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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푸드테크 열풍, 기술은 있는데 왜 신뢰는 없는가?

최근 식품산업은 스스로를 ‘푸드테크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을 도입했고,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으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홍보가 이어진다. 겉으로만 보면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의 신뢰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AI·푸드테크 열풍, 기술은 있는데 왜 신뢰는 없는가?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

최근 식품산업은 스스로를 ‘푸드테크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을 도입했고,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으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홍보가 이어진다. 겉으로만 보면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의 신뢰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기술은 넘치는데, 왜 불안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가?

필자는 그 원인이 의외로 단순하다고 본다. 지금의 푸드테크는 ‘도입’ 자체에는 집중하지만, 정작 ‘검증’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AI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과 자동화 생산라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 기술이 실제로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은 충분하지 않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그 효과를 증명하는 체계는 아직 미흡한 셈이다.

특히 AI 활용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AI는 결국 데이터 기반 기술이다. 그러나 현재 식품산업에서 활용되는 데이터는 표준화 수준이 낮고, 품질 편차가 크며, 경우에 따라서는 신뢰성조차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작동하는 AI의 결과를 무조건 ‘과학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술이라는 이름이 곧 과학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데이터 자체의 신뢰성이다. 데이터가 왜곡되거나 불완전하면 AI는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킨다.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산업 현장에서는 “AI를 도입했으니 더 안전하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검증의 결과라기보다 마케팅 서사에 가까운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확산되는 건강 중심 소비 트렌드 역시 비슷한 구조를 보여준다. 무첨가, 저가공, 자연식에 대한 선호는 분명한 시대 흐름이다. 산업은 이에 맞춰 제품을 재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은 소비 감성과 달리 훨씬 냉정하다. 보존료를 줄이면 미생물 위해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고, 가공을 최소화하면 유통과정에서의 안전성은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 소비자는 ‘자연’을 원하지만, 식품안전은 ‘관리’를 요구한다. 신선함과 안전성은 거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ESG 역시 유사한 한계를 드러낸다. 많은 기업이 친환경 포장, 탄소 저감, 윤리경영을 강조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이다. ESG 활동이 산업구조를 바꾸는 실질적 혁신이라기보다, 보여주기식 지표 관리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기업의 혁신 메시지를 신뢰하기보다 또 다른 마케팅 전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대체단백질 산업은 이러한 기술과 시장의 간극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은 분명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진보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택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시장에서 ‘신뢰받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어떤 혁신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핵심은 ‘신뢰 설계’의 부재다. 식품산업에서 기술은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적 요소다. 따라서 기술을 도입했다면 동시에 그 결과를 검증하고 공개하는 체계가 반드시 함께 구축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기업은 기술 도입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그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바로 이 불균형이 소비자 신뢰의 공백을 만든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AI와 자동화시스템에 대한 표준화된 검증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성과 품질 향상에 기여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데이터 품질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 위에서는 어떤 첨단기술도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ESG 역시 단순한 수치 경쟁을 넘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기술은 신뢰를 자동으로 만들어내지 않으며,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은 불신을 더 키울 수 있다. 지금의 푸드테크 열풍이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증명했는가?”를 묻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결국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신뢰의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지금 부족한 것은 소비자가 그것을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구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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