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제작한 이미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이 1~2년 새 50개에서 150개로 급증했다. 일부는 이미 연간 수천 대 양산 체계를 갖췄고 부품 하나를 조달하는 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
반면 한국은 협동·물류·웨어러블 중심으로 아직 양산 체계 자체가 없는 수준이다. 적자라는 현실과 도약이라는 기대 사이에서 K-로봇이 마주한 또 다른 현실은 바로 중국이다.
◆ 500만원대 휴머노이드…유니트리가 쏘아올린 가격 파괴
지난해 7월 상하이 세계AI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유니트리 R1은 5900달러(약 880만원)짜리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현재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완성형 휴머노이드 가운데 세계 최저가 수준이다. 한때 수십만 위안을 호가하던 가격이 올해 들어 1만위안(약 220만원)대까지 내려오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 진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숫자도 놀랍다. 유니트리의 2025년 매출은 17억위안(약 3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급증했다. 매출총이익률은 59.5%에 달하고 순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판매한 휴머노이드만 5500대, 올해 목표는 2만대다.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으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0조원에 달한다.
가격 경쟁력의 뿌리는 공급망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부품 원가를 비교한 결과 알루미늄 압출 부품은 중국이 미국의 8% 수준에 불과했고 액추에이터도 30~40% 저렴했다. 3D 프린팅 부품 역시 절반 이하였다. 상하이·선전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형성된 부품망 덕분에 로봇 시제품 수정이 실리콘밸리에서 몇 주 걸리는 것과 달리 하루 안에 끝난다.
◆ "짝퉁이 아니다"…소프트웨어까지 삼킨 중국 로봇
중국 로봇을 단순 모방품으로 보는 시각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바바·바이두·바이트댄스 등 빅테크들이 자체 LLM을 로봇에 접목하며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함께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딥시크 쇼크 이전부터 준비된 구조다.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 대표이사는 "하드웨어는 중국, 두뇌는 미국이라는 단층적 시각으로는 중국 로봇 생태계를 제대로 볼 수 없다"며 "중국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AI 모델을 키울 데이터까지 동시에 생성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미래에셋에서 32년간 재직하며 25년간 중국 기업 투자·자산운용을 해온 그는 중국 감독기관 등록 한국인 펀드매니저 1호다.
전기차 업체들의 가세도 변수다. 샤오펑은 광저우에 11만 제곱미터 규모의 휴머노이드 전용 양산 기지를 착공했고 BYD는 올해 생산라인 내 로봇 투입 규모를 2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배터리·액추에이터·모터 등 전기차와 70~80% 부품이 겹치는 구조에서 나오는 원가 경쟁력이다. 신 대표는 "지금은 스타트업 난립에서 M&A 재편으로 넘어가는 초입 단계"라며 "전기차 시장의 재편 과정을 로봇에서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연구원은 "중국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크다"며 "이미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는 가운데 미국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수 요건이 됐다"고 분석했다.
◆ 완성기 정면 승부는 없다…K-로봇의 생존 경로
그렇다고 K-로봇의 활로가 없는 건 아니다. 방향이 다를 뿐이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손잡고 아틀라스에 AI 두뇌를 탑재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산 대비 원가가 10배 이상 높지만 AI 고도화를 통한 프리미엄 전략이다. 아틀라스는 올해 양산 궤도에 진입해 2028년부터 현대차 미국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대도 시작됐다. 산업통상부 주도로 현대차·삼성·LG·두산로보틱스·로보티즈 등이 참여한 'K-휴머노이드 연합'이 출범했고 정부는 제조 AX 관련 투자수요를 1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 중 휴머노이드 부문만 6조6000억원에 달한다.
흥미로운 건 중국 생태계에 직접 올라타는 전략도 등장했다는 점이다. LG전자와 미래에셋그룹은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애지봇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신 대표는 "완성기보다 밸류체인 어딘가에 우리가 있어야 한다"며 "중국과 싸울 링을 잘못 고르면 전기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연구원은 "공급망 선점과 핵심 부품 기업 선별이 향후 3~5년간 로봇 투자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중국 공급망을 활용하는 업체가 원가와 개발 속도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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