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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CDMA가 만든 통신 강국 30년...한국 ICT 도약을 이끈 기술

이후 같은 해 4월 12일 서울과 수도권에서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고, 삼성전자는 CDMA폰 'SCH-100'을 출시했다. 한국은 이를 계기로 세계 최초 디지털 이동통신 상용화 국가로 기록됐다. 당시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TDMA...

CDMA가 만든 통신 강국 30년...한국 ICT 도약을 이끈 기술

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국민 2명 중 1명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기술을 상용화한 사실을 잘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CDMA는 국내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산업의 성장을 이끈 기술적 출발점으로, 최근 AI·6G 시대를 맞아 그 역사적 의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6년 4월 1일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CDMA 이동전화 개시식에서 시험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최근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가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47.6%에 달했다. 반면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8.6%에 그쳤으며, 세대가 젊을수록 인지도는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대한민국 통신 혁명의 시작

CDMA의 의미는 단순히 오래된 이동통신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1990년대 한국이 글로벌 ICT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었고, 이동통신 대중화는 물론 단말기·반도체·네트워크 장비 산업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1984년 3월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주식회사 출범 사진. 왼쪽부터 초대 유영린 사장, 한국통신 이우재 사장. (사진=SK텔레콤)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본격적인 전환점은 1996년 1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은 세계 최초로 CDMA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4월 12일 서울과 수도권에서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고, 삼성전자는 CDMA폰 ‘SCH-100’을 출시했다. 한국은 이를 계기로 세계 최초 디지털 이동통신 상용화 국가로 기록됐다.

당시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TDMA 계열과 GSM 방식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상용화 사례가 없는 미검증 디지털 통신 방식인 CDMA를 택했다. CDMA는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2세대 이동통신(2G) 핵심 기술로, 기존 아날로그 방식보다 더 많은 이용자를 수용할 수 있고 통화 품질도 더 선명했다.

이 선택은 단순한 통신 서비스 개선을 넘어 국가 산업 구조를 바꿔 놓았다. 정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이동통신,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참여한 민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내재화와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함께 추진됐고, 이는 이후 단말기·반도체·네트워크 장비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CDMA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심은혜 기자)

◆ CDMA가 만든 ‘ICT 성장의 마중물

’

역사적 순간을 상징하는 장면도 남아 있다. 한국이동통신 남인천영업소에서 가입한 세계 1호 고객은 첫 통화 뒤 “일반 유선전화와 별 차이가 없을 만큼 감도가 깨끗하네요”라고 말했다. 이는 CDMA가 단순한 실험 기술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상용 기술임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CDMA 상용화 이후 한국 이동통신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1998년 1천만 명을 넘어섰고, 1999년에는 유선전화 가입자를 추월했다. 이동통신이 일부 계층의 서비스에서 전 국민 인프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컸다. ETRI가 2002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CDMA 이동통신 산업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누적 생산액 42조원을 기록했고, 생산유발효과는 125조원, 고용유발효과는 142만명에 달했다. 이는 CDMA가 단순히 한 세대의 통신 기술을 넘어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실질 GDP에서 정보통신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6년 2.2%에서 2025년 13.1%로 확대됐다. 규모로는 17조8000억원에서 304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IT 수출은 412억달러에서 2642억7000만달러로 증가해 전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동통신기기의 변천사. (사진=심은혜 기자)

이동통신기기의 변천사. (사진=심은혜 기자)

산업 구조 변화도 뚜렷했다. 이동통신망 확산은 휴대폰과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 반도체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했다. CDMA 기반 단말기 시장이 열리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생산 역량을 키웠고, 이는 이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됐다. 게임·음악·동영상 등 모바일 콘텐츠 산업 역시 네트워크 확산과 함께 성장 기반을 넓혔다.

이 때문에 CDMA는 흔히 ‘마중물 효과’를 만든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초기 정책 결정과 연구개발 투자, 시장 형성이 이후 수십 년간 ICT 산업 전반의 지속 성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CDMA 상용화는 단순히 이동통신 가입자를 늘린 사건이 아니라, 한국 경제 안에서 ICT 산업의 비중을 끌어올리고 수출 구조를 바꾼 분기점이었다.

이동통신 세대별 진화 인포그래픽. (사진=SK텔레콤)

◆ 3G·4G·5G로 이어진 기술 리더십

CDMA는 이후 3G, 4G LTE, 5G로 이어지는 한국 통신 기술 진화의 출발점이 됐다. 3G 시대에는 모바일 데이터와 콘텐츠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무선 인터넷, 음악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휴대전화는 통화 도구를 넘어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창구가 됐다. 2000년대 초반 멜론 같은 서비스의 등장은 통신 인프라가 디지털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2011년 상용화된 4G LTE는 모바일 인터넷 혁명을 가속했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맞물려 모바일 메신저, 배달앱, 간편결제, OTT 등 플랫폼 경제가 일상 속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통신망의 속도 향상은 곧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졌고, 데이터 중심 사회가 본격화됐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는 다시 한 번 한국 통신 산업의 상징적 장면을 만들었다. 5G는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바탕으로 개인 소비자 서비스를 넘어 산업 인프라로 확장됐다. 스마트팩토리, 원격 건설장비 제어, 무인 물류, 특화망(Private 5G) 등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 기반이 5G 위에서 확대됐다. 즉 CDMA가 ‘연결의 혁명’을 열었다면, 5G는 ‘산업 연결의 혁명’을 이끈 셈이다.

◆ AI·6G 시대…네트워크가 스스로 판단

현재 통신 산업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핵심은 AI와 네트워크의 결합이다.

SK텔레콤이 제시한 방향은 ‘AI for Network’, ‘Network for AI’, ‘Autonomous Network’로 요약된다. 쉽게 말해 사람이 직접 운영하던 통신망이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운영되는 자율 네트워크로 진화한다는 구상이다.

AI는 실시간으로 트래픽을 분석해 품질을 최적화하고, 장애를 사전에 예측하며, 보안 위협에 즉시 대응하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AI DC), GPU 서비스, 엣지 AI 등 통신 인프라 기반 AI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지역 거점에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수도권에서는 GPU 팜을 제공하며, 전국 단위로는 엣지 AI 인프라를 확장하는 구조다. 이는 통신사가 단순 회선 사업자를 넘어 AI 인프라 사업자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CDMA의 의미, 과거가 아닌 미래

CDMA의 의미는 단순한 과거의 성공 신화에 머물지 않는다. 30년 전 세계 최초 상용화에 도전했던 선택과 민관 협력 구조, 생태계 조성 경험은 지금의 AI 네트워크와 6G 경쟁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자산으로 읽힌다. 한국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고 산업 생태계로 연결했던 경험이 다음 세대 인프라 경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최초 CDMA 상용화가 대한민국 ICT 도약의 출발점이 되었듯. AI 인프라 구축은 다음 30년 대한민국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통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이종훈 SKT 네트웤 전략담당. (사진=심은혜 기자)

이종훈 SKT 네트웤 전략담당은 “AI 시대에는 네트워크가 단순한 데이터 전달 수단을 넘어,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는 제조·물류·의료·금융 등 전 산업의 생산성과 혁신 속도를 결정짓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DMA는 더 이상 과거의 기술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ICT 산업이 어디서 출발했고, AI·6G 시대를 향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출발점으로 다시 읽히고 있다.

우먼타임스 = 심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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