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AI 데이터센터 몰리는데 전력망은 포화...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전력 수...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IT 시설이 아니라 전력·통신·냉각·부지가 결합된 산업 인프라다. 반도체 공장 역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가동률과 생산성이 흔들릴 수 있다. AI와 반도체를 동시에 전략 산업으로...

AI 데이터센터 몰리는데 전력망은 포화...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전력 수...

이미지=AI

| 이코노미사이언스 홍승환 기자 |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반도체 칩을 넘어 전력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첨단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동시에 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전력망 확충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수십MW에서 100MW급으로 확대

생성형 AI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수십MW 수준의 전력을 쓰는 대형 전력 소비 시설이었다면, 최근 추진되는 일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100MW급 이상 전력 수요를 전제로 검토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고집적 서버가 늘면서 냉각 설비와 전력 공급 안정성도 데이터센터 입지의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약 945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IEA는 AI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최대 165%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선호 높은데 전력망 수용 여력은 제한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AI 추론 서비스, 기업용 GPU 인프라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용자와 가까울수록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고, 통신망·전문 인력·기업 고객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력망이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수도권에 몰리지만, 수도권의 자체 전력 생산 능력은 충분하지 않다. 서울은 필요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외부 지역에서 공급받는 구조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될수록 송전망과 변전 설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자료를 인용한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4년 8월 1일부터 올해 3월 27일까지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건수는 736건이었다. 이 가운데 수도권 신청은 522건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도권 본심사에서는 58.3%가 탈락했고, 서울에서 최종 통과된 사례는 1건에 그쳤다. 비수도권은 신청 29건 중 26건이 통과해 89.7%의 통과율을 보였다.

수도권 사업, 부지보다 전력 인입이 변수

이는 수도권 신규 데이터센터 사업이 단순한 부지 확보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 수용 능력의 문제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사업자는 고객 접근성과 네트워크 지연시간을 이유로 수도권을 선호하지만, 전력 인프라는 지방 분산을 요구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삼성SDS가 경기 동탄 데이터센터 서관 가동을 위해 20MW급 전력을 확보한 사례도 이런 상황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에서 대규모 전력을 제때 확보하는 것 자체가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일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패가 서버 장비나 부지뿐 아니라 전력 인입 가능성에 따라 갈리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겹친 이중 전력 수요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을 2027년 5월 준공한다는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클러스터는 HBM 등 차세대 D램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평택 등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을 유지·확대해 왔다. 반도체 공장은 전력 안정성이 생산 경쟁력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이다.

결국 한국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I 인프라를 키우려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AI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반도체 생산 설비도 필요하다. 두 산업 모두 국가 전략 산업이지만, 전력망 관점에서는 같은 시기에 대규모 수요가 겹치는 구조다.

정부, 비수도권 분산 유도하지만 업계 반응은 제한적

정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비수도권 신설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기 시설부담금 50% 감면 등 유인책을 3년 한시로 시행해 왔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경우 전력 인입 비용 부담을 낮춰 지방 분산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제한적이다. 데이터센터 입지는 전기요금이나 시설부담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 고객과의 거리, 통신망 품질, 유지보수 인력, 클라우드 서비스 지연시간 등이 함께 작용한다. 특히 AI 추론 서비스는 실시간 응답 속도가 중요해 수도권 수요처와의 접근성이 사업성에 영향을 미친다.

제도 운용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지만, 세부 심사 기준을 담은 고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의 입지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라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판단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분산형 전원·ESS·PPA 거론되지만 단기 해법은 제한

장기적으로는 송전망 확충, 분산형 전원, 에너지저장장치(ESS),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전력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전원이나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들 대안은 제도 정비와 인허가, 경제성 검토가 필요해 단기간에 수도권 병목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장기적 선택지로 거론되지만,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난의 단기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외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SMR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데이터센터 인근에 SMR을 배치하려면 안전성 검토, 주민 수용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AI 예산 9조9000억원 시대, 전력망이 산업정책 변수로

정부는 2026년을 ‘AI G3 도약’의 주요 분기점으로 보고 AI 관련 예산을 9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공공 AI 전환 등 여러 분야에 재정 투입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AI 산업 육성 전략이 실제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려면 전력망 문제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IT 시설이 아니라 전력·통신·냉각·부지가 결합된 산업 인프라다. 반도체 공장 역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가동률과 생산성이 흔들릴 수 있다. AI와 반도체를 동시에 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는 한국 입장에서는 전력망 병목이 산업 경쟁력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AI 인프라 경쟁, 전력망 확충이 변수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유치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별도 정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전력망 투자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수요를 무작정 억제하기보다는 계통 여력이 있는 지역으로 일부 기능을 분산하고, 동시에 수도권 핵심 수요에 필요한 송변전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경쟁은 더 이상 알고리즘과 반도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망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도, 반도체 공장도 계획대로 움직이기 어렵다. 한국이 AI 인프라 허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전력 인프라를 산업정책의 후순위가 아니라 핵심 축으로 다뤄야 한다.

아주쉽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