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충남도와 KAIST, 홍성군이 내포신도시에 KAIST 부설 과학영재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당시 충남도는 841억원을 투입해 2028년 개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제공
841억원을 들여 2028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해온 KAIST 부설 과학영재학교 내포캠퍼스 신설 계획이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사실상 추진이 어려워졌다.
정부가 영재학교 확충 방침을 신설에서 기존 고교 전환으로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국비 5억원을 들여 학교 신설 타당성조사와 공청회까지 진행하며 지역사회의 기대를 키웠지만 최종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은 채 사업 방식이 바뀌어 정책의 연속성과 정부의 설명 책임을 둘러싼 비판도 나오고 있다.
21일 충남도와 충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충남과 강원·경남·경북·울산·전북·제주 등 영재학교가 없는 7개 지역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원 부설 과학영재학교 지정·전환 공모’를 시작했다.
기존 고교 3곳 안팎을 과기원 부설 영재학교로 바꾸는 방식이다.
정부의 새 방침은 충남도가 2024년부터 추진해온 내포 신설 계획과는 사업 방식부터 입지와 개교 일정까지 크게 다르다.
당시 충남도는 KAIST·홍성군과 협약을 맺고 841억원을 투입해 내포신도시에 학생 240명 규모의 영재학교를 신축, 2028년 개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도 국비 5억원을 투입해 충남 등을 대상으로 학교 신설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공청회까지 열었다.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충남은 정책·경제·과학기술 분야 모두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와 개교 시점이 제시된 데 이어 정부 차원의 타당성 검토까지 진행되면서 지역에서는 내포 영재학교 설립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최종 용역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충남도는 과기정통부에 결과 공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부가 영재학교 확충 방식을 새 학교 설립에서 기존 과학고나 일반고를 과기원 부설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내포 신설 계획도 추진 동력을 잃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내포 신축은 실질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홍성에 영재학교를 신설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남교육청도 정책 방향이 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신설이 아닌 과학고나 일반고를 전환하는 형태로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며 “교육청에서도 기존처럼 신설할 수 없겠느냐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현재는 바뀐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지 충남도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충남이 이번 공모에 실제 참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상 학교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청은 과학고와 일반고를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놓고 효과와 실현 가능성, 필요한 예산 등을 따져보고 있다.
어느 방식을 택하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는 남는다.
충남과학고를 과기원 부설 영재학교로 전환하면 충남의 기존 과학고가 없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지역 과학인재 교육을 위한 새로운 과학고 설립 필요성이 생길 수 있지만, 새 과학고 설립은 이번 공모와 별개로 교육부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일반고를 전환할 경우에는 현재 학생과 교직원, 앞으로 해당 학교에 진학할 학생을 비롯해 지역 교육여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충남은 2028년 내포 개교를 목표로 수년간 준비해온 신설 계획 대신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공모 방식에 참여할지를 다시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공모에 참여하더라도 충남을 포함한 7개 지역 가운데 3곳 안팎을 선정하는 경쟁을 다시 거쳐야 한다.
지역에서는 정부가 국비 5억원을 들여 타당성조사와 공청회까지 진행하며 설립 기대를 키워놓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사업 방향을 바꾼 데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상근 충남도의원은 내포 영재학교가 단순한 교육시설을 넘어 우수한 교육환경을 바탕으로 인구 유입을 이끌고, 향후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도 내포신도시의 정주 경쟁력을 높일 핵심 기반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런 교육시설들이 하나씩 들어서야 내포신도시가 완성될 수 있다”며 “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사업의 정책 방향을 갑자기 바꾸면서 도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것은 국가기관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정 기자 yeongjeong08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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