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00만원 미만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규제 공백⋯고의·중과실 미충족" 판단 이끌어내
당국 공세, 정당하지 않게 꺼내들어 윽박지르기 '이미지 메이킹'...지갑 특정 근거대라 압박
명확히 성격 밝혀보자 '암니옴니' 논쟁, 작은 논리 허점 크게 확대로 이긴 과거 저격수들 영입
우리은행 DLF 건 담당 변호사 영입...불명확한 규정으로 책임 못 물어 기존구조 차용
삼성생명 즉시연금 건, 당국 심리 실질적으로 받아 논리...당사자 면전에서 "횡재노려" 초강수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금융 당국과의 대립각으로 관심을 모은다. 경우에 따라서는 규제감독당국 판단에 소송으로 맞설 수도 있지만 행정소송에서 어느 정도 공세적으로 임하느냐에는 사안별로 회사마다 온도차가 있다. 10일 업권에 따르면 두나무는 단순히 경력이 화려한 '전관 출신'이라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금융 관련 소송에서 당국 논리를 완전히 무력화하는 전면전을 주저하지 않는 변호사들을 투입, 좋은 성과를 얻어냈다. 항소심 이후에서도 이 변호인단 구성 전략을 대체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전면전 기조의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 지루한 서면 전쟁 아니라 적극적 논쟁 불사...두나무, 지갑 어떻게 특정했나 몰아붙여
지난해 2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해외 미신고 사업자 19사와 총 4만5000건에 달하는 거래를 지원하고, 고객확인(KYC) 의무 위반 등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위반했단 이유로 두나무에 3개월 영업 일부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두나무는 고의·중과실 여부를 두고 당국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당국의 구체적인 조치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두나무는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면서, "피고(FIU)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고의 또는 중과실 요건이 충족되기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취해야 할 조치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 사업자와 거래가 발생했단 결과만으로 자금세탁 행위와 공중협박 자금조달 행위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처럼 전적으로 승소 판단이 나온 것에는 법리 구성도 탁월했지만, 당국과의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공세적 태도가 한몫을 거들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로 한 변론기일에 두나무 측 대리인들은 FIU 측에 대해 '형평성을 잃은 논리' 내지 '불성실 소송태도'로 강한 몰아붙이기를 시도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두나무 측 변호인단은 “FIU가 고팍스 사례를 근거로 들며 강력한 차단 조치를 요구하지만 고팍스는 거래 규모가 미미하고 추가 기술을 적용할 여력이 없어 이를 대형 거래소에 그대로 권고·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현실을 너무 모르고 경제적 여파가 극심할 사안에 조그만 과거 케이스를 가져다 붙이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 셈.
송치형 두나무 회장(창업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 상위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에 연설자로 초청됐다.[사진=트럼프밈 X계정]
특히 "FIU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채 서면 일부 문단을 인용해 문제 삼은 만큼 이 주장은 철회돼야 한다"고도 공세를 폈다. 두나무 측 변호인단은 "FIU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지갑을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 처분 사유를 어떻게 확정했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피고가 원고가 취한 조치의 적정성을 불분명하게 다루는 만큼 명확한 조치와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적 조치가 원님재판식으로 불분명하게 이뤄졌다는 심증을 재판부에 형성하도록 적극적으로 기회를 살린 것.
이에 대해 FIU 변호인단은 "원고 측이 서면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므로 관련 자료를 확인해 추후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답했지만, 공세적으로 즉각 공방전을 치르길 마다않는 두나무 측 전략에 말려들어 논쟁이 이어졌다. 구두변론을 원칙으로 하므로(통상적으로 물리적 한계를 이유로 '서면대로 진술하겠다'며 서류 재판을 하기는 함), 두나무 변호인단의 이런 공세는 말릴 근거가 없다.
특히 "100만원 미만 거래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이 없었던 상황에서 닥사(DAXA·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 지시에 따라 확약서 등을 시행하는 등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는 두나무 측 입장전개는 1심 판결에서 100만원 미만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규제 공백이 있고, 회사 측 고의·중과실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미충족됐다며 사실상 그대로 인용됐다.
이렇게 '규제 공백'을 파고드는 한편, 당국 조치가 '정당성 기반'이 없다고 흔드는 양면전략은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DLF)와 삼성생명 즉시연금 사건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두나무가 투입한 변호인단 중 특히 윤인성·이효제 변호사들 활동 이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 "지갑 특정한 근거 대라" 두나무 공세...우리은행 2심 '투자성향등급 불의타' 대처에서 배워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문제의 사안 당시 우리은행장)은 DLF 관련 행정소송을 대법원까지 진행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손 회장은 DLF 행정소송 1심의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유한) 화우와 김·장 법률사무소 소속 윤인성·곽병훈 변호사를 선택했었고. 고등법원에서는 법무법인 화우에 윤인성·곽병훈·김동국 변호사를 확대 투입했다. 상고심에서는 윤인성 변호사에 거물 박병대 전 대법관을 투입하는 투트랙으로 대응했다.
윤 변호사에게 대단히 만족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법원들은 전반적으로 우리은행 측 변호인단 논리의 손을 들어줬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DLF 관련 항소심(2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실효성의 의미를 행정처분 대상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런 논리 맥락에서 2심은 당국이 사후적으로 내부통제기준을 도출한 다음, 이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은 내부통제기준은 실효성으로 없다는 식으로 의무 위반 제재를 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금감원이 갑자기 2심에서 앞서 1심에 사용하지 않았던 공격 무기를 꺼낸 것(속칭 '불의타'를 가한 것)에 대해서도 두나무 변호인단 측 방어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투자자성향등급 임의상향 건은 우리은행 사건에서는 처분사유가 아니었다. 1심 때에는 다루지 않았던 것을 금감원이 2심에서 급히 꺼내들었던 것. 하지만 2심 법원은 해당 문제가 '마련의무'아 아니라 '준수의무' 위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CEO를 제재할 법령상 근거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밖에 없는데, 이걸 꺼내든다고 해서 CEO 제재 건이 되지 않는다고 법원이 선을 그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 측 변호인단은 갑자기 등장한 투자성향등급 건에 침착하게 대응, 성격에 대한 평가를 '다운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한 것. 금감원의 '회심의 공격'은 이런 우리 측 변호인단 노력에 '일단 많이 맞히면 떨어진다는 식'으로 '난사 공격'을 한 것으로 격하돼 버린 셈이다.
◆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삼성생명 즉시연금 변호인단 전략 눈길
이번에 두나무가 사건에 투입한 변호사 중 한 명인 이효제 변호사는 삼성생명과 금융감독원의 정면대결로 평가됐던 즉시연금보험 소송에서 활약했다. 삼성생명 측 대응 논리를 구축했던 호화 변호인단 중 하나였던 것.
금감원과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분쟁은 한 고객의 민원에서 시작됐다. 상품 약관에 사업비 등 운용수익을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는데도 공제를 했다며 삼성생명의 처사가 틀렸다고 주장한 것.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신청인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윤석헌 당시 금감원장이 이 즉시연금 분쟁조정 결과를 전 생명보험사가 적용해 일괄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이 권고를 거부하며 문제가 커졌다. 금감원은 직접적인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민원인에 대해 소송 지원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당국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상황이 됐던 것.
삼성생명 측 법률대리인들은 ▲ 가입자들이 주장한 "만기보험금에서 사업비용, 위험보험료 등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없어 알지 못했다"는 내용을 철저히 깨는 한편, ▲ '금감원=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조직'으로 몰아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논리를 펼쳤다. 분조위에서 동정론으로 약자 편을 든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논리를 세우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삼성생명 측 대리인들은 사실상 금융 당국이 이미 이 상품 구조에 대해 승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런 분조위 행위는 말을 바꿔 뜬금없이 돈을 내놓으라며 역성을 드는 선심성 행정을 펼친 것에 다름아니라고 몰아간 셈이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 측 대리인들은 한 공판기일에서 1시간동안 준비해온 프리젠테이션으로 가입자들 주장에 대해 전면 부정하고 나선 바 있다.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보험사는 약정금액만큼만 가입자에게 지급할 수 있고, 고배당 상품이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위험도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약관 내용에 대해 "만기보험금에 대한 설명은 한번에 설명하면 복잡해서 여러 곳에 나누어 약관에 기재하고, 보험료 계산식은 산출방법서에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약관에 복잡한 수식을 다 넣을 수 없어 산출방법서에 적고 보험개발원 및 금감원 등의 확인을 거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국이 확인을 미리 해 준 사안에 '약관에 없으니 지급 필요'라고 한 분조위 활동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한 셈, 자충수가 된다.
이 같은 논리 뼈대가 일단 서자, 특히 삼성생명 대리인들은 인신공격성이라는 논쟁을 부를 수도 있는 강한 비판을 가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가입자들이 계속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금감원 분조위가 약관 해석을 문제삼자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일부 가입자들이 횡재하려는 사건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까지 직접 언급, 판사의 심증을 '말바꾸기 금감원에 업힌 억지 소송'으로 몰아갔다.
논리적으로도 기싸움에서도 삼성생명 측이 승리했고, 이 사안은 대법원 일부승소로 마무리됐다. 다만 일부 남은 관련 사건이 있어 충당금의 회계 전입은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 두나무파이낸셜 합병 청신호...한국 먹여살릴 미래 성장동력, 당국에 불필요한 저자세 이유 없다 속내?
이처럼 두나무가 당국과 결코 타협이 없는 강대강 대결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업계 전체를 이끄는 '퍼스트 무버'로서 당국과 척지는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각오를 회사 최고위층에서 내린 것으로 해석돼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로, 두나무가 이렇게 방패 논리를 구축함으로써 당국의 가상자산업계 길들이기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빗썸 역시 과태료 이의신청 대응으로 당국에 맞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FIU가 최근 코인원에 특금법 위반으로 영업 일부정지 등 제재를 한 상황 또한 두나무 사안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인내셜 합병 추진 건 등 미래산업 전반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서 당국 눈치보기와 현재 시장 구도에만 안주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두나무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진흙탕 싸움도 불사할 특급전사들을 불러내 변호인단을 구축한 여파와 최종 결론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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