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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시대의 역설, '학위'보다 '스킬'… 영·미 고등교육 개편의 함의와 한...

이어 양자 기술(2만 700명), 사이버 보안(2만 1000명), 반도체(1만 8900명) 순으로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영국의 제언처럼 AI나 반도체 등 핵심 분야의 교육 과정은 산업계의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 즉각...

AI 시대의 역설, '학위'보다 '스킬'… 영·미 고등교육 개편의 함의와 한...

영국 프론티어 이코노믹스 보고서, 2035년까지 기술 인력 12만 명 부족 경고

화이트칼라 위기 속 실무 중심 전문대 부상…학계-산업계 ‘스킬 미스매치’ 해소 절실

단기 집중 교육·산업 데이터 기반 연구 등 대학 커리큘럼의 근본적 체질 개선 시급

인공지능 이미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대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 발표된 보고서와 시장 동향은 공통적으로 ‘전통적 학위 중심 교육의 한계’와 ‘실무 기술(Skill) 중심 교육으로의 회귀’를 가리키고 있다. 특히 영국의 최신 보고서는 10년 뒤 닥쳐올 거대한 ‘인력 절벽’을 경고하며 대학 커리큘럼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 영국 기술 인력 12만 명 부족…AI·양자 분야 ‘직격탄’ =

영국의 경제 컨설팅 기관인 프론티어 이코노믹스(Frontier Economics)가 최근 발표한 ‘대학 커리큘럼 개편: 기술 인력 부족의 위협(Reform university curricula as technician shortages loom)’ 보고서는 2035년까지 영국의 디지털 및 기술 분야에서 약 12만 명의 전문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산업 전략상 우선순위로 지정한 6대 핵심 기술 분야에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보고서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AI 기술 전문가의 부족 규모는 2025년 600명 수준에서 2035년 3만 87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양자 기술(2만 700명), 사이버 보안(2만 1000명), 반도체(1만 8900명) 순으로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프론티어 이코노믹스의 토마스 배저(Thomas Badge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인력난이 지속될 경우 디지털 및 기술 부문의 성장을 가로막는 ‘브레이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일자리 부족을 넘어 국가 경제의 미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스킬 미스매치’ 해소…박사 과정부터 커리큘럼까지 전면 개편 =

보고서가 꼽은 인력난의 핵심 원인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기술과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기술 사이의 불일치(Mismatch)’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는 대학과 산업계의 전례 없는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박사 과정(Doctoral training)의 개편이다. 양자 기술이나 공학 생물학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석·박사급 인력이 필수적인데, 이들이 상아탑에 갇힌 연구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실제 사용 중인 ‘리얼 월드 데이터셋(Real-world datasets)’을 대학 연구소에 제공해, 학생들이 학위 과정 중에도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분석 과제를 수행하며 훈련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전공생을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AI Literacy)’와 같은 단기 집중 교육 과정의 도입, 그리고 기업이 학비를 지원하고 실무를 가르치는 산업 스폰서십 기반 도제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 미국은 지금 ‘전문대(Community College)’ 열풍 =

이러한 변화는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AI의 발전으로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가 위협받으면서 구직자들이 4년제 일반 대학 대신 전문대학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AI가 대체하기 힘든 구체적인 실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 편입을 위한 통로였다면, 이제는 단기 자격증(Micro-credential)이나 실무 숙련도를 증명하는 ‘최종 교육 기관’으로서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채용 시 ‘어느 학교 졸업장인가’보다 ‘실제로 어떤 툴을 다룰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는 ‘스킬 기반 채용(Skills-based hiring)’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 한국 대학가에 주는 시사점: 체질 개선만이 살길 =

영국과 미국의 이러한 흐름은 학령인구 감소와 인재 유출, 그리고 첨단 분야 인력 부족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 대학가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학위 수여라는 고유 권한에 안주하기보다 커리큘럼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제언처럼 AI나 반도체 등 핵심 분야의 교육 과정은 산업계의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 즉각 업데이트돼야 하며, 전공의 벽을 허무는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의 전면적 확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더불어 연구와 실무의 결합을 통한 대학원 교육의 혁신도 시급하다. 국내 대학원 교육 역시 논문 중심의 학술적 성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기업의 실제 데이터를 강의실로 끌어들여 실질적인 산업 난제를 해결하는 ‘산학 밀착형 연구’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는 결국 4년제 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학의 기능 재정립으로 이어져야 하며, 고학력 실업자와 기술 인력난이 공존하는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2035년 영국이 마주할 인력 부족 시나리오가 한국의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 전체의 유기적인 협력과 과감한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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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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