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벤처 자본잠식 경고등…‘감자·증자 처방’만으로는 VC 보릿고개 넘기 어렵다
노바벤처가 처한 상황도 이 지점에서 봐야 한다. 회사는 2010년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된 뒤 여러 차례 감자와 증자를 반복했다. 2013년과 2016년에 이어 2021년에는 60%가 넘는 대규모 감자를 단행했다. 이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의 자본 전환 등을 통해 자본금을 다시 늘렸지만, 재무 안정성은 오래 유지되지...[본문 중에서, 그래픽_AI 및 뉴스워커 편집]
노바벤처캐피탈이 자본잠식 사유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한 벤처캐피탈의 재무 건전성 문제지만, 들여다보면 중소형 VC들이 처한 현실이 압축돼 있다. 펀드는 새로 못 만들고, 회수는 늦어지고, 고정비는 계속 나가는 구조에서 자본금 보강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노바벤처의 과제도 단순히 자본잠식률을 낮추는 데 있지 않다. 감자와 증자로 장부를 고치는 단계를 넘어, 다시 돈을 맡길 만한 운용사라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자본잠식으로 경영개선 요구…노바벤처에 켜진 경고등
노바벤처캐피탈은 중기부로부터 자본잠식 사유로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벤처투자회사의 경영 건전성 기준으로 자본잠식률 50% 미만을 두고 있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자본금 확충, 이익배당 제한 등 경영개선 조치가 요구될 수 있다. 기한 내 개선하지 못할 경우 추가 제재나 등록 취소 가능성도 거론될 수밖에 없다.
자본잠식은 단순한 회계 숫자가 아니다. VC 업종에서는 영업 기반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VC는 제조업처럼 제품을 팔아 매출을 내는 회사가 아니다. 펀드를 결성하고, 이를 운용하면서 관리보수를 받고, 투자 기업을 회수하면서 성과보수를 얻는다. 결국 펀드 결성과 회수가 막히면 수익 구조 전체가 흔들린다.
노바벤처가 처한 상황도 이 지점에서 봐야 한다. 회사는 2010년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된 뒤 여러 차례 감자와 증자를 반복했다. 2013년과 2016년에 이어 2021년에는 60%가 넘는 대규모 감자를 단행했다. 이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의 자본 전환 등을 통해 자본금을 다시 늘렸지만, 재무 안정성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감자와 증자는 필요한 처방일 수 있다. 누적 손실을 정리하고 새 자본을 넣으면 당장 자본잠식률은 낮아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벌어들이는 돈이 늘지 않으면 같은 처방을 다시 반복하게 된다. 노바벤처의 이번 경영개선 요구가 단순 재무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감자와 증자의 반복…장부는 고쳐도 영업력은 따로 증명해야
노바벤처의 재무 이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감자와 증자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감자는 손실을 털어내기 위한 장부 정리 성격이 강하다. 증자는 다시 자본을 채우는 방식이다. 둘 다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그것만으로 회사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VC의 본질은 결국 운용 능력이다. 출자자로부터 돈을 모으고, 좋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적절한 시점에 회수하는 선순환이 돌아가야 한다. 이 흐름이 막히면 자본금은 빠르게 소진된다.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심사역 유지 비용은 계속 나가지만, 신규 펀드가 없으면 관리보수 수입은 줄어든다. 회수 성과가 없으면 성과보수도 기대하기 어렵다.
출처_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
노바벤처는 매그넘창업초기1호투자조합 100억원, 비오케이 M&A 1호 펀드 43억원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펀드 모두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펀드 만기는 단순히 운용 기간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출자자에게 성과를 설명해야 하는 시점이자, 다음 펀드를 만들 수 있는지 평가받는 자리다.
만기 펀드에서 의미 있는 회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신규 출자자 설득은 더 어려워진다. 특히 행정처분 이력까지 겹치면 출자자 입장에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노바벤처가 넘어서야 할 벽은 자본잠식률 50%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다시 맡겨도 되는 운용사인가”라는 시장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노바벤처만의 문제 아니다…소형 VC 전반으로 번진 재무 압박
노바벤처 사례는 개별 회사의 재무관리 실패로만 보기 어렵다. 벤처투자 시장이 식으면서 중소형·신생 VC 전반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 기준으로 중기부의 행정처분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 그중 자본잠식에 따른 경영개선 요구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호황기에는 VC 설립이 비교적 쉬웠다. 팬데믹 시기 유동성이 넘쳤고, 스타트업 몸값도 빠르게 올랐다. 새 운용사가 생겨도 돈을 모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상장시장이 닫히고, 기업가치가 조정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출자자들은 검증된 중대형 운용사로 몰리고 있다. 업력이 짧거나 성과가 부족한 소형 VC에는 돈이 잘 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소형 VC는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펀드를 만들지 못하면 투자를 못 하고, 투자를 못 하면 트랙레코드를 만들 수 없다. 트랙레코드가 없으니 다음 펀드는 더 만들기 어렵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고정비는 그대로다. 이런 악순환이 길어지면 자본잠식은 시간문제가 된다.
행정처분은 이 악순환을 더 가속할 수 있다. 시정명령 미이행이나 반복적인 경고 이력은 정책 출자사업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VC에는 치명적이다. 한 번 경영개선 요구를 받으면 단순히 체면이 깎이는 수준이 아니라, 다음 펀드 결성 기회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
라이선스 반납까지 이어지는 시장…‘좀비 VC’ 정리는 불가피한가
실제로 일부 VC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고 있다. 투썬인베스트먼트는 한때 운용자산을 1000억원대까지 키웠지만, 자본잠식 사유로 시정명령을 받은 뒤 결국 VC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지난해에도 여러 VC의 등록이 말소되며 시장 재편 흐름이 뚜렷해졌다.
업계에서는 라이선스는 갖고 있지만 실질적인 투자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VC’ 문제도 거론된다. 펀드를 새로 만들지 못하고, 기존 펀드 운용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VC지만 실제로는 투자 생태계에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런 운용사를 정리하는 것은 시장 신뢰 회복 측면에서 필요하다. 출자자 돈을 받아 운용하는 업종인 만큼 최소한의 재무 건전성과 전문인력, 내부통제 체계는 갖춰야 한다. 자본잠식 상태가 장기화되고 투자 활동도 없다면 등록 유지의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구조조정이 곧바로 긍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소형 VC가 모두 사라지고 대형 VC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초기기업 투자나 지역 기반 투자, 틈새 산업 발굴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벤처투자 시장에는 큰돈을 굴리는 운용사도 필요하지만,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운용사도 필요하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생존 가능한 운용 역량이다.
정상화의 조건…자본 확충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 회복
자본잠식에 빠진 VC가 정상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단순히 돈을 더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엔벤처스 사례는 이를 보여준다. 엔벤처스는 자본잠식과 전문인력 미달 문제로 중기부의 경영개선 요구와 시정명령을 받았고, 이후 대표 체제를 바꾸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며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다.
VC는 인력 산업이다. 투자 판단을 내릴 사람, 출자자를 설득할 사람, 포트폴리오 기업을 관리할 사람, 회수 전략을 짤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자본금을 채워 넣어도 전문인력이 부족하거나 투자전략이 흐릿하면 출자자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행정처분을 받은 운용사일수록 이 부분을 더 강하게 증명해야 한다.
노바벤처도 마찬가지다. 자본잠식률 개선은 첫 단계일 뿐이다. 이후 어떤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할지, 기존 펀드 만기를 어떻게 관리할지, 신규 펀드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전문인력과 내부통제 체계를 어떻게 보완할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단순히 “경영개선 요구를 이행 중”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시장의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감자와 증자를 반복해 온 이력이 있는 회사라면 재발 방지 계획이 더 중요하다. 출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증자가 마지막 처방인지, 아니면 몇 년 뒤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따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노바벤처가 회복해야 하는 것은 재무제표상의 자본만이 아니라 시장 신뢰다.
관전 포인트, 숫자 이후의 실행력을 봐야
노바벤처캐피탈의 경영개선 요구는 중소형 VC 시장이 어디까지 몰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자본잠식률을 낮추는 작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최소 요건일 뿐이다. 진짜 평가는 그 이후에 시작된다.
벤처투자 시장은 이미 호황기의 문법에서 벗어났다. 예전처럼 펀드가 쉽게 결성되고, 투자기업 몸값이 자연스럽게 오르고, 상장이나 후속 투자로 회수가 이어지던 환경이 아니다. 이제 출자자들은 운용사의 과거 실적과 리스크 관리 능력, 회수 경험을 더 꼼꼼히 본다. 소형 VC에는 더 불리한 시장이다.
노바벤처가 이 국면을 넘어서려면 자본 확충과 함께 운용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정 산업이나 단계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주거나, 기존 포트폴리오 회수를 통해 실적을 증명하거나, 새 주주 및 전문인력을 통해 신뢰를 보강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단순한 장부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사안은 한 운용사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중소형 VC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벤처투자 시장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단순히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것과 실제로 돈을 모으고 투자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노바벤처가 경영개선 요구를 계기로 체질 개선에 성공할지, 아니면 소형 VC 구조조정 흐름 속 또 하나의 경고 사례로 남을지는 자본잠식 해소 이후의 실행력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인기키워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