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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KAIST 교수 한지 두루마리 논문, 英 박물관에 영구소장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기술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기억을 어떻게 되살릴지를... 교수는 "AI 시대에도 예술은 비물질적 이미지에만 머물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감각과 경험은...

KAIST 교수 한지 두루마리 논문, 英 박물관에 영구소장

이짅준교수 옥스퍼드대 박사논문 '비어있는 정원(Empty Garden)'

한국 현대 작가 첫 영국 애쉬몰린 박물관 정식 구입·영구 소장

데이터 기술·동양의 미학 결합…韓 예술·학문 성과 문화유산 '인정'

[대전=뉴시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진준 교수. 그의 논문 'Empty Garden'이 한국 현대 작가 최초로 세계 최고 대학박물관인 영국 애쉬몰린 박물관에 영구 소장, 전시된다.(사진=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한지 두루마리 형태의 한국인 박사 논문이 영국 최고 대학박물관에 전시돼 전 세계 사람들에 소개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진준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옥스퍼드대학교 박사논문 '빈정원–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의 리미노이드 여행(Empty Garden–A Liminoid Journey to Nowhere in Somewhere)'이 영국 애쉬몰린 박물관(Ashmolean Museum)에 한국 현대 작가 처음으로 정식 구입돼 영구 소장·전시된다고 26일 밝혔다.

애쉬몰린 박물관은 지난 1683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박물관으로 루브르보다 110년, 대영박물관보다 76년 앞서 서양 지성사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한 이 곳에서 생존 작가의 박사논문을 구입해 영구 컬렉션에 포함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이진준 교수의 논문 '빈정원'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마음속에 그리던 '의원(意園·실제가 아닌 마음속에서 상상으로 가꾸는 정원)' 개념을 현대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연구이자 작품이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기술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기억을 어떻게 되살릴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 논문서 이 교수는 '데이터 가드닝(data gardening)'이란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대신 정원을 가꾸듯 천천히 다루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각과 사유를 회복하려는 새로운 접근이다.

길이 10m에 달하는 한지 두루마리 형식 또한 이 논문이 갖는 특징이다. 독자들은 논문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되고 동아시아 정원의 '거닐기'를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움직이며 느끼고 사유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 논문은 총 9개의 한지 두루마리로 제작됐으며 이 중 하나를 애쉬몰린 박물관에서 정식 구입해 영구 소장·전시한다.

[대전=뉴시스] KAIST 이진준 교수의 10m 두루마리 형식의 박사논문(empty garden)이 15세기에 건립된 옥스퍼드대학교 유니버시티 교회에 전시된 모습.(사진=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이 논문은 지난 2020년 옥스퍼드대학교 순수미술 철학박사(DPhil)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수정 없음(No Corrections)' 판정을 받으며 학문적 완결성도 인정받았다. 2년 반 만에 완성돼 당시 옥스퍼드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로 크게 주목했었다.

애쉬몰린 박물관의 엘리스 킹 중국·한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인 셸라 베인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 박사의 빈정원(Empty Garden)을 영구 컬렉션으로 소장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 긴 사색적 두루마리는 재료와 기법, 안에 담긴 문화·지적 지식의 폭과 깊이, 다양한 공간을 제시하는 복합적 구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옥스퍼드에서 논문을 집필하던 당시 다리 부상으로 휠체어 생활을 하며 '움직임과 멈춤'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는 이진준 교수는 "AI 시대에도 예술은 비물질적 이미지에만 머물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감각과 경험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데이터를 넘어 인간이 몸으로 경험하고 사유하는 새로운 감각 체계를 제안하고자 했다"면서 "서구 지성사의 대표적 박물관에 보관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양적 사유가 AI 시대의 새로운 감각 체계를 잇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지속 읽히고 논의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AIST에서 예술가로서는 처음으로 전임교수에 임용된 이 교수는 현재 옥스퍼드대학교 엑시터 칼리지 방문교수, 뉴욕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예술·기술·인문학의 융합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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