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은 조병진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머리카락보다 얇은 반도체 층’에 새로운 소재를 적용해, 전자의 이동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출입문’ 구조를 구현, 3차원 V-낸드(NAND) 메모리의 고집적화 한계를 극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를 쓰고 지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속도 저하 및 신뢰성 문제를 신소재인 ‘붕소 산질화물(BON)’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반도체 메모리에서 데이터가 드나드는 통로인 터널링층(Tunneling Layer)은 그간 성능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설명이다. ‘터널링 층’은 절연층의 일종으로, 메모리 셀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매우 얇은 통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기존 소재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존 소재인 ‘실리콘 산질화물(SiON)은 데이터를 지우기 위해 통로를 넓히면 저장된 데이터가 밖으로 새 나가고, 반대로 입구를 좁히면 데이터 삭제 속도가 너무 느려지는 ‘트레이드 오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메모리 셀 하나에 ‘5비트’ 정보를 저장하는 차세대 펜타 레벨 셀(PLC) 기술 구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설명했다. PLC란, 하나의 메모리 셀에서 32단계의 전압 상태를 구분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즉, 같은 크기의 메모리에서도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실리콘 소재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소재인 ‘BON’을 터널링층에 적용했다. 해당 소재는 전하 종류에 따라 문턱 높이가 달라지는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활용해 데이터를 지울 때 필요한 전하(정공, hole)는 쉽게 통과시키고, 저장된 데이터를 의미하는 전자(electron)는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비대칭 에너지 장벽’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비대칭 에너지 장벽이란, 전하가 이동할 때 넘어야 하는 에너지 장벽의 높이가 전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르게’ 형성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지울 때는 전하가 쉽게 이동하도록 도우면서도, 저장된 데이터인 전자가 외부로 누설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처럼, 들어올 때는 잘 열리고 나갈 때는 굳게 닫힌다는 의미에서 ‘스마트 출입문’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실험 결과, BON 터널링층을 적용한 소자는 기존 대비 데이터 삭제 속도가 최대 23배 향상했으며, 수만 번 반복 사용 이후에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는 탁월한 내구성을 보였다. 특히, 32개 미세한 전압 상태를 구분해야 하는 초고난도 펜타 레벨 셀 동작에서도 소자 간 데이터 분포를 3배 이상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논문 수준 연구를 넘어, 실제 반도체 양산 공정에 즉시 적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조병진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차세대 초고용량 메모리 제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독창적 기술”이라며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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