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스튜디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클립아트 코리아
21일 오후 10시. 평택의 한 필라테스 스튜디오. 수업이 끝나자 사람들은 운동복도 갈아입기 전에 스마트폰부터 꺼냈다. 심박수와 칼로리, 운동 시간이 화면에 떴다. 누군가는 기록을 저장했고, 누군가는 거울 앞에서 몸을 찍어 SNS에 올렸다.
몸을 움직인 경험은 순식간에 데이터와 이미지가 됐다.
AI 시대의 몸은 이런 역설 위에 놓여 있다. 인간은 몸으로 현실을 확인하려 하지만, 그 몸마저 기술이 기록하고 분석한다.
생성형 AI는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든다. 정보를 정리하고, 질문에 답하고, 인간의 판단까지 돕는다. 일상 곳곳에서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몸을 움직인다.
헬스장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퇴근 후 러닝크루에는 사람이 몰리고, 헬스장과 필라테스, 클라이밍센터는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달리고, 들어 올리고, 숨을 몰아쉬는 시간이 오히려 더 소중해졌다.
AI는 달려줄 수 없다. 근육이 떨리는 감각도 대신 경험하지 못한다. 몸은 여전히 인간이 직접 살아내야 하는 영역이다.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인간을 “몸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는 존재”라고 했다. 인간은 몸으로 타인을 만나고, 공간을 느끼며, 삶을 경험한다. 몸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몸도 더 이상 기술 바깥에 있지 않다.
스마트워치는 심박수와 수면을 기록한다. 운동 앱은 운동량과 칼로리를 계산한다. 병원과 플랫폼에는 건강 데이터가 쌓인다. SNS 속 몸은 이미지가 되고, 운동 기록은 콘텐츠가 된다.
몸은 현실을 확인하는 마지막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쉽게 숫자로 환원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몸을 둘러싼 데이터는 더욱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생체정보와 건강 기록은 맞춤형 의료와 헬스케어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 몸은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이자 새로운 산업의 자원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인간이 몸을 포기할 수는 없다.
AI가 계산을 대신하고 사고를 보조할 수는 있어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걷고, 뛰고, 숨 쉬고, 늙고, 아픈 일은 끝내 인간의 몫이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몸을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이번 기획은 AI 시대 몸의 의미를 여섯 차례에 걸쳐 따라갔다. 몸은 건강의 대상이었고, 노동의 도구였으며, 아름다움의 기준이었고, 자본의 상품이 됐다. 이제 몸은 데이터가 되고 있다.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지막 토대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인간은 결국 몸으로 돌아온다.
다만 그 몸마저 기록되고 분석되고 거래되는 시대다. AI 시대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질문은 몸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아니다.
몸을 끝까지 인간의 것으로 남겨둘 수 있는가.
그 질문은 앞으로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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