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 GPT로 생성된 이미지
[이코리아] 글로벌 기술업계에서 직원의 업무 수행 과정을 실시간 데이터로 수집해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히 업무 결과물이나 산출물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이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과 작업 흐름 자체를 데이터로 축적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로이터의 현지시간 22일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미국 내 직원들의 키보드 입력과 마우스 움직임, 클릭 패턴, 화면 사용 내역 등을 수집하는 내부 프로그램을 도입해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스템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과 웹 환경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 데이터를 기록하고, 일부 화면 스냅샷까지 포함해 AI가 인간의 실제 업무 수행 방식을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러한 데이터 수집이 향후 AI 에이전트의 성능 개선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드롭다운 메뉴 선택이나 단축키 활용, 여러 프로그램 간 전환 등 인간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인터페이스 조작을 AI가 재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용자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기존의 생산성 관리 목적의 직원 모니터링을 넘어, 업무 전반을 데이터화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X 갈무리
한편 이러한 사례는 메타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는 공장 노동자가 작업 과정에서 카메라를 착용해 손동작과 작업 흐름을 기록하고, 이를 로봇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사례가 소셜 미디어로 확산되며 논란이 일었다.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움직임을 그대로 데이터화해 자동화 시스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노동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기술을 학습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저임금 노동 구조 문제도 제기됐다.
중국에서도 최근 유사한 사례가 화제가 되었다. 이달 초 중국의 한 개발자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 깃허브(GitHub)에 메신저 대화와 이메일, 문서 등을 학습시켜 특정 직원의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 과정을 재현하는 ‘동료 스킬’이라는 AI 에이전트를 업로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공개 약 3주 만에 1만3400 스타를 기록했다. 깃허브 스타는 이용자들이 프로젝트를 추천하거나 관심 목록에 추가할 때 부여되는 지표로, 숫자가 많을수록 커뮤니티 내 주목도가 높다는 의미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퇴사한 직원의 업무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거나,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디지털 직원’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AI가 특정 인물의 말투와 판단 방식을 모방해 업무 질의에 응답하는 형태까지 구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인의 전문성과 경험을 기업이 데이터 형태로 축적·재사용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업무 결과를 넘어 ‘어떻게 일하는지’까지 데이터화하는 흐름은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를 가속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업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의 정확도와 활용도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노동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대체 대상’이 되어버리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또 이러한 변화는 기존 노동 환경에서의 ‘모니터링’ 개념이 AI를 통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는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인공지능 기술이 근로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노동법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과 AI의 결합으로 노동자에 대한 감시가 과거보다 훨씬 세밀하고 광범위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고서는 업무 속도와 휴식 시간, 동작과 위치 등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성과 직무 수행을 자동으로 평가·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러한 데이터 기반 관리 방식이 채용, 배치, 평가, 보상 등 고용 전반으로 확장되며 이른바 ‘알고리즘에 의한 관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관리 방식이 기존보다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면서도 그 작동 방식은 외부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알고리즘 기반 인사관리가 성과 기준의 불명확성, 책임 소재의 불투명성, 근로자 자율성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근로자가 자신의 평가 기준이나 데이터 활용 방식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직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행동이나 데이터까지 수집 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근로자에 대한 종속성과 통제 수준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법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법적·제도적 측면에서도 논의가 이어진다. AI 기반 인사·노무 관리 기술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분과 달리,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키 입력, 마우스 이동, 화면 기록 등 업무 과정 데이터는 개인 식별 가능성이 높고, 활용 범위에 따라 민감 정보까지 포함될 수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AI의 판단 과정이 불투명한 ‘블랙박스’ 구조를 갖는 경우, 평가 결과의 공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노동감시와 관련해 규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U AI Act’를 통해 채용·평가·해고 등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AI를 ‘고위험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데이터 편향 제거와 투명성 확보, 인간의 개입 보장 등을 의무화했다. 미국 역시 뉴욕시의 자동화 고용결정 도구 감사 제도 등 알고리즘 차별을 통제하기 위한 규제를 도입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법제 정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근로기준법 등을 통해 일부 간접적인 규제는 가능하지만, AI 기반 감시와 평가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명확한 규정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근로관계 특성상 동의의 자발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동의 절차만으로는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AI가 채용·배치·평가·징계·해고 등 고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노동자 감시와 개인정보 수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련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인권위는 '인공지능(AI)이 노동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태조사' 등 인권상황 관련 조사 4건의 연구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실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인권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