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크게 지고 있어, 그 조건 못받아”
아라그치 “중재자들 통한 입장 기다린다” 이후
협상단 소식통, 매체 통해 美 선이행 재차 요구
“MoU보다 발전된 조건 고려사항 분명 전했다”
“경제봉쇄·긴장고조 결과 이란만 치르지 않아”
자산동결·해상봉쇄 해제 등 자금줄 관건인 듯
아라그치 美 체류 30일까지 기싸움 계속 전망
군부는 적대발언, 무인잠수정 나포 주장 계속
이란 측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 조건부 재개방 구상을 담은 ‘7일 계획’을 전달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 거절한 데 대해 ‘상호적·단계적 조치 이행’ 요구를 거듭했다. 경제 봉쇄를 풀지 않으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준관영 파르스 통신은 27일(현지시간) 오후 ‘이란 협상 대표단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조건이 미 측에 전달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과도한 요구와 압력에 맞서 확고히 버틸 것이며, 압력이나 위협 아래에서 국가적 권리와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 측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이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하기에 앞서 ‘7일 계획’을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 24일(미 동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7일째 되는 날 호르무즈 해협을 열고 협상을 재개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중재자들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EPA 연합뉴스
전쟁 종식 양해각서(MoU) 협상 복귀를 위한 것으로 이란이 내건 조건은 ▲레바논(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포함 모든 전선 적대행위 중단 ▲이란 동결자산 120억달러(약 16조원) 일부 해제 ▲이란 항만 해상봉쇄 해제·석유 제재 철회를 미국이 먼저 이행 조치하면 6일째에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7일째에 상호 합의된 주제로 최종 협상에 들어가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을 비공개적으로 거부했고, 참모들에게 ‘11월 중간선거 이후 이란 폭격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5일 미 CBS 인터뷰에서 이란 핵사찰 관련 “그들(IAEA)이 와서 사찰하기를 원한다면, ‘협상 과정’에서 그 특정 사안에 합의와 동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7일 계획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또 “그들(이란)은 크게 지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타결하고 해협을 개방하고 싶어 한다”고 거듭 과시하면서 “그들은 거래를 하고 싶어 하지만, (이란 측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AP·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반응을 확인했다”면서도 “아직 ‘중재자들’로부터 우리에게 전달된 내용은 없다”며 “‘중재자들’을 통해 확실한 입장이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 뒤로 경고성 입장이 나온 셈이다. 이란 협상단은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을 대표로 아라그치 장관이 핵심 실무를 맏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이 뉴욕에 머무는 30일까지 기싸움은 계속될 수 있다.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소식통은 “이란은 이슬라마바드 MoU의 조항들보다 더 발전된 내용의 조건과 고려사항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며 “이란의 최근 제안엔 상호적이고 단계적인 조치들의 묶음이 포함돼 있으며, 이란은 자신의 입장과 고려사항을 다른 당사자들에게 분명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접근 방식과 이해관계가 미국 정책에 압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미 행정부가 전쟁 결과 수반된 비용 등으로 심각한 국내 도전에 직면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제적 압박 부과, 제재나 봉쇄 시도를 포함해 이란 상대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이란에만 결과를 초래하는 건 아니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최고지도자 친위 군사조직) 해군이 27일(현지시간)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나포했다고 주장한 미군의 무인잠수정. 이 장비는 수심 약 600m까지 운용 가능한 지능형 첨단 무인 잠수정 ‘레무스(Remus) 600’ 모델로 파악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세파뉴스’ 텔레그램 채널 제공·연합뉴스]
한편 이란 IRGC가 실세 격인 군부는 대미(對美) 적대발언을 이어갔다.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대변인(준장)은 이날 어떠한 잠재적 공격도 ‘새로운 군사기술’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은 더 발전했고 더 강력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적을 위해 준비해 둔 놀랄 거리가 있다. 우리는 적의 어떤 잠재적 공격에도 새로운 군사기술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IRGC 해군도 이날 성명을 내 “호르무즈 해협에서 첩보 활동을 수행하던 미군 테러리스트 군대의 첨단 무인잠수정을 포획했다”며 “전리품으로 확보한 이 장비는 그 안에 담긴 정보를 복구하기 위해 부대의 전문가들에게 넘겨져 있다”고 과시했다. 나포된 장비는 수심 약 600m까지 운용 가능한 지능형 첨단 무인 잠수정 ‘레무스(Remus) 600’ 모델로 파악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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