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차량용 에이전트 AI ‘에이닷 오토’. SKT 제공
질문에 답하는 인공지능(AI)을 넘어, 추상적 지시에도 실질적 결과물을 내놓는 ‘에이전트(비서) AI’ 시대가 도래했다.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AI가 인간의 ‘조수’를 넘어 어엿한 ‘업무 주체’가 되리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에이전트 AI를 ‘2025년 10대 전략기술’로 선정하면서, 2028년까지 일상 업무의 약 15%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 설정부터 실행·검증까지 자동 수행
지난해까지 빅테크들이 거대언어모델(LLM)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늘리며 ‘누가 더 똑똑한지’ 다퉜다면, 올해 화두는 단연 대형행동모델(LAM)이다. LLM은 ‘생성형 AI’, LAM은 ‘에이전트 AI’의 다른 이름이다.
생성형 AI가 백과사전처럼 정보를 찾아 제시하는 데 그쳤다면, 에이전트 AI는 목적지까지 스스로 경로를 설정하는 자율주행차에 가깝다. 예를 들어 “다음 주 제주도 가족여행 일정을 짜고 숙소를 예약해줘”라고 명령하면, 에이전트 AI는 ▲가족 구성원의 일정·취향 분석 ▲항공권 및 숙소 확인 ▲예약 및 결제 ▲확정 메시지 발송 등 일련의 과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검색 엔진, 결제 시스템, 이메일 등 외부 도구를 직접 호출해 사용한다.
에이전트 AI 실현의 기폭제는 미국 앤트로픽의 ‘컴퓨터 유즈(Use)’였다. AI가 사람처럼 화면을 인식하고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복합작업을 수행하게 만드는 이 기술은 “채팅창에 갇힌 AI를 PC 전체를 장악한 AI”로 해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W 개발, 3년 → 40일… 산업지형 흔들
지난 1월 미국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약 1조 달러나 급락했다. 진원지는 앤트로픽이 출시한 에이전트 AI ‘클로드 코워크’였다.
코딩을 모르는 사무직도 AI와 대화하며 데이터 분석, 회계,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앱(응용소프트웨어)을 금세 만들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기존 SW를 간단히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SW 업계는 크게 긴장했다. 한번 도입하면 바꾸기 어렵고 구독료 등 지속적 수익이 발생하는 SW 고유의 수익모델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서다. 전문가들은 기존 3년 이상 걸리던 SW 개발이 40일 수준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클로드의 돌풍 비결에 높은 코딩 역량이 있다고 분석했다. 앤트로픽은 이를 위해 새로운 ‘강화학습’을 도입했다. 강화학습은 AI가 보상을 받기 위해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복잡한 지식을 익히게 만드는 기법이다.
과거 강화학습은 사람이 AI를 평가하고 보상하느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갔지만, 앤트로픽은 이 역할을 AI에 맡겼다. 즉, AI가 쉴 새 없이 다른 AI를 채점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 방식은 코딩이나 수학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분야에서 특히 효과가 좋다.
빅테크, ‘일머리 AI’ 구축에 전력
올해 기업들의 지상과제는 AI를 실무에 적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늘리는 ROI(투자자본수익률) 입증이다. AI를 평가하는 척도가 ‘말재주’에서 ‘일머리’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은 개별 기업 맞춤형으로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한 AI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기업대기업(B2B) 시장에서는 세일즈포스 등이 영업·상담·코딩을 대신하는 ‘AI 직원’을 핵심 상품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압도적 스마트폰 점유율을 앞세워 ‘가장 안전한 AI 비서’를 추구하고 있다. 기기 자체에 AI를 내장, 개인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온디바이스 AI’가 핵심이다.
통화 녹취 요약이나 이미지 검색 등 민감한 작업은 기기 안에서 처리하고, 인터넷을 연결하는 작업은 종료 즉시 데이터를 파기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강조한다.
전자상거래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트립닷컴·아마존·우버 등 여행·쇼핑·교통 앱들이 소비 창구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 검색과 실행을 에이전트 AI가 대신하게 되면 스마트폰과 운영체제(OS)를 장악한 삼성전자·애플·구글 등이 최종 수문장이 될 공산이 커서다.
검색광고 생태계 쥔 포털엔 치명타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I가 알아서 최적의 상품을 골라 결제창으로 직행하면, 소비자가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고 광고와 연계된 파워링크를 눌러 쇼핑몰로 들어가던 ‘관문’ 역할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양대 포털의 핵심 실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네이버의 검색광고를 포함한 서치플랫폼 매출은 2024년 약 4조 원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카카오톡 기반의 광고·커머스 ‘톡비즈’ 매출도 약 2조 원에 달한다.
에이전트 AI 도입을 서두르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은 ‘초개인화’와 ‘생활 밀착’을 내세웠다. 한국어 맥락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검색, 지도, 쇼핑, 예약 등 자사 플랫폼에 구축된 방대한 실생활 서비스를 AI와 유기적으로 엮어내겠다는 전략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AI가 호기심 대상을 넘어 실질적 일꾼으로 거듭나는 원년”이라며 “누가 더 똑똑한가보다 얼마나 내 정보를 안전하게 다루고 실제 업무를 덜어줄 수 있느냐가 열쇠”라고 내다봤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심재훈 연합뉴스 테크부 기자 president21@yna.co.kr
김태균 연합뉴스 국제경제부 기자 tae@yna.co.kr
작성 : 2026. 3. 26 [202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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