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네이버가 양강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의 오랜 속설처럼 누가 3위 업체로 살아남을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있다. 세번째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은 컬리, 11번가, 이베이, 쓱닷컴 등이 있다. [사진=구글 AI 이미지 생성]
【뉴스퀘스트=장원수 기자】유통업계는 한 가지 속설이 있다. 글로벌 사업을 하지 않는 국내 내수 중심의 사업에서는 3개 이상의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업종에 한 사업자가 있다면 이는 문제가 된다. 독과점으로 가격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업이 담배사업이다. 담배는 필립모리스가 있지만, KT&G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이런 관계로 정부에서 가격을 결정한다.
사업자가 둘인 경우에는 아주 해피(HAPPY)하다. 두 회사는 크게 경쟁하지도 않고, 서로를 물어뜯지도 않는다. 양강 구도로 적당히 파이(영역)를 차지하며 매년 성장의 달콤함을 나눠 먹는다. 대표적인 사업이 편의점(CU, GS24), 설탕(CJ제일제당, 삼양사) 등이 있다.
3곳의 사업자가 있다면 고개를 약간 까우둉거리지만, 그래도 서로 먹고 살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이를 완벽한 조화라고 한다. 대표적인 사업이 우유나, 라면, 음식배달, 소스 등이 있다. 물론 자그마한 사업체까지 합치면 이 말은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통업계를 보면 여기에서 예외를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에 4곳의 사업자가 경쟁을 한다면, 한 곳은 반드시 생채기가 나고 엄청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 해외사업으로 승부를 거는 회사가 있다면 논리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회사가 삼양라면이나 오리온이다. 삼양라면의 올해 해외사업 비중은 82% 내외로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오리온은 70% 정도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물론 오리온의 경우 중국에서 버는 돈이 워낙 많은데, 2026년 1분기 실적을 보면 국내보다 중국에서의 매출이 거의 3배 이상 많다. 두 회사의 특징은 놀랄만한 영업이익률이다. 보통 유통업계는 영업이익률을 5∼10% 미만으로 본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의 경우에는 1∼2%에 불과하다.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16.8%에 이르고,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24.8%를 기록했다.
몇 년 전, 국내에는 이커머스 시장을 놓고 여러 사업체가 뛰어들었다. 초창기에 뛰어든 티몬, 위메프, 이베이(G마켓과 옥션)에 이어 쿠팡과 11번가, 쓱닷컴(SSG.COM) 등아 엄청난 자본을 등에 업고 참전했다.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고, 엄청난 광고와 더불어 배송전쟁이 벌어졌다. 로켓배송에 이어 새벽배송으로 가더니, 직접 택배회사를 만들어 배달기사를 직고용했다. 그리고 물류를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당시 만났던 쿠팡 부사장은 서둘러 물류센터를 짓고 물건을 채우다 보니, 자동화나 로봇 등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쌓아뒀다가 배송하다 보니, 뒤쪽에 놓아둔 물건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이 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매일 새벽에 이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들을 마당에 쌓아두고 소각하는 것이 일이었다고. 물론 이런 시행착오는 자동화 시설이 들어오고, 시스템화되면서 서서히 줄어들었다.
유통업계의 오랜 속설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서히 떨어져나가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본의 전쟁이 시작됐다. 전국적인 물류센터를 짓고, 마케팅으로 현금성 쿠폰을 살포해야 했으며, 유료 멤버십을 도입해 ‘락인 효과’를 노렸다. 이 싸움의 이유는 명확했다. 승자독식으로 사업 경쟁자가 삼분지 분할에 들어가야 서로 영역을 나눠 갖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력이 약한 경쟁자는 서서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소프트뱅크나 SK, 신세계가 아닌 자본으로 이커머스 전쟁에 뛰어든 약간의 별종이 있다. ‘컬리’이다.
2015년 5월 김슬아 대표는 새벽배송 스타트업 ‘마켓컬리’를 선보이며 처음 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후 사업 영역을 뷰티까지 넓히며 사명을 컬리로 변경하고 2021년 프리IPO로 기업가치 4조원을 평가받아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2021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2023년 IPO를 연기했다. 상장을 미룬 뒤 컬리의 몸값은 4조원대에서 1조원대로 추락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커머스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한 때 김 대표의 해외 도피설까지 나왔다.
이후 컬리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컬리가 손을 잡은 곳은 네이버였다. 지난해 4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더니, 올해는 네이버가 300억원 이상을 투자를 단행해 단순 협력 관계를 넘어섰다. 이 덕분인지, 지난 11일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 달성 소식과 함께 IPO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컬리를 네이버와 한 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커머스 시장도 서서히 유통업계의 속설대로 정리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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