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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화의 특이점은 언제 올 것인가? [육상효의 점프컷]

육상효 | 영화감독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어떤 개념이 유행처럼 번질 때마다 나는 먼저 의심부터 한다. 앞서가는 척을 하거나 이익을 취하려는 구호에 불과했던 경우를 우리는 이미 여러번...

AI 영화의 특이점은 언제 올 것인가? [육상효의 점프컷]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0’으로 만든 영상의 일부. 등장인물은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브래드 핏을 연상시킨다. 웨이보 갈무리

육상효 | 영화감독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어떤 개념이 유행처럼 번질 때마다 나는 먼저 의심부터 한다. 앞서가는 척을 하거나 이익을 취하려는 구호에 불과했던 경우를 우리는 이미 여러번 보아왔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고, ‘메타버스’ 역시 한때의 과열된 기대를 뒤로한 채 조용해졌다. 그래서 ‘에이아이’라는 말 역시 비슷한 운명을 겪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세계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전의 유행어들이 사라진 것도 에이아이라는 더 근본적인 변화에 흡수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계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거의 모든 영화제에서 에이아이 관련 세션이 열리고, 제작 지원과 상영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화는 원래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는 신기한 장치에서 출발해, 이야기의 도입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서사 매체로 성장했다. 사운드의 도입은 이야기의 현학성을 심화했고, 디지털 기술은 시각적 스펙터클을 극대화했다. 오티티(OTT) 시대를 맞아서는 극장의 공간이라는 전통적 물성으로 차별성을 강조하려 애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에이아이 영화’라는 새로운 국면이 도래했다. 그러나 영화라는 우리의 직업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아직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에이아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합의는 없다. 모든 것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고, 인간이 만들되 인공지능이 강력한 도구로 개입하는 경우를 의미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가 에이아이 영화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후자에 가깝다. 이미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 제작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지만, 인공지능은 그 노동집약적 과정을 급격히 단순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천 프레임에 걸쳐 손으로 그려 넣어야 했던 장면이 이제는 간단한 명령어로 생성된다. 촬영과 조명, 미술과 로케이션 등의 제작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은 점점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해간다. 1980년대 거리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어도 굳이 지방의 오래된 거리를 찾아가거나, 큰 제작비를 들여서 그 당시의 거리를 재현한 세트를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배우의 영역에서도 변화는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은 얼굴과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캐릭터를 구현하는 연기를 수행한다. 그러나 아직 인간 배우가 지닌 정서적 감화력과 스타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첫번째 특이점은 분명하다. 인공지능 배우가 인간 배우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감정 전달력을 획득하고, 동시에 관객의 욕망을 끌어당기는 스타성을 확보하는 순간이다. 그때가 되면 인간의 감정과 표정, 눈빛까지도 수학적 연산으로 조합 가능한 것들이 될 수도 있다.

두번째 특이점은 감독의 영역에서 도래한다. 이걸 따져보려면 과연 영화감독에게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부터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인간적 경험을 투사해서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적 능력, 그 대본을 시각적으로 계획하는 시각적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혹독한 영화 현장에서 실현하는 정치력이 감독이 갖춰야 하는 기본 능력이다. 모든 스태프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환경에서는 정치적 능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일을 많이 시켜도, 돈을 적게 주어도, 자신의 창의력을 빼앗겨도 전혀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작가적 능력과 시각적 상상력이다. 작가적 능력에서는 완성된 이야기를 보충하거나 분석하고, 수정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은 아직은 가능하지 않다. 시각적 연출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고전적 편집에 기초한 컷의 구성은 가능하지만, 타르콥스키의 장엄한 롱테이크나 샘 페킨파의 현란한 편집, 왕자웨이 감독의 독특한 미장센은 구현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이야기 구조를 만들고, 독창적인 시각적 상상력을 수행하는 순간, 감독의 일은 재정의될 것이다. 그때가 인공지능 영화의 두번째 특이점이 될 것이고, 그러면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나 동기만 주어지면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가 될 것이다. 오싹하지만, 상관없다. 관객도 인공지능으로 바꾸고, 인간은 영화 같은 골치 아픈 것들에 시달리지 않는, 편안한 바보로 살면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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