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시장, '필터 소재 혁신'과 '공간 설계'가 새 경쟁 기준이 된다
LG전자가 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에어페어 2026’에서 노벨화학상 소재 적용 필터와 공간 맞춤형 공기질 관리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실내 공기질 관리 시장의 경쟁축이 바뀌고 있다. LG전자가 노벨화학상 수상 소재인 금속유기골격체(MOF) 필터와 천장형·벽걸이형 등 공간 맞춤형 라인업을 동시에 내세우며, 에어케어 산업의 기술 표준과 제품 설계 문법을 새로 쓰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MOF 소재 필터, 공기청정기의 핵심을 교체하다
LG전자가 2026년 4월 8일 서울 코엑스 '에어페어(Air Fair) 2026'에서 공개한 핵심 기술은 MOF(Metal-Organic Framework, 금속유기골격체) 소재 필터다. MOF는 적은 양으로도 극도로 넓은 표면적을 만들어내는 미세기공(나노미터 수준의 초미세 구멍) 구조로, 유해가스와 냄새를 강력하게 흡착한다. 대한민국 10대 기술에 선정됐고, 노벨화학상 수상의 핵심 물질이기도 하다.
이 소재를 적용한 'LG 퓨리케어 AI 오브제컬렉션 360도 공기청정기 M7'은 M7 필터 2개를 탑재해 제품 한 대의 필터 표면적이 축구장 11.7개, 8만4000제곱미터에 달한다. 기존 헤파(HEPA) 필터 중심 공기청정기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흡착 면적이다. 먼지 4종(미세먼지, 초미세먼지, 극초미세먼지, 유증기)과 유해가스 3종(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여기에 냄새까지 총 8가지 오염원을 동시에 감지하고 제거한다.
그동안 공기청정기 시장은 헤파 필터 등급 경쟁에 머물러 있었다. 미세먼지 제거율 99.97%라는 숫자만으로는 브랜드 간 차별화가 어려웠지만, LG전자는 필터 소재 자체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경쟁 구도를 뒤집으려 한다. MOF 소재가 상용 공기청정기에 본격 탑재된 사례는 국내 가전업계에서 사실상 처음이다.
관건은 MOF 필터의 내구성과 교체 비용이다. 표면적이 넓다는 건 흡착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이지만, 기공이 포화되는 속도와 필터 교체 주기에 따라 실사용 비용이 달라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뿐 아니라 연간 필터 유지비까지 따져봐야 실질적 가성비를 판단할 수 있다.
천장과 벽면, 소형까지 공간 점유 전략이 제품 설계를 지배한다
LG전자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LG 퓨리케어 시스템 공기청정기'는 천장 설치형이다. 바닥 면적을 전혀 차지하지 않아 거실은 물론 드레스룸 같은 소규모 공간에서도 공기청정 기능을 구현한다. 프리 필터(전처리 필터), 미세먼지 필터, 탈취 필터를 기본으로, 새집증후군 대응, 항알러지, 유증기 대응 필터 가운데 하나를 추가 장착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다.
천장형 제품은 환기 시스템과 연동해 입자형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이산화탄소,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가스를 외부로 배출한다. 공기청정기가 독립 가전에서 건물 설비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신축 아파트와 상업 공간 설계 단계부터 공기질 관리 시스템을 내장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다.
소형 라인업도 빠짐없이 채웠다. '에어로미니'는 상단 21센티미터, 하단 25센티미터, 높이 36센티미터에 불과한 초소형 제품이고, '월핏'은 측면 폭 18센티미터로 벽면 밀착이나 벽걸이 설치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공기청정기가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대형 가전이었지만, 이제는 1인 가구 증가와 소형 주거 공간 확산에 맞춰 눈에 띄지 않는 설치형 제품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이 모든 제품은 LG 씽큐(ThinQ) 앱으로 통합 관리된다. 외출 중에도 실내 공기질을 확인하고 원격 제어할 수 있다. LG전자가 노리는 건 단일 제품 판매가 아니라, 가정과 상업 공간 전체를 에어케어 플랫폼으로 묶는 구독형, 솔루션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카페나 사무실처럼 고객과 직원 동선 관리가 중요한 상업 공간에서 수요가 먼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에어케어 시장의 선택 기준, 필터 성능에서 공간 설계 적합성으로 이동한다
글로벌 실내 공기질 관리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미세먼지, 폭염, 산불 빈도 증가와 팬데믹 이후 실내 환경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필터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공간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느냐가 새로운 승부처다.
LG전자가 에어페어 전시장에 거실, 침실, 욕실을 재현하고 공기청정기, 가습기, 에어컨, 욕실 환기 시스템(바스에어시스템), 상업용 스탠드 에어컨(슈프림 플러스) 등을 함께 배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일 제품이 아닌 냉난방공조(HVAC, 건물 전체의 냉방, 난방, 환기, 공기조화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제시한다는 메시지다. 에너지 효율 1등급 상업용 에어컨까지 라인업에 포함시켜,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 의지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에어케어, 다이슨 포름알데히드 분해 기술, 코웨이의 렌탈 기반 공기청정기 등 경쟁사들도 각자의 무기를 갈고 있다. 단순히 제품 사양표의 숫자를 비교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자신의 공간 조건에 맞는 설치 방식과 유지 비용을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자는 아직 많지 않다. 천장형이 필요한지, 벽걸이형이 적합한지, 기존 환기 시스템과 연동이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ES사업본부장 이재성 사장은 "어느 공간에서든 공기질을 쾌적하게 관리하는 공간 맞춤형 에어케어 솔루션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LG전자가 에어케어를 단순 가전 카테고리가 아닌 공간 인프라 사업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에어케어 시장은 이제 성능 사양 비교의 시대를 지나 공간 설계와 유지 비용 최적화의 시대로 진입했다. MOF 같은 차세대 소재가 상용화 단계에 올랐고, 천장형과 벽면형 등 설치 방식의 다양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든 상업 공간 운영자든, 제품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의 공간 면적, 환기 조건, 연간 필터 교체 비용(MOF 필터 기준 6개월에서 12개월 주기, 헤파 필터 대비 교체 단가 확인 필수)을 먼저 점검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넷뉴스 김규민 기자(news@enetnews.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