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모듈·4헤드’ 구조 vs 플럭스 공정 특허 충돌
SK하이닉스 공급망 다변화 속 주도권 경쟁 심화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 4'./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의 핵심 장비인 열압착(TC) 본더를 둘러싸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 특허 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분쟁의 출발점은 2024년 12월이다. 한미반도체가 먼저 소송을 제기하며 포문을 열었다. 회사 측은 201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2모듈·4헤드’ 구조의 TC 본더 특허를 근거로 들었다.
복수의 본딩 헤드를 동시에 구동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이 방식은 HBM 적층 공정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은 핵심 기술이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 장비가 이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한화세미텍은 지난해 5월 특허 무효 소송으로 대응했다. 단순 방어를 넘어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10월에는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모델 ‘그리핀’과 ‘드래곤’이 자사 플럭스(접합용 화학물질) 도포 및 평탄화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약 10억원 규모 손해배상과 장비 폐기까지 요구했다.
관련 사건은 지난 9일 첫 변론기일이 열리며 본격 심리에 들어갔다.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한미반도체는 “HBM용 TC 본더를 세계 최초로 개발·공급하며 시장 표준을 정립했다”며 후발주자의 법적 공세로 규정했다.
특히 해당 특허의 비침해가 명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사용권과 무효 입증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Expert'./ 연합뉴스
반면 한화세미텍은 “모든 기술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된 결과물”이라며 기술 독자성과 시장 검증을 내세운다. 특허 침해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술적 쟁점도 분명하다. TC 본딩은 열과 압력을 가해 D램 칩을 연결하는 ‘마이크로 범프’를 눌러 접합하는 방식으로, 현재 HBM4(6세대)까지 이어지는 주력 공정이다.
이 과정에서 플럭스는 칩 정렬과 산화막 제거를 담당하는 핵심 소재다. 균일한 도포와 정밀 검사 기술이 수율과 직결되는 만큼, 장비·소재·공정 전반에서 특허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분쟁의 배경에는 단순한 특허 다툼을 넘어 공급망 주도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가 2024년 3월 한화세미텍과 TC 본더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한미반도체 중심 구조를 다변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으로부터 각각 552억원, 805억원 규모 장비를 도입했으며, 싱가포르 ASMPT 장비도 일부 병행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HBM 생태계 내 ‘표준 경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본다. 특정 특허가 유효성을 인정받을 경우 경쟁사의 장비 설계 변경이나 판매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복수 공급 체제가 구축된 만큼 단기적인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적 다툼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한화세미텍이 제기한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은 6월 18일로 예정돼 있으며, 한미반도체가 제기한 소송은 아직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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