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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N% 성과급' 봇물 터졌다…반도체發 '임금 인플레' 비상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배분 요구가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바이오... 삼성전자 사례는 현재 진행 중인 바이오·IT 업계 노사 갈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N% 성과급' 봇물 터졌다…반도체發 '임금 인플레' 비상

삼성전자 자극 현대차·조선·IT·바이오 등 연쇄 요구 확산

“영업이익 30% 달라” 노조 압박, 재계 “투자·고용 위축” 비상

카카오·삼성바이오 이미 파업 단계…산업계 전반 긴장 확대

양대노총 “성과는 하청도 공유해야”..경총 "확산 안돼"

2026년 5월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 총결집 집회에서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이날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위법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연합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임금협상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주장이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배분 요구가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바이오 업계로까지 확산하면서 기업들은 '임금 인플레이션' 공포에 짓눌리는 분위기다.

미국 관세 부담, 글로벌 경기 둔화, 중동 지정학 리스크 등 대외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산업 현장의 성과급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될 경우 투자 위축과 고용 둔화,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성과급 전쟁이 시작됐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례를 계기로 대기업 노조들이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라고 요구하면서 산업계 전반이 새로운 노사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논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 타결이었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예정 시각인 21일 0시를 약 1시간 앞두고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 개편이었다. 노사는 사업 성과의 10%대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데 합의했고, 반도체(DS) 부문 임직원들은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약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 부문 역시 최소 1억6000만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DX부문과 CSS사업팀에는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안도 포함되면서 사실상 대규모 특별성과급 패키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사례가 향후 국내 대기업 노사협상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상한제 폐지 논란 이후 형성된 분위기가 삼성전자를 거쳐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 제조업 노조들은 이미 대규모 성과급 배분 요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인공지능(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 우려와 관련해 고용 안정 및 노동조건 보장 요구도 함께 제시했다.

HD현대중공업 통합 노조도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배분 등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방산·전력기기 업계에서도 성과급 제도 개편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와 HD현대일렉트릭 등에서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재계는 특히 업종별 수익 구조와 경영 환경 차이를 무시한 채 반도체 업계 사례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은 초호황기와 초불황기가 반복되는 산업 구조 특성상 대규모 성과급 체계가 일정 부분 가능하지만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글로벌 경기와 원자재 가격, 환율, 관세 변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미국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관세 비용으로만 4조1100억원을 부담했고, 이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1.7% 감소한 10조3648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의 특수성과 글로벌 경쟁 구조 속에서 형성된 삼성전자 성과급 체계를 자동차·조선업계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기업별 수익성과 산업 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산업 전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 재무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며 “결국 신규 투자 축소와 채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 이후 하청·협력업체까지 동일한 성과급 체계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물류 하청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원청인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성과급과 임금 문제를 논의하자며 단체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이 확산할 경우 중소 협력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력 쏠림 현상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고액 성과급 체계가 강화되면 청년 인재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더욱 기피하게 되고,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며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대기업 성과가 원청 정규직에만 집중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삼성의 세계적 성과는 하청·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과 지역사회 인프라가 결합한 사회적 총노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성과의 독식은 있을 수 없다”며 “이번 합의의 성과는 반드시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의 삼성노조는 반도체 산업재해 피해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며 “초일류 기업노조라는 우월적 지위를 내려놓고 미조직·취약계층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헌법상 노동3권을 침해하는 반노동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대기업 성과가 원청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납품단가 구조 개선과 기술·생산 이익 공유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상생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사례는 현재 진행 중인 바이오·IT 업계 노사 갈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공정한 인사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 중이다.

회사 측은 6.2%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부분 파업과 이달 전면 파업까지 단행했다. 2011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었다.

파업 여파로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일부 생산이 중단됐고 회사 측은 손실 규모를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IT 업계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 보상이 경영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최근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했고, 카카오 본사는 오는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을 앞두고 있다.

조정이 결렬될 경우 카카오 창사 이후 첫 본사 파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IT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지급이라는 특별성과급 카드를 통해 갈등 봉합에 성공한 만큼 카카오 노조 역시 경영진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 측은 “노사가 조정 기한 연장에 합의한 만큼 남은 기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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