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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Car's 스토리] 탄소중립 외치더니…'2륜차 개조' 부처 칸막이에 가로막...

개조 스타트업 대표의 탄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리트로핏' 시장이... 영세한 스타트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장벽이다. 반면 환경부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등을 통해 탄소 감축...

[Car's 스토리] 탄소중립 외치더니…'2륜차 개조' 부처 칸막이에 가로막...

국토부 ‘안전 규제’ vs 환경부 ‘보급 속도’ 견해차에 골든타임 상실

인증 비용 수억 원인데 보조금은 ‘깜깜이’…현장선 “정부가 사업 활성화 막는 격”

내연기관 2륜차를 전기 2륜차로 개조에 필요한 부품들. 사진=워커

[비즈월드] “정부가 탄소중립을 외치며 전기 이륜차 전환을 독려할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부처 간의 핑퐁 게임에 사업권 자체가 휴짓조각이 될 판이다”

전라도권의 한 이륜차 전동화 개조 스타트업 대표의 탄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리트로핏’ 시장이 연평균 15% 이상 급성장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유독 한국 시장만은 정부의 무관심과 부처 간 불협화음 속에 시계 제로 상태에 놓여 있다.

민간 사업자들은 자본을 투입해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규제의 벽에 막혀 제품을 출시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 ‘세계는 뛰는데 한국은 제자리’…성장성 무시하는 정부의 태만

글조벌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전기 이륜차 시장은 2034년 1100억 달러(한화 약 15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견된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인도 등 이륜차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 및 남아시아 국가들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개조 보조금’을 투입하며 자원 재순환과 탄소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이들 국가는 개조 키트의 표준화를 장려하고, 동네 정비소를 '개조 센터'로 양성하는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상황도 수요 측면에서는 차고 넘친다. 220만대에 달하는 국내 신고 이륜차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배달용 오토바이는 하루 평균 100㎞ 이상, 도심 곳곳을 누비며 막대한 미세먼지와 소음을 유발한다.

업계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이륜차의 튼튼한 차체(Frame)를 재활용하는 개조 사업이 신차 구매보다 경제성이 높고 자원 순환 측면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정부는 신차 보급 수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할 뿐, 이미 도로를 달리고 있는 수백만 대의 내연기관차를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전동화할 것인지에 대한 세심한 로드맵은커녕 기본적인 통계조차 관리하지 않고 있다.

◆ 국토부 vs 환경부, ‘부처 칸막이’에 갇힌 민간 사업자

민간 사업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동상이몽이다.

두 부처가 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혹은 책임 회피를 위해 세운 ‘행정적 칸막이’가 민간의 기술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 제52조 및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에 의거 개조 차량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홈페이지와 민원 답변에 따르면 국토부는 "원동기 형식이 변경되는 튜닝은 설계도면 제출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엄격한 승인 및 튜닝 검사가 필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전자파 적합성 테스트와 고전압 절연 성능 평가 등 신차 수준의 인증을 요구하며, 인증 한 건당 수억원의 비용과 1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게 만든다.

영세한 스타트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장벽이다.

반면 환경부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등을 통해 탄소 감축 실적과 보급 속도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개조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보조금 지침은 공백 상태다.

환경부 민원 센터는 "현재 보조금은 제작·수입된 신규 무공해차에 한정되며, 개조 차량은 국토부의 안전 인증 및 환경부의 별도 성능 검사 기준이 마련되어야 논의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돈을 줄 테니 국토부 인증을 받아오라 하고, 국토부는 대기업 수준의 인증 기준을 맞추기 전까진 승인을 못 내준다고 버틴다”며 “정부가 앞장서서 산업의 싹을 자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개조작업 중인 2륜 전기차. 사진=워커

◆ 규제에 가로막힌 ‘순환 경제’…안전과 보급의 균형점 실종

실제로 현장에서 제기하는 가장 큰 불만은 ‘인증 절차의 경직성’과 ‘민원 처리 지연’이다.

현재의 구조변경 승인 시스템은 개별 차량마다 복잡한 제원대비표와 설계도를 요구하며, 이는 보조금 혜택을 상쇄할 정도의 막대한 행정 비용을 초래한다.

환경부는 보조금 지급 시점을 ‘사용신고필증 및 세금계산서 확인 후’로 설정하려 하지만, 국토부의 튜닝 승인 데이터가 환경부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아 민간 사업자는 서류 뭉치를 들고 두 부처를 오가는 이중, 삼중의 행정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또 국토부는 노후 차체의 금속 피로도나 안전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개조 가능 연식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환경부는 탄소 감축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배출 가스가 많은 노후 차량일수록 개조 대상에 적극 포함되어야 한다고 맞선다.

이러한 정책적 견해 차이가 수년째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수천 명의 배달 종사자들은 비싼 기름값과 소음 민원에 시달리면서도 개조라는 선택지 대신 계속해서 노후 내연기관차를 몰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정부의 적극적 중재와 ‘원스톱 시스템’ 구축이 유일한 해법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토부와 환경부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까지 참여하는 '범부처 개조전기차 협의체'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튜닝 승인과 보조금 신청 및 지급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행정 통합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국토부 홈페이지의 민원 안내와 환경부의 보조금 시스템을 연동하는 것만으로도 민간의 행정적 부담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

둘째 차량 개별 검사가 아닌 ‘개조 키트(Kit) 부품 인증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인증된 표준 부품을 사용한 경우 구조변경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거나 자동화하는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정비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도 개조 사업이 확산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정부가 진심으로 ‘K-탄소중립’의 성공을 바란다면, 신차 보급 대수라는 겉치레 수치에만 매몰된 보여주기식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220만대 내연기관 이륜차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조 시장 활성화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부처 간의 기 싸움과 행정 편의주의에 민간의 미래 먹거리가 고사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비즈월드=손진석 기자 / son7615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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