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ES 진단] AI 시대, 한국은 '활용 강국'인가 '플랫폼 강국'인가

한국은 인공지능(AI)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나라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이 AI를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지만, 그 사용이 국내 플랫폼과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ES 진단] AI 시대, 한국은 '활용 강국'인가 '플랫폼 강국'인가

월간 사용자 기준 생성형 AI 앱 TOP 50 (사진=Sensor Tower, 2026.01 / a16z 분석)

| 이코노미사이언스 정연재 기자 |

한국은 인공지능(AI)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나라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이 AI를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지만, 그 사용이 국내 플랫폼과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주요 자료를 교차해 보면 한국 AI 시장의 윤곽이 선명해진다.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Top 100 Gen AI Consumer Apps’, 센서타워의 ‘State of Mobile 2026’, 한국은행의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보고서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한국은 이미 세계 상위권의 AI 활용 국가다. 하지만 글로벌 AI 플랫폼 경쟁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아직 제한적이다.

생성형 AI 활용률 : 한국 vs 미국 (사진=한국은행)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확산 속도다. 한국은행이 직업분포를 반영한 대표 표본 5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근로자의 63.5%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업무 용도로만 좁혀도 활용률은 51.8%였다. 한국은행은 이를 미국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으로 봤고, 인터넷 도입 초기보다도 약 8배 빠른 확산 속도라고 설명했다. 주당 평균 사용 시간도 5~7시간으로 적지 않았고, 업무시간은 평균 3.8% 단축돼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는 1.0%로 추정됐다.

사용 양상도 이미 ‘체험’ 단계를 넘어섰다.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AI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서비스는 ChatGPT로 67.8%였고, 뒤이어 Gemini 19.5%, 클로바노트 14.4% 순이었다. 실제 업무에서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영역은 정보 검색·요약이 62.2%로 가장 높았고, 문서 작성·검수 38.6%, 아이디어 생성 25.3%, 데이터 분석·시각화 24.0%가 뒤를 이었다. 생성형 AI가 더 이상 일부 직군의 보조 도구가 아니라 지식노동의 기본 인프라로 스며들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비교에서도 한국의 위치는 뚜렷하다. a16z는 2026년 1월 기준 Similarweb의 웹 순방문자와 Sensor Tower의 모바일 월간활성이용자(MAU)를 결합해 1인당 AI 도입 지수를 자체 산출했는데, 여기서 한국은 싱가포르, UAE, 홍콩에 이어 4위였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주요 AI 제품을 만든 미국이 20위에 그쳤다는 대목이다. 많이 만드는 나라와 많이 쓰는 나라가 다르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센서타워가 보여주는 한국의 모바일 데이터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2025년 한국 사용자가 생성형 AI 앱에서 보낸 시간은 약 8억 시간 수준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생성형 AI는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질문이 달라진다. 한국은 많이 쓰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벌고 있는가.

국가별 AI 챗봇 시장 점유율 (웹·모바일 트래픽 기준) (사진=SimilarWeb, Sensor Tower (2026.01), a16z)

a16z의 최신 톱100 리스트를 보면 글로벌 AI 소비자 시장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미국 플랫폼에 가깝다. 보고서는 이제 시장을 ChatGPT, Midjourney 같은 ‘AI 전용 앱’만의 경쟁으로 보지 않는다. CapCut, Canva, Notion, Grammarly처럼 기존 대형 서비스도 AI를 핵심 경험으로 내재화한 제품으로 범위를 넓혔다. 그 결과 시장은 더 이상 몇몇 스타트업의 기회 공간이 아니라, 거대 플랫폼과 AI 네이티브 기업이 동시에 싸우는 전장으로 바뀌었다.

이 구조에서 ChatGPT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a16z에 따르면 ChatGPT는 웹에서 Gemini보다 2.7배, 모바일에서는 2.5배 더 크다. 주간 활성 사용자는 약 9억명 수준에 이른다. 더 중요한 건 이 경쟁이 단순 점유율이 아니라 ‘기본 AI(default AI)’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점이다. 사용자가 AI를 캘린더, 이메일, 문서, 업무도구와 연결할수록 전환 비용은 높아지고, 개발자와 서비스는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으로 몰린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문제는 단순히 기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다. AI 플랫폼은 사용할수록 강해지는 구조다. 사용 데이터가 쌓일수록 모델은 고도화되고, 더 좋은 서비스는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온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생태계가 플랫폼 경쟁의 핵심이다.

실제 a16z 톱100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제한적이다. 모바일 리스트에서 확인되는 한국 관련 앱은 B612, Papago, Snow 정도다. 대부분 모바일 시대에 구축된 서비스들이다. 웹 영역에서는 존재감이 더욱 약하다. 이는 한국이 AI를 쓰는 시장으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이 되는 플랫폼 경쟁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임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인터넷·모바일 시기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과거에는 한국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시간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플랫폼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언어 장벽이 약해졌고, 글로벌 서비스가 동시에 시장에 진입한다. AI는 기존 플랫폼 위에 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후발주자의 진입 장벽은 더 높아졌다.

네이버클로바엑스 (사진=네이버)

네이버의 최근 결정은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Cue:’를 2026년 4월 9일 종료하기로 했다. 독립형 AI 서비스 실험보다 검색과 쇼핑 등 기존 플랫폼 전반에 AI 기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재편되고 있다. 국내 AI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네이버의 AI 플랫폼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국가대표 AI’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초거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대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AI 반도체, GPU 인프라 확충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산업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AI 전환(AX)’ 정책도 병행 추진 중이다.

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단순 활용을 넘어 모델과 인프라, 생태계를 동시에 확보해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막대한 컴퓨팅 투자와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AI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한국은 AI를 가장 빨리 쓰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그 시간이 한국 산업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이 AI 시대에도 ‘활용 강국’에 머물지, 아니면 플랫폼과 생태계의 과실까지 확보하는 ‘플랫폼 강국’으로 나아갈지는 그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아주쉽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