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수 SPC그룹 사장이 지난해 5월 열린 배스킨라빈스 청담점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SPC그룹)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5년 전 미국 뉴욕의 쉐이크쉑 매장을 방문했을 때 제품의 맛과 직원들의 따뜻한 환대 문화가 인상 깊었다. 쉐이크쉑이 한국 시장에서도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
허희수(48) SPC그룹 사장이 2016년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올 당시 한 말이다. 그는 2011년부터 미국 본사를 오가며 협상을 주도했다.
허 사장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2007년 입사했다. 현재 비알코리아(배스킨라빈스·던킨), 빅바이트컴퍼니(쉐이크쉑·잠바주스), 섹터나인(IT 사업) 등을 맡고 있으며, 제빵 중심이던 그룹이 외식·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외식과 IT를 동시에 이끌며 성장 축을 담당하고 있다.
쉐이크쉑은 단품 7000원 이상임에도 '비싸지만 경험해 볼만한 소비'로 자리 잡았고, 상위 10% 블랙앵거스 비프 등 주요 메뉴의 원재료와 레시피를 글로벌 매장과 동일하게 유지하며 품질에 신경을 썼다. 또 국내외 미쉐린급 셰프들과 협업을 이어 나가며 최근에도 시즌별 국내 신메뉴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현재 쉐이크쉑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매장 33개, 연 1000억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허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쉐이크쉑 엔터프라이즈'와 협약을 통해 말레이시아 등 해외 사업권을 획득했으며, 이에 따라 해외에서 1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2024년 도곡동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지난해 전략 매장 청담점을 열며, 'I.C.E.T'(혁신·협업·환경·기술) 전략을 현실화했다. 플래그십 매장에서 신제품을 선출시한 뒤 소비자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성을 검증하고, 이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플레이버 조합을 설계하는 시스템이 도입됐고, 콘셉트와 브랜딩 실험을 위한 플래이버 에디션들이 만들어졌다.
던킨도 신제품 테스트베드 격 매장인 청담, 강남, 서울역에 '원더스' 매장을 갖추고 있다. 이들 매장은 최근 기존 스몰 사이즈 음료 대비 약 4배에 달하는 대용량 '1.4L 양동이 커피'를 선출시 했는데, 출시와 동시에 기존 음료 신제품 대비 7배 이상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먼저 주목받았던 이 커피는 허 사장의 주도하에 트렌디한 제품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렌드 포착부터 제품화·검증·확산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한 성과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비알코리아는 3년 연속 적자 이후 지난해 영업손실이 40% 이상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던킨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5%, 50% 증가했고, 배스킨라빈스 영업이익은 약 110% 늘었다. '두바이에서 온 엄마는 외계인(배스킨라빈스)', '두바이st 쫀득 먼치킨(던킨)' 등의 신제품 흥행이 실적 개선에 이바지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계는 허 사장의 다음 승부수인 '치폴레'에 주목하고 있다. 치폴레는 빅바이트컴퍼니가 미국 본사와 합작 법인을 세워 한국과 싱가포르 독점 운영권을 확보한 브랜드다. 전 세계 38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로, 국내 1호점은 서울 주요 상권에 상반기 중 개점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치폴레는 '건강한 외식'과 '고객 맞춤형 식사'라는 특징을 갖고 있어, 최근 국내에서 강화되고 있는 웰니스·프리미엄 외식 수요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직접 재료를 선택하는 구조 역시 경험 중심 소비 트렌드와 일치한다.
치폴레의 성과 여부는 허 사장의 독립 경영 기반 구축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SPC그룹은 장남 허진수 부회장이 제빵 부문(파리크라상·SPC삼립)을, 차남 허 사장이 외식·IT 부문을 맡는 형태로 역할이 나뉘어 사실상 분리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그룹의 제빵 사업은 최근 일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시화 공장 산재 사망 사고 이후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았고, 국내 베이커리 등 성장세도 둔화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치폴레 등 외식 사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낸다면, 허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다만 기대와 동시에 부담 요인도 적지 않다. 외식 산업 전반이 원가 상승과 경기 둔화 압박을 받고 있고, 치폴레 역시 신선 식재료 비중이 높아 수익성 관리가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또한 과거 에그슬럿 등 일부 글로벌 브랜드가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보였던 점도 허 사장에게 리스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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