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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기술, 새 보호원칙 필요…무조건 규제부터 적용하진 않을 것"

스마트글라스를 쓴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인파 속에서 스마트글라스와 일반 안경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촬영을 알리는 점멸등을 가리거나 무력화하려는 우회 기술까지 등장했다. 1대1로 마주 앉아도 ‘혹시 내가 촬영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AI 기술, 새 보호원칙 필요…무조건 규제부터 적용하진 않을 것"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 1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1995년 행정고시를 합격한 송 위원장은 과학기술정통부에서 줄곧 근무한 정통 관료다. 지난해 10월 장관급인 개보위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임형택 기자

스마트글라스를 쓴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인파 속에서 스마트글라스와 일반 안경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촬영을 알리는 점멸등을 가리거나 무력화하려는 우회 기술까지 등장했다. 1대1로 마주 앉아도 ‘혹시 내가 촬영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가상의 장면이지만 그리 먼 미래는 아니다. 스마트글라서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개인 정보를 스스로 보고 듣고 수집하는 기술이 빠르게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삶의 편의성을 높여주겠지만 이용자는 자신의 ‘대리인’이 어떤 개인정보를 어디서 가져와 결합하고 활용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워질 수 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대부분 기능이 디지털화하면서 처리되는 개인정보의 양 자체가 늘고, 이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위·수탁 관계도 늘었다”며 “한국의 전체 IT 투자에서 정보보호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6%로 미국(13%)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개인정보 사고가 증가하는 불가피한 배경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맞는 기업의 정보보호 투자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송 위원장은 “사고를 100% 예방할 순 없지만 보안 체계를 갖추고 그 안에 겹겹이 차단 벽을 만들어 두면 사고가 발생해도 피해 규모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AI 시대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정보보호 원칙을 새로 만들어가되 무조건 규제부터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이 AI의 편익을 제대로 누리고 국가가 혁신 성장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당장 규제를 만들어 적용하기보다는 지켜야 할 것을 우선 ‘연성 규범’ 형태로 제시하고, 시장의 피드백과 기술 변화를 반영한 뒤 필요한 경우 입법까지 가겠다”고 했다.

개보위가 이런 접근을 시험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스마트글라스다. 송 위원장은 삼성전자, 메타 등 스마트글라스 업체들과 제품 출시 전부터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개인정보 관점에서 스마트글라스가 스마트폰과 가장 다른 점은 상대방이 촬영 중임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이 점을 제조사에 강조하고 있다”며 “사후 제재보다는 출시 전에 개인정보 보호 원칙과 방안을 제품에 반영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곧 다가올 ‘AI 에이전트’ 시대의 정보보호 규제 어려움도 설명했다. 지금은 이용자가 특정 정보 수집에 동의하고, 기업이 해당 정보를 처리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출장을 준비해 달라’는 목표만 받아도 업무 이메일을 스스로 뒤지고 호텔 예약을 위해 과거 결제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최소 수집의 원칙’이 깨지고 AI 에이전트가 개인의 특징을 과도하게 추론할 수 있는 ‘프로파일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송 위원장의 우려다. 송 위원장은 이어 “AI 모델이 학습한 개인정보는 수도 없이 쪼개지고 분산돼 있어 어디까지를 개인정보로 볼 것인지, 삭제 요구가 있다면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언러닝)할지가 국제적인 이슈”라며 “이 같은 AI 환경에서 개인정보 원칙을 정립해 나가는 게 개보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지적된 조사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선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나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고 했다. 작년 한 해 동안 447건이던 개인정보 유출 신고 건수가 올 상반기에만 432건 접수되는 등 개보위 업무가 크게 늘었지만 개보위 전체 조사인력은 39명에 그친다. 정원인 51명도 못 채운 상태로, 2024년 37명, 작년 38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고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한신/이영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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