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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MZ발 음주 절제 문화 확산에 흔들리는 주류업계

#. 광주에 사는 대학생 이채린(여·23)씨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도 음주를 하는 일이 드물다. 함께 저녁을 먹은 뒤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는 등 다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고 술자리를 갖더라도 가볍게 한두 잔 마시는 정도다.

MZ발 음주 절제 문화 확산에 흔들리는 주류업계

MZ발 음주 절제 문화 확산에 흔들리는 주류업계

지난해 주류 출고량 298만8천㎘…27년 만에 300만㎘ 아래

음주 빈도·양 동반 감소…맥주·소주·막걸리 출고 일제히 줄어

전남광주 대표 주류업체 보해양조 소주 매출 5년 연속 내리막

2026년 08월 23일(일) 18:30

/클립아트코리아

#. 광주에 사는 대학생 이채린(여·23)씨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도 음주를 하는 일이 드물다. 함께 저녁을 먹은 뒤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는 등 다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고 술자리를 갖더라도 가볍게 한두 잔 마시는 정도다.

이씨는 “친구들과 만나면 술부터 마셔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없다”며 “술값으로 몇만원씩 지출하느니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다른 데 쓰는 게 낫다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직장인 최영준(34·서구 쌍촌동)씨도 술자리를 갖는 횟수가 두세달에 한 번 정도다. 대학생 때만 해도 친구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술집을 찾았지만 요즘은 저녁을 먹은 뒤 카페에 가거나 바로 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직장 회식에서도 술을 권하는 분위기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한다.

최씨는 “다음 날 컨디션이나 건강, 운동 일정 때문에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도 많다”며 “직장 회식도 술을 강하게 권하지 않다 보니 한두 잔만 마시거나, 대리운전을 부르는 게 귀찮아 처음부터 음료나 무알콜 맥주만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을 줄이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국내 주류 시장도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 소주·맥주를 많이 마시던 기존 음주문화에서 저도주나 무알코올·비알코올 제품을 찾는 등 술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2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7년 만에 300만㎘ 아래로 떨어진 298만 8000㎘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5년 380만 4000㎘와 비교하면 21.5% 감소한 규모다.

지역 주류업계 사정도 비슷했다. 전남광주 대표 주류업체인 보해양조의 소주 내수 매출(반기 기준)은 2022년 179억원에서 2023년 156억원, 2024년 132억원, 2025년 125억원, 올 6월 기준 110억원으로 최근 5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특히 전국 주류 업계 기준으로 국내 주류 시장을 떠받쳐온 맥주와 소주, 탁주(막걸리)가 나란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맥주 출고량은 지난해 151만 9000㎘로 전년(163만 7000㎘)보다 7.2% 줄었다. 희석식 소주 역시 같은 기간 79만 3000㎘로 전년(81만 6000㎘)보다 줄었다. 탁주도 2020년 38만㎘였던 출고량이 지난해 31만 8000㎘까지 5년 연속 감소했다.

주류 소비 감소의 배경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생활 방식 확산과 고령화·인구 감소, 회식 문화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로 2023년(9.0일)보다 감소했다. 술을 마시는 날의 하루 평균 음주량도 6.6잔으로 2023년(6.7잔)보다 줄었다.

남성 중에선 30대의 하루 평균 음주량이 8.1잔으로 가장 많았으며 여성은 20대(6.6잔), 30대(6.2잔), 40대(5.4잔), 50대(3.2잔) 순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술을 마시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주류 추세’라고 인식한 항목은 ‘편의점 구입’이 85.5%로 가장 높았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54.2%, ‘혼술’(집이나 주점에서 혼자 마시는 술) 52.2% 등이 뒤를 이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더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술자리 자체를 줄이는 문화까지 확산하면서 국내 주류업계도 인력 감축 등 긴축경영에 나서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홈술·혼술 트렌드가 유지되고 있다”며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에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음주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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