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년·곽노정 3년 연속 CDF 참석..반도체·전장·AI 협력 분수령
리창 "외자기업 내국민 대우 전면 이행"…외국 투자 유치 공세
中 “개방·공정무역” 강조…관세전쟁 속 메시지 발신
애플·벤츠 등 글로벌 CEO 대거 참석..일본 기업은 ‘0’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6.3.13/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나란히 중국 베이징을 찾아 글로벌 기업인들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한국 반도체 수장들이 동시에 중국을 찾으면서,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곽 사장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 2026’에 참석했다. 이
포럼은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중심(DRC)이 주관하는 연례 국가급 행사로, 글로벌 기업 CEO와 중국 지도부가 직접 만나 경제 정책과 투자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다. ‘중국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올해 포럼은 ‘15차 5개년 계획의 중국: 고품질 발전과 새로운 기회 공동 창출’을 주제로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2026~2030년 중국 경제 전략이 공식화된 직후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 회장과 곽노정 사장을 비롯해 팀 쿡 애플 CEO,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회장, 올라 켈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등 글로벌 기업 CEO 88명이 참석했다. HSBC, 지멘스, 브로드컴, 화이자 등 주요 다국적 기업 수장들도 대거 베이징에 집결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두 인사가 동시에 참석한 점은 의미가 크다. 미·중 반도체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여전히 핵심 수요처이자 생산·협력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중국과의 협력 접점을 유지하며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재용 회장은 포럼 이후 중국 주요 기업들과 별도 면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는 샤오미, 징둥닷컴,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 플랫폼·모빌리티 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어 반도체, 전장,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이미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전장 협력을 논의하고 BYD 본사를 찾아 전기차 협력 방안을 점검했다. 엔비디아, 테슬라, AMD 등과도 AI 반도체와 파운드리 협력 논의를 이어가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곽노정 사장 역시 3년 연속 포럼에 참석하며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에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고객이자 수요 기반이다.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유지되는 시장인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포럼을 통해 ‘개방’과 ‘협력’ 메시지를 강조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개막 기조연설에서 “보호주의는 문제 해결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고수준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글로벌 무역의 파이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겨냥해 개방 경제를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허리펑 부총리 역시 글로벌 CEO들과 면담을 갖고 “중국 경제는 안정 속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고품질 발전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재정부는 초장기 국채 발행 등을 통한 내수 진작 방안을 제시하며 시장 매력을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양자기술, 바이오 제조, 수소에너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인간형 AI, 6G 등 미래 산업 육성 계획도 제시했다. 기술 혁신과 산업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지난해 참석했던 일본 기업이 올해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번 포럼을 ‘신뢰의 신호’로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이 베이징에 집결한 것은 중국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경쟁 속에서 중국이 기업과의 연결 고리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번 포럼은 협력과 견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현재 글로벌 경제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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