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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K반도체, 석 달 만에 95조원 벌었다…AI로 '잭팟'

통상 반도체업계에서 1분기는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립 등 AI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K반도체, 석 달 만에 95조원 벌었다…AI로 '잭팟'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주간한국 이주선 기자] K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단 석 달 만에 영업이익 57조원을 기록, 지난해 전체 실적을 뛰어넘었고,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 분기 매출 50조원을 돌파했다. 이들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95조원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 영업이익 상위 5개 기업에 들었고,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률은 70%대에 안착하며 대만 TSMC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압도했다.

두 기업의 역대급 실적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대 필수재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HBM은 없어서 못 파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올 하반기로 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신기록이 계속 새롭게 쓰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이들 기업으로부터 HBM을 더 확보하기 위해 엔비디아, 구글, AMD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잇달아 방한하는 등 물량 선점을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94조 8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매출 133조 9000억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79조 1400억원 대비 69% 늘었고, 영업이익도 6조 6900억원에서 756% 수직 상승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해 4분기에 올린 매출 93조 8374억원, 영업이익 20조 737억원이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단 1개 분기만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인 43조 6011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 같은 호실적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활약 덕분이다. DS 부문은 올 1분기 매출 81조 7000억원, 영업이익 53조 7000억원을 거뒀다. 이는 삼성전자 올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약 94%에 달한다.

다만 DS 부문도 사업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파운드리의 경우 고객사 확보의 어려움과 수율 안정화 지연 등의 여파로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설계 사업을 하는 시스템LSI는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HBM을 필두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비메모리의 부진을 완전히 메운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꺾고 미국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빅테크 영업이익 순위 ‘톱5’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 52조 5763억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98% 늘었고, 영업이익은 406% 껑충 뛰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인 72%를 달성했다. 이는 해외 빅테크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주요 빅테크의 영업이익률은 엔비디아의 경우 65%, TSMC는 58.1%, MS는 47%, 메타는 41%, 알파벳은 31%를 각각 기록했다.

통상 반도체업계에서 1분기는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립 등 AI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면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아울러 AI가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다양한 서비스 환경의 실시간 추론을 반복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도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수립·실행하는 자율성을 갖춘 AI를 말한다. 그동안 챗봇 형태의 AI가 사용자 질문에 백과사전처럼 정보를 찾아주는 데 그쳤다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AI가 똑똑해질수록 생성·저장·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도 커지는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16단 제품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모형. 사진=SK하이닉스

◇ HBM 수요 폭증에…삼성·SK, 생산력 확보 총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날로 폭증하는 HBM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생산 능력을 갖춰 빅테크들의 수요를 모두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두 기업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HBM 생산 능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캠퍼스 4공장(P4)을 연내 풀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완공 날짜를 당기는 데 매진하고 있다. 50조원이 투입되는 P4에는 4개 반도체 클린룸이 들어서는데 현재 절반인 두 곳만 가동 중이다. P4 상동(Ph4) 라인의 경우 오는 7월, 하동(Ph2) 라인은 11월 각각 가동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평택 5공장(P5)도 이달 본공사에 돌입했다. P5는 6개 클린룸을 갖출 예정으로 총 공사비만 약 80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역시 HBM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에 지난해보다 많은 투자를 쏟을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투자는 미래 인프라 준비와 수요 대응을 위한 핵심 장비 확보를 위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설비 투자에 30조 1730억원을 집행했다.

올해 투자는 충북 청주의 D램 생산기지인 M15X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의 조기 구축,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 청주 패키지&테스트7(P&T7) 구축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P&T7은 반도체 칩을 제품 형태로 완성하고, 품질을 최종 검증하는 반도체 후(後)공정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말한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은 HBM과 같은 AI 메모리반도체 제조에 있어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주선 기자 lee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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