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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BC뉴스 포커스] AI발 주식광풍, 1929 뉴욕증시 대폭락 데자뷔?

엔비디아와 테크 기업 주가가 치솟고, 사람들은 "AI가 세상의 질서를 바꿀 것"이라 믿으며 시장으로 몰려든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를 멈춰 세운다. 과연 우리는 1929년과 얼마나 다른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ABC뉴스 포커스] AI발 주식광풍, 1929 뉴욕증시 대폭락 데자뷔?

ABC뉴스=강현 기자 / 1929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광풍은 낡은 흑백사진 속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빚을 내 주식을 사고,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으며 “이번에는 다르다”고 외치던 군중의 얼굴은 오늘날 AI와 암호화폐 열풍에 취한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

그래서  최근 번역 출간된『1929』는 단순한 경제사 책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향해 날아온 섬뜩한 경고장처럼 읽힌다.

저자인 앤드루 로스 소킨은 금융 저널리즘의 최전선에 서 있는 《뉴욕 타임스》의 대표 기자답게, 숫자와 차트 뒤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과 집단 광기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가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대마불사』 이후 16년 만에 내놓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929년 대폭락의 현장을 시간 단위로 복원해낸 압도적인 르포다.

하지만 이 책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과거를 이야기하면서도 끊임없이 현재를 비춘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위험한 문장

책을 읽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

1920년대 미국인들은 라디오가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믿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소비혁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대였다. 기술은 끝없이 진보할 것 같았고, 시장은 영원히 상승할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빚을 내 주식을 샀다. 주가 100달러짜리를 자기 돈 10달러만으로 사들였다. 나머지는 레버리지였다.

지금의 AI 열풍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엔비디아와 테크 기업 주가가 치솟고, 사람들은 “AI가 세상의 질서를 바꿀 것”이라 믿으며 시장으로 몰려든다.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를 멈춰 세운다. 과연 우리는 1929년과 얼마나 다른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경제학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다는 점이다.

소킨은 시장 붕괴를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군상의 드라마로 그려낸다. 월스트리트의 거물들과 은행가, 정치인, 투기꾼들이 욕망과 공포 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속이고 무너뜨리는지를 소설처럼 생생하게 재현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당시 금융 엘리트들의 위선이다. 시장 건전성을 외치던 금융인들이 뒤로는 고객 돈으로 투기를 벌이고, 정치권과 결탁하며, 위험 신호를 알면서도 침묵한다. 대중은 “시장은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더 깊숙이 뛰어든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검은 목요일’이 찾아온다. 책은 그 붕괴의 순간을 거의 재난 영화처럼 묘사한다. 거래소는 아수라장이 되고, 신뢰는 순식간에 증발한다. 번영은 단 며칠 만에 공포로 뒤바뀐다.

AI와 암호화폐 시대의 반면교사

이 책이 지금 한국 독자들에게 유독 강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장면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 암호화폐 광풍, AI 관련주 폭등, 빚투 열풍…. 시장은 늘 “새로운 시대”를 말했고, 사람들은 늘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믿었다.

소킨은 기술 혁신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라디오가 실제로 세상을 바꿨듯 AI 역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새로운 기술은 늘 탐욕과 결합하고, 탐욕은 언제나 시스템의 균열을 만든다. 책은 묻는다. 우리는 기술에 투자하는 것인가, 아니면 환상에 중독된 것인가.

『1929』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신뢰는 서서히 쌓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대공황은 단순히 주가 하락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시스템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됐다. 은행을, 정부를, 시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소킨은 금융위기의 본질이 결국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 이야기인 동시에 정치와 권력, 인간 심리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시스템이 왜 무너지는지, 엘리트들은 왜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하는지, 군중은 왜 광기에 쉽게 휩쓸리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결국 돈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히 “투자를 조심해야겠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오히려 인간은 왜 반복해서 거품을 만들고, 왜 탐욕 앞에서 이성을 잃는가라는 질문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1929』는 경제경영서라기보다 거대한 문명 비평서처럼 읽힌다.

특히 앤드루 로스 소킨 특유의 치밀한 취재력과 서사 구성은 압도적이다. 실제 역사적 자료와 회의록, 신문 기사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당시 월스트리트의 공기는 마치 현장을 생중계로 보는 듯 생생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1929년의 사람들을 비웃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로 오늘의 우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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