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장률 0.2%p 하향…에너지·금융시장 불안 영향 반영
한국 성장률 유지됐지만 물가 전망 0.7%p 상향 조정
전쟁 장기화 시 성장률 2%대 추락 가능성도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동 전쟁 여파를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한국은 성장률을 방어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도 국내 경제는 ‘성장 유지·물가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그래픽=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동 전쟁 여파를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한국은 성장률을 방어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도 국내 경제는 ‘성장 유지·물가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14일 IMF가 발표한 ‘2026년 4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1%로 제시됐다. 지난 1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내년 성장률은 3.2%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IMF는 이번 보고서 부제를 ‘전쟁의 그림자 속 세계 경제’로 설정하며 중동 지역 긴장이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확대, 금융시장 위험회피 심리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성장 둔화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이러한 충격이 단순한 단기 변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요·투자 심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올해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구조적 특성으로 내년 성장률은 2.1%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유로존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올해 성장률이 1.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내년 전망치는 1.2%로 제시됐다. 일본은 올해 0.7%, 내년 0.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흥·개도국 성장률은 올해 3.9%로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아졌고, 중국은 올해 4.4% 성장 후 내년 4.0%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중동 지역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쟁 영향이 직접 반영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4.5%에서 3.1%로 1.4%포인트 크게 하향 조정됐다. 지정학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세계 물가 상승 압력도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IMF는 글로벌 물가상승률을 4.4%로 제시하며 지난 1월보다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IMF는 중동 전쟁의 경제적 파급이 성장률보다 물가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원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방위적인 비용 압력으로 전이되며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성장률은 방어…물가 상승 압력 확대
이 같은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는 성장률 측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지만, 물가 부담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9%로 제시하며 지난 1월 전망을 유지했다. 이는 선진국 평균인 1.8%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역시 2.1%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정부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도 한국 성장률이 유지된 데 대해 수출 흐름과 정책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했다. 중동 전쟁 영향이 일부 반영됐지만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대응이 이를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은 뚜렷하게 커졌다. IMF는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5%로 제시하며 기존 연례협의 당시 전망치(1.8%)보다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1.9%로 다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이번 전망이 중동 전쟁이 수주 이상 지속된 이후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올해 중반부터 에너지 생산과 수출이 정상화된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쟁 상황이 악화될 경우 성장률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분쟁이 심화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2.5% 수준으로 낮아지고, 극단적인 경우 2% 안팎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동시에 물가 상승률 역시 악화 시 5.4%, 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6%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IMF는 “현재 세계 경제는 하방 리스크가 지배적인 상황”이라며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 보호무역 확산, 인공지능(AI) 수익성 기대 재조정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하방 위험이 분명히 커졌다”며 “전쟁의 영향은 국가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충격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무역 긴장 완화나 AI 기반 생산성 향상이 조기에 나타날 경우 경기 회복을 이끄는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 대응과 관련해서는 통화 정책의 경우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유지하되, 국가별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 정책 역시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취약계층 지원을 병행하되 한시적이고 신속한 집행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린차스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시장은 이미 높은 금리를 선반영하고 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라면 중앙은행은 일정 기간 관망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물가 안정을 위해 단호하게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환율 정책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환율 조정이 허용돼야 하며, 이를 통해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가격 상한제나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는 시장 왜곡 가능성을 지적하며,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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