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란은 AI 인프라 확대가 전력과 물, 지역 수용성 문제와 직접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미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들이 전력 인프라 부족과 지역 주민 반발에 부딪히며 잇따라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막대한 전력·물 사용과 환경 부담을 둘러싼 갈등도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IT 매체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2026년 들어 미국 내 계획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가 반도체 부족과 전력망 한계, 지역사회 반대 등의 이유로 연기되거나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쟁점은 전력 소비다. 전기요금 비교 서비스 업체 일렉트릭 초이스(Electric Choice)는 미국 내 4500개 이상 데이터센터가 지난 2023년 약 176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연간 1600만가구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약 4.4% 수준이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는 전력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전력연구소(EPRI)는 2024년 기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10~2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 곳곳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유타주 박스엘더카운티에서 등장한 '이윤보다 사람'(People Over Profits) 구호는 현재 미국 전역 데이터센터 반대 단체 사이에서 상징처럼 사용되고 있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보다 전기요금 상승과 생활환경 악화를 더 직접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 공급 방식도 논란이다. 사업자들은 자체 발전 설비를 구축하거나 신규 송배전 인프라를 확충해 수요를 감당하려 하고 있지만, 일부 프로젝트는 천연가스 터빈 발전기를 선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오염과 소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발전기 소리가 멀리까지 이어질 수 있고, 인구 밀집 지역 인근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발생시키는 초저주파음 때문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례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가동 중단 상태였던 석탄·가스 발전소 재가동 지원에도 나선 상태다. AI 인프라 확대를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지만, 동시에 지역 환경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에서는 전기요금 상승 사례도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지역 전기요금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이후 최대 267%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공개된 JD파워 조사에서는 미국인 5명 중 1명 이상이 전기요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물 사용 문제 역시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연구진은 100단어 분량 AI 프롬프트 처리에 약 519밀리리터(mL)의 물이 사용된다고 추산했다. 반면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프롬프트 1회당 물 사용량이 "티스푼의 15분의 1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산출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핵심은 AI 서비스 자체보다 데이터센터 냉각 과정에서 지역 수자원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에너지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의 하루 물 사용량은 최대 500만갤런에 달한다. 이는 인구 1만~5만명 규모 도시 전체 물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냉각 과정에서 일부 물은 증발하고 일부는 재활용되지만, 가뭄이나 수자원 부족 지역에서는 지역 생태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폐수 증가로 기존 처리시설 용량 부족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고용 효과를 둘러싼 기대와 현실의 차이도 논쟁거리다. 브루킹스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유치 이후 정보기술과 전문 서비스 분야 고용은 6년 뒤 각각 약 22%,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특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해 지역 업체들이 즉시 참여하기 어렵고, 완공 이후 상시 근무 인력도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규모 시설은 수십명 수준, 대형 시설 역시 세 자릿수 규모 인력만 운영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AI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데이터센터 확대 역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력과 물 사용, 환경 부담, 주민 건강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도 함께 커지면서 향후 데이터센터 개발은 지역사회와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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