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덕민 울산 동구의회 의원
HD현대중공업과 울산 동구는 오래된 친구다. 1972년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착공하고 1974년 첫 초대형 유조선 '아틀란틱 배런호'를 인도하던 그 역사의 순간부터 동구와 HD현대중공업은 한 배를 탄 동반자였다. 동구의 발전이 곧 HD현대중공업의 역사였고, HD현대중공업의 성장 또한 동구 주민들의 땀방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이 오랜 친구의 현재 모습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최대의 경사를 맞이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조39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수년 전 불황의 그늘을 완전히 털어내며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거침없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울산 동구가 처한 현실은 참담하다. 지방재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지역 상권은 말라붙어 있다. 동구는 올해 당초예산에서 공무원들의 월급마저 2개월치를 편성하지 못했고, 주민 숙원사업인 동구노인회관 건립 사업은 행정 절차를 마쳤음에도 예산 부족으로 멈춰섰다. 어렵게 국비를 확보한 해양레저관광거점사업 역시 동구가 부담해야 할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상권도 오랜 침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 상권분석 서비스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 6월 울산 전체 매출 추정치 4,420억원 가운데 남구가 1,831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동구는 511억원으로 5개 구·군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동구의 위기에는 HD현대중공업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과거 조선업 불황기를 거치면서 HD현대중공업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주민들의 삶과 밀접했던 주요 문화·복지시설의 운영을 중단하거나 매각했다. 결국 기업이 내려놓은 그 짐을 떠안은 것은 행정이었다.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시설을 방치할 수 없었던 동구는 HD현대중공업이 운영하던 서부회관과 동부회관을 매입해 공공시설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각각 37억, 102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할 운영비는 제외한 수치다.
주민 입장에서는 과거부터 이용하던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 체감하는 복지는 제자리인데 행정의 부담만 커졌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조선소 일자리 대부분을 지역 내 정착과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외국인들이 채우면서 조선업 호황의 낙수효과가 지역사회로 충분히 퍼지지 못하고 있다.
동구의 등록외국인 수는 2021년 2,900여명에서 올해 1만1,000여명까지 급증했다. 불과 몇 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약 8,800명이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주민들은 몇 년 돈을 벌기 위해 동구로 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과거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동구에 터를 잡고 살아갈 내국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 했다. 동구는 조선업이 불황이었을 때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어려움을 견뎠다. 조선업 불황 극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늘려달라고, 지원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소 일자리가 사라져 노동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때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기업이 운영하던 복지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는 행정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주민들의 불편을 메웠다.
이제는 HD현대중공업이 동구에 손을 내밀 차례다. 동구는 교육과 문화, 복지 등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인프라가 울산에서 가장 열악하다.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동구의 힘만으로 부족함을 채우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필요한 것은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과 지역 상권 활성화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사회 환원이다. HD현대중공업의 호황이 동구 주민들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진다면 비로소 지난 50년의 동행은 진정한 상생의 역사로 완성될 것이다.
사덕민 울산 동구의회 의원
사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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