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글로벌 법정 분쟁 이슈를 심도 있는 취재로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삼성전자 아메리카.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하 삼성전자)이 전직 직원으로부터 부당해고·고용차별 혐의로 피소됐다. 원고는 국적에 따른 차별과 괴롭힘을 겪었으며 이를 사측에 고발하자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해고 자체에 어떠한 법적 위반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법적 분쟁이 전망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전직 재무 간부 디팍 파텔(Dipak Patel)씨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차별·부당해고 소송을 텍사스 주(州) 법원에서 연방법원으로 이관했다. 앞서 원고는 삼성전자가 자신을 인도계라는 이유로 차별을 일삼았고 사내 회의에서 자신을 ‘광대(Clown)’라고 부르는 등 직장 내 괴롭힘과 고용 차별을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고는 삼성전자에서 11년 간 인사, 보안, 법무 등 여러 핵심 부서에서 일했다. 소장에 따르면 그는 근무 기간 내내 징계나 능력 부족 등의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으며 연봉은 15만4000달러(약 2억3000만원)에 달했다.
원고 측은 사내 여러 부서가 모인 공개 회의 석상에서 문제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이 자리에서 원고를 심하게 꾸짖고 모욕을 줬다. 이 임원은 원고가 준비한 예산 분석 자료를 조롱하며 그를 다른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광대’라고 불렀다.
원고는 자신이 인도계 출신이고 아시아계 팀원들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대우가 부당하다고 느꼈다. 소장에 따르면 그는 모욕을 당한 직후 인사부(HR)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삼성전자 측은 해당 임원에 대해 조사는 커녕 어떠한 징계도 하지 않았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소장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사부는 타 부서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원고에 대한 편향되고 부정적인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그의 평판을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4년 9월과 10월 무렵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원고의 팀원 한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업무 마비가 우려된 원고는 부서 안정을 위해 직속 상사에게 퇴사당했던 직원을 외주 계약직으로 다시 부를 수 있는지 문의했다. 소장에 따르면 상사는 인사부의 서면 승인을 받았다고 확인해줬고 원고는 회사의 공식 절차를 거쳐 지난해 4월부터 해당 직원을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삼성전자 측이 제출한 제출한 이송신청서(Notice of Removal) 1면. 사진=미국 텍사스 주 법원
하지만 두 달 뒤 삼성전자는 이 계약직 채용 건을 문제 삼아 원고를 상대로 내부 감사를 시작했다. 원고는 상사와 인사부의 승인을 받은 서류를 제출하며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한 사내 다른 부서에서는 이미 퇴사자를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비슷한 일들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내부감사는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악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원고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기업이 법률과 사내 윤리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준법 경영 부서)팀과 법무팀에 장문의 서면 항의서를 냈다.
이 문서에는 인사부의 부당한 괴롭힘과 편파적인 평가, 해결되지 않은 고위 임원의 폭언 등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고발장을 접수한 바로 다음 영업일인 같은 해 7월 21일 인사 임원을 통해 원고를 해고 조치했다.
이에 원고는 지난 1월 12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텍사스 주(州) 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계약직 고용은 직속 상사와 인사부의 사전 승인 아래 공식적인 예산 요청과 법무팀 조율 절차까지 모두 거쳐 이뤄진 정당한 행위였다”며 “삼성전자는 이러한 채용을 금지하는 규정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구실로 삼아 위법하게 해고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당한 해고에도 삼성전자는 퇴직금은 물론 정당하게 받아야 할 약 1만 5000달러(약 2200만원)의 보너스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보험 생명줄마저 잔인하게 끊어버렸다”며 “본인은 현재 당뇨병을 앓고 있고 미성년자인 어린 아들은 중증 자폐증(Level 3 Autism)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치료비가 들어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해고는 감당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공식 답변서를 통해 원고 측의 혐의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삼성전자 측은 “원고에 대한 업무적 조치와 해고 결정은 합법적이고 비차별적인 정당한 사유에 의한 것”이라며 “원고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고용 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 ‘임의 고용(At-Will Employment)’ 상태의 직원이었다”고 반박했다. 즉 원고가 언제든 합법적으로 고용 계약을 끝낼 수 있는 직원이었기 때문에 해고 자체에 어떠한 법적 위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측은 이 사건을 주 법원에서 연방법원으로 강제 이관 조치했다. 원고는 텍사스 시민이고 삼성전자는 뉴저지에 본사를 뒀기 때문에 ‘다양성 관할권(Diversity Jurisdiction)’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기존 텍사스 주 법원에서의 재판과 소송 절차는 삼성전자 측이 제출한 이관 통지서에 의해 중단되고 텍사스 북부 연방지방법원으로 이관됐다.
※ 용어설명
임의 고용 (At-Will Employment):
별도의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 형태로, 고용주나 피고용인 모두 언제든지, 불법적인 사유(차별, 보복 등)가 없는 한 어떠한 이유로도 혹은 이유 없이도 고용 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는 미국의 일반적인 고용 원칙. 삼성전자 측이 이번 소송에서 주된 방어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개념이다.
다양성 관할권 (Diversity Jurisdiction):
소송 당사자들의 거주 주(州)가 서로 다르고(예: 원고는 텍사스, 피고는 뉴저지), 소송 가액이 일정 금액(7만 5000달러)을 초과할 때 주 법원이 아닌 연방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현지 주 법원의 편향적인 판결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보복성 해고 (Retaliatory Discharge):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 고용 차별, 부당 행위 등을 내부 고발하거나 법적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고용주가 보복 차원에서 해고하는 행위. 미국 연방법(민권법 제7조 등) 및 각 주법은 이러한 보복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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