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연구진이 산화물 반도체를 증착하는 모습. (사진=ETRI)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국내 연구진이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D램 구조를 개발했다. 이 구조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저전력·고집적 기술로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기존 메모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별도의 캐패시터 없이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활용되는 산화물 반도체 트랜지스터(TFT)를 적용해 캐패시터 없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2T0C(2-Transistor-0-Capacitor)' D램 구조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어드벤스드 사이언스' 3월 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기술은 '캐패시터리스 D램'이라 불리는 차세대 메모리 방식으로, AI와 데이터 중심 컴퓨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메모리 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상용되는 대부분의 D램은 1T1C 구조로, 트랜지스터 1개와 캐패시터 1개가 함께 작동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때 캐패시터는 전기를 저장하는 작은 저장 공간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반도체가 점점 작아질수록 이 캐패시터를 만드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제조 과정이 복잡해지며 전력 소모도 커지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캐패시터를 없앤 새로운 메모리 구조가 필요했지만, 기존 연구에서는 데이터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거나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물 반도체'라는 소재에 주목했다. 산화물 반도체는 전기가 새어 나가는 양인 누설 전류가 적고 전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메모리 소자에 적합한 특징을 가진다. ETRI는 알루미늄이 첨가된 인듐-주석-아연 산화물(ITZO) 소재를 사용해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아산화질소(N2O) 플라즈마 공정을 통해 내부 결함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그 결과 1000초 이상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데이터를 '0'과 '1'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범위인 메모리 윈도우도 약 13배 향상됐다. 이는 데이터를 더 오래, 더 정확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2T0C D램에서 핵심 성능으로 꼽히는 두 지표를 동시에 개선해 실제 메모리 응용 가능성을 높인 핵심 성과로 평가된다.
남수지 ETRI 플렉시블전자소자연구실 박사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발전해 온 산화물 반도체 기술이 차세대 메모리 소자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3차원 반도체 집적 기술과 저전력 컴퓨팅 시스템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U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ETRI 캠퍼스 양차환 석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 ETRI 남수지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사업'과 'ETRI 신개념선행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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