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AI가 사람 대신 정보를 찾는 시대가 왔다. 이용자는 포털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하나씩 확인하는 대신 챗GPT,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에 질문하고 곧바로 답을 얻는다. AI는 여러 출처의 정보를 종합해 답변을 구성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것뿐 아니라 AI 답변 안에 자사 브랜드가 포함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플립비는 이런 변화에 맞춰 ‘생성형 AI 검색 최적화(GEO)’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GEO는 사람이 보는 검색 결과의 상위 노출을 겨냥한 기존 검색 엔진 최적화(SEO)와 달리 AI가 어떤 정보를 근거로 답변을 만들고 어떤 브랜드를 선택지에 넣는지 분석하는 영역이다. IT조선은 손은경 플립비 대표를 만나 AI 검색 시대에 브랜드가 GEO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손은경 플립비 대표가 IT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좋은 브랜드도 발견되지 않으면 사라져
손은경 대표가 GEO에 주목한 이유는 AI 검색 시대가 브랜드의 발견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검색 결과와 광고,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직접 비교해 브랜드를 골랐다. 검색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광고 시장이 성장한 배경이다. 눈에 띄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브랜드를 알리려면 AI의 눈에 띄어야 한다. AI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 구조를 갖춰야 AI가 사람 대신 검색을 수행할 때 그 브랜드를 언급할 수 있어서다.
손은경 대표가 플립비를 창업한 것도 과거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손 대표는 40대 이상 여성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알리는 과정에서 광고·마케팅 비용이 제품을 개발하는 것 이상으로 들 수 있다고 느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브랜드의 충성 고객을 만들기는커녕 판매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손 대표는 생성형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중소 브랜드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봤다. 브랜드의 각종 정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고 AI 답변에 반영되도록 만들어두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막대한 광고·마케팅비 없이도 소비자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플립비가 생성형 AI 검색 최적화(GEO) 플랫폼 ‘브랜드비즈’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손 대표는 “발견되지 못하면 아무리 좋아도 가치가 인정받기 어렵다”며 “AI 답변 구조를 잘 파악하면 많은 광고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작은 브랜드가 자신을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AI 답변을 보고 무엇을 고칠지 제안
브랜드비즈는 브랜드가 생성형 AI 답변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측정하는 플랫폼이다. 브랜드가 생성형 AI 답변에 얼마나 언급되는지, 어떤 콘텐츠가 인용되는지, 답변 기조가 우호적인지, 어떤 토픽에서 경쟁 브랜드보다 약한지 등을 분석한다. 손 대표는 같은 질문을 해도 AI 답변이 매번 달라지는 만큼 일정 기간 데이터를 쌓아야 브랜드 가시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가시성은 AI 답변에서 특정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맥락으로 언급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역할은 기존 광고 시장에서 광고 대행사가 주로 맡아온 영역이다. 광고주는 광고를 집행한 뒤 성과 분석과 개선안을 대행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실험을 했고 왜 성과가 달라졌는지에 관한 역량은 광고주 내부보다 대행사에 누적되기 쉬웠다.
손 대표는 GEO도 같은 방식으로 외부 대행사에만 맡겨지면 브랜드가 AI 답변에서 왜 언급되지 않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다. 브랜드가 직접 GEO를 이해하지 않은 채 외주에 의존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립비는 GEO 성과를 브랜드 내부에 데이터와 의사결정 기준으로 쌓아야 한다고 봤다.
브랜드비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 지식그래프’를 핵심 개념으로 삼는다. 브랜드 지식그래프는 회사, 제품, 창업자, 브랜드 철학, 브랜드 콘텐츠 등을 연결해 AI가 참조할 수 있도록 정리한 ‘기준 데이터’다. 기준 데이터가 있어야 AI가 잘못된 답변을 생성했을 때 무엇이 잘못됐는지 판단하고 수정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 같은 ‘공식자료’가 이런 기준 데이터가 된다.
플립비는 브랜드비즈를 단순 성과 측정 도구 이상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계획하고 있다. AI 답변에서 브랜드 언급량과 인용 콘텐츠, 답변 기조 등을 측정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개선 방향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식으로 브랜드비즈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가치 있는 것이 가치 있게 발견되도록”
손 대표는 브랜드비즈가 개선 방향 제안까지 자동화된 이후에는 중소 브랜드와 소상공인에게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와 대기업은 이미 온라인에 많은 데이터와 콘텐츠가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작은 브랜드는 대형 브랜드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AI가 참조할 만한 정보가 적을 수 있다. 이런 작은 브랜드도 AI 답변에서 발견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손은경 대표는 미국 생리용품 브랜드 ‘비브(Viv)’를 사례로 들었다. 비브는 2024년 8월 10여개 주요 탐폰 제품에서 일부 독성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직후 9달러짜리 제품 구매 대기자가 3000명 이상 생길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케이티 디아스티 비브 창업자는 뉴욕포스트에 이 같은 관심은 AI 검색에서 비브가 안전한 탐폰을 찾는 이용자에게 꾸준히 1순위 제품으로 추천된 결과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비브 창업자가 자사 제품의 안전성과 성분을 설명한 글을 블로그에 꾸준히 쌓아온 것이 생성형 AI 답변에 반영되면서 이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손 대표는 “브랜드비즈가 중소 브랜드와 소상공인이 AI로부터 잘 발견되도록 돕는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며 “가치 있는 것이 가치 있게 발견되도록 하는 것이 플립비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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