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토마스 소프트웨어 수석부사장(사진:IBM)
IBM이 인공지능(AI)이 ‘제품’을 넘어 ‘인프라’ 단계로 진입하면서, 오픈소스 기반 접근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설계 원칙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산업과 사회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는 상황에서, 폐쇄형 모델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안전성과 확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롭 토마스(Rob Thomas) IBM 소프트웨어 수석부사장은 9일, 기고를 통해 기술 발전의 구조적 패턴을 설명하며, AI가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초기에는 ‘제품(product)’ 형태로 시작해 ‘플랫폼(platform)’을 거쳐, 궁극적으로 ‘인프라(infrastructure)’로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제품 단계에서는 폐쇄형 시스템이 빠른 혁신과 통제력을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기술이 인프라로 자리잡는 순간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다양한 기업과 기관, 시장이 해당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 단일 기업이 모든 위험 요소와 요구사항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때부터는 ‘통제’보다 ‘개방’이 현실적인 해법이 되며, 이는 이념이 아닌 실용의 문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앤트로픽 ‘클로드 미소스’, AI 구조 변화 신호탄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앤트로픽(Anthropic)이 제한적으로 공개한 ‘클로드 미소스(Claude Mythos)’가 있다. 해당 모델은 인간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는 소프트웨어 취약점 탐지 및 공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앤트로픽(Anthropic)의 AI 시대의 새로운 사이버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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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통해 이 기술을 우선적으로 보안 전문가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이번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모델 성능을 넘어선다.
롭 토마스는 AI가 이제 단순한 실험 도구가 아니라, 보안·코드 작성·의사결정·가치 창출 전반에 깊이 내재된 핵심 인프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AI는 이미 기업과 사회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로
AI가 인프라로 자리잡으면서 핵심 질문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모델의 성능과 기능, 즉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구축되고, 검증되며, 지속적으로 개선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아이비엠은 이 지점에서 폐쇄형 개발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기술의 복잡성과 영향력이 커질수록 단일 조직이 모든 취약점, 악용 가능성, 운영 요구사항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보안성과 안정성은 제한된 접근이 아니라, 더 많은 참여자에 의한 검증과 감시를 통해 확보된다는 주장이다.
오픈소스, 위험 제거 아닌 ‘위험 관리 방식’의 진화
아이비엠은 오픈소스가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다루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연구자와 개발자, 보안 전문가들이 시스템을 분석하고 검증하며 취약점을 드러내는 과정이 실제 환경에서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특히 AI가 스스로 취약점을 탐지하고 공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한 상황에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통제력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 자체가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방성과 투명성은 단순한 철학적 선택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안 전략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가치는 이동한다”...오픈소스 이후 경쟁의 본질 변화
오픈소스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기술을 공개하면 가치가 사라진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아이비엠은 오히려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기초 기술이 개방될수록 경쟁의 중심은 구현 역량, 서비스 품질, 운영 능력, 신뢰성, 산업별 전문성 등 상위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는 운영체제, 클라우드 인프라, 개발자 도구 등 과거 기술 발전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AI 역시 동일한 흐름을 따르며, 개방형 기반 위에서 더 큰 시장과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누가 기술 발전에 참여하느냐’이다. 접근이 제한될 경우 기술은 특정 시각과 이해관계에 편향될 수밖에 없다. 반면 개방형 구조는 연구자, 스타트업, 정부, 공공기관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며, 기술 발전 방향을 더욱 다양하고 균형 있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혁신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결론적으로 AI가 인프라 단계에 진입한 지금, 개방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설계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개방형 기반 위에 강력한 거버넌스, 지속적인 유지관리, 광범위한 검증 체계가 결합될 때 비로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고는 AI 경쟁이 단순한 모델 성능을 넘어, 기술의 구조와 운영 방식, 그리고 거버넌스 철학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향후 AI 산업의 주도권이 ‘누가 더 강력한 모델을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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