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고용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채용시장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기업들은 사람을 덜 뽑고 더 오래 쓰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정년 연장 논의, 노동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고용의 방식 자체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뉴시안은 이러한 변화를 ‘고용 2.0’으로 규정하고 ▲채용 축소 ▲재고용 확산 ▲청년 충격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통해 한국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수원시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가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I는 수조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답을 내놓지만, 현장의 돌발 변수까지 완벽히 통제하지는 못한다. 경기도 자동차 공장의 사례처럼, 센서가 정상 범위를 가리킬 때조차 미세한 진동과 소음만으로 결함을 잡아내는 것은 수십 년간 축적된 시니어 인력의 ‘직관’이다.
텍스트나 수치로 언어화하기 힘든 현장 노하우, 즉 ‘암묵지(Tacit Knowledge)’가 자동화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고령층 고용 증가분의 상당수가 단순 노무가 아닌 전문직 및 기술직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시니어가 ‘대체 인력’이 아닌 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고용 증가의 흐름도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3월 고용동향에서 60세 이상 취업자는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20대 취업자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고용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고용의 ‘주체’는 빠르게 고령층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국가데이터처]
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퇴직 인력의 재고용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시간과 비용의 경제성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인력을 육성할 ‘시간적 사치’를 부리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재고용은 숙련도를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실용주의적 전략'인 셈이다.
숙련 노동의 가치 부상은 고용 지표의 왜곡을 불러온다. 전체 취업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60대 이상의 약진과 20대의 침체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60대 평균 임금이 20대를 추월하는 현상은 연공서열 중심이 아닌 ‘숙련도 중심’의 보상 체계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 세대의 고립은 깊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확산이 고용의 종말이 아닌 ‘고용의 질적 재편’을 가져오고 있다. 자동화가 고도화될수록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 즉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수만 번의 시행착오 끝에 얻어진 ‘경험치’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결국 '고용 2.0' 시대의 성공 여부는 시니어의 경험을 어떻게 조직의 자산으로 유지하면서도, 그 경험의 공백을 메워야 할 청년 세대에게 어떻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할 것인가라는 '세대 간 숙련 공유 모델' 정립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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