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내는 플랫폼 입증…PB안착에 글로벌 성장성까지 갖춰
“회사 실적에는 자신이 있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무신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영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던진 말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무신사의 자신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매출 1조4700억원에 영업이익 1400억원, 영업이익률 10%라는 지난해 성적표를 공개한 무신사가 이제 공모주 시험대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한다.
신발브랜드 매장 무신사 킥스 전경(사진:무신사)
◇ ‘8조~10조’ 몸값 근거... 플랫폼 그 이상의 가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장주관사(한국·씨티·KB·JP모건)를 선정한 무신사는 기업가치(밸류)가 8조원에서 10조원 수준으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는 무신사의 장외 주가 기준 시가총액이 5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하방 기준 최소 밸류만 6조~7조원에 이를 것이란 게 대체적 평가다.
거론되는 밸류 상으론 무신사는 IPO 시장에서 구다이글로벌과 함께 올 최대어로 꼽힌다. 무엇보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이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라 어떠한 규제 대상도 아닌 무신사는 기관과 외국인은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다.
IB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다변화돼 있다는 점에서 보다 고도화한 밸류에이션 산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으로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같은 국내 패션 브랜드 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무신사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놓고 보면 쿠팡, 네이버, 컬리 등 내수 중심의 한정된 확장 가능성이 무신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무신사의 지난해 수출액은 500억 원 가까이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며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무신사 상장 주관사단 선정 경쟁 PT 과정에서 유니클로, 자라, 넷플릭스, 하이브, 닌텐도, 쿠팡 등의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이 비교군으로 오르내렸던 것만 보더라도 무신사 성장 가능성을 쉽게 재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방증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밸류에이션에 큰 기대감을 거는 핵심 요인으로 확실한 이익 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커머스로 범위를 확장해봤을 때 11번가, SSG닷컴,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이 상장에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없는 성장' 때문이었다.
반면 무신사는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 10% 상회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 발생 △PB(무신사 스탠다드)의 높은 마진율 등으로 수익성을 명확히 증명해냈다. 실제로 무신사는 2012년 주식회사로 법인을 설립한 이래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신사 실적(자료:사업보고서)
더욱이 무신사는 ‘오프라인 접점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불황과 대외 불확실성 우려 등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는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 매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성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된다. 또한 리빙,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다각화된 사업 구조는 특정 카테고리에 편중된 리스크를 분산시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 이익 대폭 개선에 ‘주도권’ 무신사로…최대 15조 밸류 노려 볼 수도
무신사 상장 시점은 이르면 올 하반기 예비심사청구를 거쳐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점쳐진다. 다만 무신사 경영진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영준 CFO도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실적을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시장과 소통하며 적절한 상장 시점과 베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을 포함해 자본 시장에서 제기되는 기업가치(8조~10조)에 대해서도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현재 무신사는 KKR(콜버그크래비스로비츠), 웰링턴 매니지먼트 등 글로벌 큰손 투자자들을 주주로 두고 있다. 이들 엑시트(투자금 회수) 요구와 시장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현금 동원력을 확보한 만큼 무신사가 시장 흐름에 휘둘리기보다는 스스로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신사 여성 패션·리빙브랜드 29CM(사진:무신사)
이는 지난해 매출 성장률(18%)보다 영업이익 증가폭(36.7%)이 2배 이상 커지는 등 본격적인 ‘고정비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 구간에 접어들었기에 가능한 스탠스다. 앞으로 이익 개선폭은 더 클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오랜기간 일정 수준의 고정비 투자를 집행하고 나면 임계점을 넘어선 이후부터 별도로 고정비 투자 없이 수익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 대표적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와 광고선전비를 살펴보면 지난 2025년에 무신사는 각각 전년 대비 15%, 10% 늘려서 집행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 폭이 훨씬 컸는데, 효율적 고정비 통제가 입증된 것이다.
최근 진행된 무신사 NDR(논딜로드쇼)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무신사의 독보적인 K-패션 인큐베이팅 역량과 감도 높은 큐레이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파페치, 잘란도, 조조 등의 여러 패션 플랫폼들이 있지만 명품과 해외 브랜드 중심의 이들과 달리 무신사는 ‘한국만의, 한국적인 브랜드’를 육성하고 유통할 수 있는 파워 플레이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소구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독립된 패션 브랜드로서 ‘무신사 스탠다드’도 지난해 매출이 4500억원대로 성장한 데다 올해는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밸류에이션 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 상장은 국내 패션 산업이 자본의 힘을 빌려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상장 이후 플랫폼과 브랜드 사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본다면, 최대 15조 원까지의 기업 가치 재평가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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