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기본소득, 가능성에서 현실로' 책 표지.
AI 확산, 기후위기, 초고령사회라는 구조적 전환기에 맞춰 기본소득을 한국 현실에 맞게 설계한 연구서가 최근 출간됐다.
유종성 연세대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이자 현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쓴 '기본소득, 가능성에서 현실로'(한울아카데刊)라는 제목의 책이다.
'불평등과 불안정 시대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부제목이 붙었다.
저자들은 오래전부터 기본소득을 연구해 온 이 분야의 핵심 인물이다.
이 책은 기본소득을 단순한 분배 구호가 아닌, 복지·세제·에너지 정책을 결합한 제도개혁의 차원에서 다루며 ‘부분 기본소득’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2026년 대한민국은 코스피 5천과 AI 강국을 이야기하면서도 청년고용 감소와 자산 불평등 확대라는 기묘한 풍경위에 서있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이 이상이 아닌 필수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들은 막연하게 이상적인 ‘완전 기본소득’을 말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재정 여건을 고려해 의미있는 수준의 ‘부분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기존 복지제도를 모두 해체하는 급진적 설계가 아니라, 공공부조의 일부를 대체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식이다. 마이너스 소득세형 기본소득이 대표적이다.
마이너스 소득세형 기본소득은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 세금을 내는 대신 오히려 환급받는 제도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만들어 내는 높은 참여세율과 일할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를 완화하려는 장치다.
이외에도 토지·탄소세 수익을 시민에게 배당하는 공유부 배당, 기존의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장려금을 재설계하는 보편적 근로장려금 등을 제시한다.
재정적 지속 가능성도 강조된다. 가계조사와 세금 행정자료를 활용한 미시 모의실험 결과, 순소요재정은 국민총소득(GNI)의 약 0.3% 수준에 머물며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는다. 상위 30%는 순 기여자가 되고, 하위 다수는 순수혜자가 되어 저소득층의 처분가능소득은 30%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불평등은 북유럽 복지국가 수준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 책은 기본소득을 단순한 소득이전이 아니라, ‘전환기의 제도적 장치’로 본다. 자동화와 초고령사회, 초저출생, 기후위기라는 도전 속에서 단기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선별 복지의 한계를 넘어,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도적 재설계를 시도한다.
국제적 관심도 크다. 기본소득 연구의 권위자인 필립 판 파레이스, 가이 스탠딩, 칼 위더퀴스트 등이 주목했으며, 영문판은 팰그레이브 맥밀런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독자들은 책 속 QR코드를 통해 ‘한국형 기본소득 모의계산기 앱’을 활용해 정책효과를 직접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저자들은 말한다. “기본소득은 사회가 개인에게 ‘당신은 얼마나 가난한가?’를 묻는 대신, ‘우리는 무엇을 공동으로 나눌 것인가?’를 묻는 제도"다.
선언이 아닌 계산, 구호가 아닌 설계를 제시한 이 책은 기본소득 논쟁을 감정이 아닌 숫자와 제도로 토론할 토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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