전년 대비 10.7% 성장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업계 3위권에 진입했다.
최근 불거진 무신사와 스타벅스의 잇따른 제휴 종료 역시 단순한 파트너 이탈이 아니라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낸 현대카드 특유의 철저한 '데이터 기반 수익성 피벗'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외형 덜고 내실 채운 'AI'…업계 유일 0%대 연체율
자료=현대카드 경영공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휴를 덜어낸 빈자리는 우량 고객 중심의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과 범용 신용카드(GPCC)로 채웠다. 현대카드는 '아키텍트 오브 체인지'라는 슬로건 아래 독자 상품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X) 제휴를 강화했다.
이 전략의 핵심 동력은 인공지능(AI) 역량이다. AI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으로 우량 고객을 정확히 타겟팅해 고객획득비용(CAC)을 크게 낮췄다. 실제 지난해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10.7% 급증하는 동안 고객 유치 및 마케팅과 직결된 수수료비용(1조668억원)과 판매비와관리비(8651억원) 증가율은 각각 4.4%, 5.3%로 억제하며 '고효율 저비용' 체질을 숫자로 입증했다.
초고효율 체질은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대손비용을 억제하는 압도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타 카드사들이 차주 상환 능력 저하로 1.5% 안팎의 연체율을 기록할 때 현대카드는 정교한 신용평가모델(CSS)과 우량 차주를 확보하는 효과를 바탕으로 업계 유일의 0.8~0.9%대 연체율로 방어했다. 외형 확장과 고비용 마케팅을 줄이고 리스크를 철저히 통제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현대카드 고객의 1인당 결제액은 124만원으로 3년 연속 업계 1위를 굳혔다.
10년·1조 뚝심 정태영…'데이터 플랫폼' 초격차
이러한 일련의 인과관계 최상단에는 정태영 부회장의 데이터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 선언 이후 10여 년간 매년 영업이익의 30%를 투입해 AI 분야에 누적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초기 20여 명에 불과했던 AI 전담 인력은 대규모 충원을 거쳐 현재 전체 임직원의 4분의 1 수준인 약 600명으로 30배 증가하며 업계 최대 규모를 구축했다.
막대한 투자는 B2B 데이터 동맹 생태계인 '도메인 갤럭시'와 마케팅 플랫폼 '갤럭시 노스'로 결실을 맺었다. 파트너사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대한항공과 이마트처럼 타깃 고객층이 겹치는 타 업종 제휴사와 교차 마케팅을 연계하며 기존 대비 6배 높은 효율을 창출하고 있다. 기업 간 데이터 동맹이 소비자(B2C) 혜택으로 돌아가 고객 이탈을 막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고도화'의 핵심은 단순한 결제망을 넘어선 생태계 확장이다. 파트너사들이 데이터 확보를 위해 스스로 발을 들이고 결속되는 '초격차 IT·데이터 플랫폼'으로 거듭나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 PLCC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파트너사들과 데이터 협업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비전을 공유하는 업체들과 글로벌 데이터 동맹 체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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