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퇴출 결정에도 미토스 도입
전쟁부 "美 국가 안보의 중대한 순간"
日이 베센트로부터 접근권 승인 받아
미토스 프로토콜 실체는 AI의 무기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설계·제조·패키징·장비·소재 기업이 연결된 산업 네트워크가 어디에 형성되느냐에 따라 세계 공급망의 중심이 결정된다. 반도체 경쟁의 본질은 개별 기업의 기술력을 넘어선 산업 구조란 얘기다. 어느 도시에서 설계가 태어나고, 어느 공장에서 생산되며, 어떤 기업들이 후공정과 장비 생태계를 형성하는지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권력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여성경제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대만 신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파운드리 생태계와 베일에 가려진 중국의 공급망 체계, 미국 주도의 팹리스 산업, 반도체 특별법 아래 지자체간 클러스터 유치 전쟁에 돌입한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며 AI 시대 지정학적 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가까운 인사들을 내각 주요 보직에 대거 배치하면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내부에서도 권력 지형 변화가 일고 있다. 오른쪽이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면서도 이 회사의 인공지능(AI) 모델 '미토스(Mythos)'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장면은 AI 패권 경쟁의 본질을 드러낸다. 미국은 앤스로픽이라는 회사를 신뢰하지 않더라도, 미토스가 가진 사이버 취약점 탐지 능력 자체는 국가 안보 자산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AI를 민간 기업의 윤리 담론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직접 통제 가능한 전략 도구로 재배치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다리오 아모데이가 주장해온 '안전한 AI'와 '사용 제한' 논리는 국방부의 판단 앞에서 재해석됐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미국은 기업과 기술을 분리해 본다. 앤스로픽이라는 기업은 공급망 위험 요소로 보더라도, 미토스의 취약점 분석·추론·자동화 능력은 미국 안보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민간 AI 기업의 철학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해당 모델의 연산 능력을 통제 가능한 형태로 확보하느냐다.
이 과정에서 AI 안전론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AI를 얼마나 제한해야 하는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AI를 누가 통제하느냐"가 핵심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를 위험 기술로 보면서도 동시에 전략 자산으로 간주한다. 위험하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기 때문에 국가 통제 아래 두려는 접근이다.
이는 미국이 AI를 더 이상 일반 상용 서비스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토스 같은 모델은 단순 챗봇이 아니라 사이버 취약점 탐지, 공급망 분석, 정보전 자동화, 공격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한 안보 인프라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방부가 이를 "국가 안보의 중대한 순간"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보여준다. 기업은 교체 가능하지만, 로짓과 추론 능력은 국가가 확보해야 할 전략 자산으로 본다는 것이다. 민간의 윤리 담론보다 국가 안보 논리가 우위에 서기 시작한 순간이며, AI 패권 경쟁이 사실상 '지능 통제권 경쟁' 단계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토스는 출범과 동시에 상품이 아니라 위험물로 분류됐다. 앤스로픽은 4월 7일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열어 빅테크와 보안업계에 미토스를 제한 배포했지만, 같은 날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월가 주요 은행 CEO들을 긴급 소집해 AI 기반 사이버 공격 가능성과 금융 시스템 충격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쪽에서는 “방어적 AI”라고 포장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의 위험 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셈이다.
빅테크업계 PC주의가 불러온 위기
AI 안전론, 핸들 누가 잡느냐로 이동
아모데이 쫓다 한 발 늦어버린 한국
특히 미국 정부가 주목한 것은 특정 모델 이름보다도 AI 기반 공격 구조 자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커들의 제미나이·GPT 계열 모델을 활용한 자동화 공격과 삼성전자 갤럭시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침투 시도가 이미 현실화된 배경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은 “AI를 막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통제권을 확보하느냐”에 가까워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가 미토스 접근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접 접촉한 대상 역시 스콧 베센트 장관이었다. 지난 12일 가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베센트와의 회담 이후 “미국 정부로부터 AI 개발 및 사업자 동향 정보를 공유받으며 함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왼쪽)이 12일 일본 도쿄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MUFG),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 그룹(SMFG),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등 일본 3대 금융지주가 미토스 접근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미국 측이 사실상 접근 허가 의사를 전달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결국 일본 정부 역시 “어떤 AI 기업과 협력할 것인가”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어떤 AI를 통제하고 허용할 것인가”를 먼저 보는 단계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앤스로픽이 일본 금융권의 미토스 접근 여부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이제 미토스는 앤스로픽이 독자적으로 설명하고 승인할 수 있는 민간 상품이 아니라 미국 정부 판단 아래 움직이는 전략 자산이 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모양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 겸 장관이 류제명 2차관을 통해 앤스로픽 측과 미토스 접근권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일본 사례에서 드러난 실권자는 워싱턴이다. 미토스 접근권이 이미 미국 정부의 전략 판단 아래 재편되는 상황에서 ‘유리 날개(Glass Wing)’를 붙잡는 것은 공급망 전략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팔란티어의 파운드리 시스템 개념을 소개하는 이미지. 대중용 빅데이터 개념으로 제작된 이미지로 실제 가중치 조합에 이용 되는 것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 팔란티어
피터 틸 핵가방 쟁탈전에서 밀리고
백악관·정보기관·CAISI 권력투쟁
절대 반지의 조종권은 트럼프에게
앤스로픽이 사실상 미국 권력 구조 안에서 퇴출 압박을 받는 가운데, 행정부 내 미토스를 둘러싼 통제권 경쟁은 오히려 더 격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고성능 AI 모델 평가 권한을 두고 백악관 국가사이버국(ONCD), 정보기관, 상무부 산하 AI 표준·혁신센터(CAISI) 사이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관계자들 표현대로 “칼부림 수준의 권력투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 감독 기관 자리다툼이 아니라 AI 모델의 로짓·추론·취약점 탐지 능력을 어떤 권력 기구 아래 편입시킬 것인가를 둘러싼 전쟁과 유사하다. 그동안 빅테크가 ‘AI 안전’과 ‘윤리’라는 미사여구 아래 관리해온 아키텍처 제어 체계를 이제는 백악관과 정보기관이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오픈AI가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 맞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준하는 AI 국제 감독 기구" 를 촉구한 것은 빅테크의 본질적 후퇴를 노출한다. 본인들이 만든 모델이 본인들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는 자기 진단이자 민간 거버넌스 어휘로는 더 이상 AI를 제어할 수 없다는 시인이다. 미국은 트럼프 권력 구조 아래 미토스 통제권을 직접 흡수했고, 중국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자체 모델(딥시크·문샷·큐원)을 당 통제 체계에 편입시켰다.
미토스의 실제 조종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구조 아래로 넘어갔다. 팔란티어의 파운드리 플랫폼을 비롯한 파인튜닝 과정·학습 로그에 대해서도 국가안보 차원의 직접 통제와 투명성 요구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다만 빅테크 수준의 표층 조작을 넘어, 원시 확률 분포와 추론 방향이 형성되는 '소프트맥스 이전 로짓 단계'까지 국가 권력이 직접 개입할 수 있을지는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조 이해도와 의지에 달려 있다.
[분석] "가짜 AI 포장지 벗겨라"···트럼프 '디코딩·로짓' 공개 명령 초강수 두나
미국 내 인공지능 패권 전쟁 양상을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통해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팔란티어는 전 세계 데이터를 연결해 의미를 정의하는 감시·분석 구조, 파운드리(Foundry)는 데이터를 가공하는 원시 확률 무기고, 미국형 AI를 상징하는 미토스는 로짓(Logit) 단계에서 추론 방향 자체를 제어하는 절대 반지로 묘사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국가 전략 아래 통제하는 사우론, 피터 틸은 데이터를 연결했지만 결국 더 강한 권력에 흡수되는 사루만, 다리오 아모데이는 반지를 만들었지만 통제권을 잃고 집착만 남은 골렘으로 비유된다. 아모데이를 골렘으로 설정한 것은 “나의 소중한 RLHF(My Precious RLHF)”라는 대사에 집착하지만 정작 미토스를 잃어버린 존재라는 풍자적 설정이다. / GPT-5.5 이미지 2.0, 해설 = 이상헌 기자
☞파운드리 (Foundry)
= 팔란티어 테크놀로지가 구축한 데이터 통합·분석 플랫폼이다. 회사 이름인 ‘팔란티어’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보는 돌(Palantír)’에서 따왔다. 멀리 떨어진 지역과 권력의 움직임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법 도구라는 설정이다. 피터 틸 진영이 처음부터 “정보를 보는 자가 권력을 가진다”는 철학 아래 회사를 설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피터 틸이 말하는 온톨로지(Ontology)는 데이터 의미 체계 구조를 뜻한다. 서로 다른 정부·군·정보기관·기업 데이터를 하나의 관계망 아래 연결하고 “무엇이 무엇과 연결되는가”를 정의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어떤 의미로 해석할 것인가”까지 중앙 플랫폼이 관리하는 구조다.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정보기관 데이터가 사실상 파라미터처럼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온톨로지는 국가 판단 체계를 좌우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하지만 피터 틸에게 모델이 없어 우크라이나·이란 전쟁 국면에서 클로드 래핑(AIP)을 통해 데이터 분석, 표적 식별, 상황 판단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짓(logit)이 핵 버튼이라면 전 세계 최고급 데이터와 상용 AI 가중치를 조합해 군사용으로 재포장하는 농축 우라늄 창고인 셈이다.
다만 최근 미토스를 둘러싼 워싱턴 권력 재편 흐름 속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파운드리가 데이터를 연결하고 의미를 정의하는 사후 해석 레이어였다면, 미토스는 소프트맥스 이전의 로짓 단계에서 추론 방향과 확률 분포 자체를 국가 전략 아래 두려는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가 닦아놓은 데이터 고속도로 위를 트럼프의 미토스 프로토콜이 달리기 시작한 셈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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