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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70세의 내가 20대의 나를 만난다면?…뮤지컬 ‘렛미플라이’가 그리는 시간 너머의 공감 [SS인터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미래 노인의 모습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실제로는 아버지와 아들, 혹은 삼촌과 조카뻘인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는 같은 인물의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뮤지컬 ‘렛미플라이’가 특별한 이유다.

1969년의 청춘-2020년의 노인…거울 속에서 만난 ‘또 다른 나’

아빠-아들의 한 인물 연기…무대 안팎서 빛난 세대 초월 팀워크

외면보다 중요한 시간·감정…내년 1월3일까지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미래 노인의 모습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실제로는 아버지와 아들, 혹은 삼촌과 조카뻘인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는 같은 인물의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뮤지컬 ‘렛미플라이’가 특별한 이유다.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과거와 미래의 자신이 마주하는 순간, 배우들은 단순히 젊음과 노년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함께 완성한다.

‘렛미플라이’는 아폴로 11호가 달을 향해 발사된 1969년의 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청년 남원(윤소호·안지환·윤재호)’이 갑작스러운 시간 여행을 통해 2020년에서 눈을 뜨며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 속 사랑하는 이를 떠올린다. 사랑하는 ‘정분(나하나·홍지희·이수빈·박슬기)’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던 남원은 낯선 시대에서 노인이 된 자신과 ‘선희(배해선·윤공주·김지현)’를 마주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꿈과 사랑, 기억과 선택,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되짚는다.

작품의 독특한 지점은 한 인물의 청춘과 노년이 서로 다른 배우를 통해 동시의 무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청년 남원’과 ‘노인 남원(안재욱·이희준·오의식·이형훈)’은 외형적으로는 세대가 다르다. 하지만 결국 같은 사람의 인생을 공유한다.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은 과거와 미래의 만남이자, 지금의 내가 언젠가 마주하게 될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실제 배우들의 나이 차이 역시 극 중 설정 못지않게 흥미롭다. 현실에서는 부모와 자녀 또는 삼촌과 조카에 가까운 나이 차이가 있다. 하지만 무대에서는 한 인물의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단순히 노인과 청년의 외형을 대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살아온 세월과 그 안에 쌓인 감정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작품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오의식과 윤재호, 이슬기는 13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렛미플라이’ 프레스콜에서 작품 속 ‘또 다른 나’를 만난 감정과 배우들 사이의 호흡에 관해 이야기했다. 무대 위에서 서로의 거울이 되는 배우들의 진심부터 연습실에서 피어난 선후배 간의 배려까지, 작품의 매력을 한층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 윤재호, ‘노인 남원’ 선배들 보고 뭉클…“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청년 남원’ 역 윤재호는 연습실에서 ‘노인 남원’ 역 배우들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극 중 거울을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와 청년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은 작품의 핵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감정은 무대 위 연기에서만 시작된 것이 아니다.

노년을 연기하는 선배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작품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청년 남원이 미래의 자신을 마주하듯, 윤재호 역시 무대 밖에서 선배들의 모습을 통해 언젠가 자신이 도달할 시간을 떠올린 셈이다.

윤재호는 “‘너는 누구야’라고 거울 속 할아버지와 청년이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연습실에서 ‘노인 남원’ 역을 맡은 네 분의 선배님을 뵀을 때 뭉클하더라”라고 운을 띄웠다.

그에게 선배 배우들의 모습은 단순히 분장과 연기로 완성된 노인의 모습이 아니다. 세대 차이는 처음에는 분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함께 연습하고 같은 장면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그 경계는 조금씩 흐려진다. 윤재호가 느낀 뭉클함은 ‘렛미플라이’가 보여주는 시간 여행이 단순한 극적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윤재호는 “거울 속에 정말 할아버지들이 계시는데, 살아온 세월이 느껴졌다”며 “늙었다는 생각보다 나도 저렇게 멋있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 이슬기, 나이 차보다 중요한 건 살아온 시간…서로의 대사가 맞물리는 순간

‘정분’ 역 이슬기는 ‘렛미플라이’의 매력을 단순한 세대 간 만남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인물들은 각자의 나이대에 놓여 있지만, 모두 꿈을 꾸고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이슬기는 “특별한 점 중 하나가 각자 어느 나이대에 있기는 하지만, 모두 어떤 것을 꿈꾸고 어떤 시절을 회상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실제 나이와 외형은 인물을 구분하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관객이 작품에 몰입할수록 중요한 건 그 인물이 살아온 시간과 감정이다. ‘청년 남원’의 모습에서 노인 남원의 흔적을 발견하고, ‘노인 남원’의 말과 표정에서 젊은 시절의 꿈을 읽어 내는 과정이 작품의 감동을 완성한다.

특히 그는 청년과 노인의 대사가 서로 맞물리는 순간에 주목했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배우와 젊은 배우가 번갈아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물의 과거와 미래가 무대 위에서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다.

이슬기는 “서로의 대사를 읊는 순간들이 있다. 나이 차이보다 선배님들이 과거로 돌아오는 순간이 보이고, 젊은 역할들에서는 오히려 나이가 느껴지는 순간도 존재한다”라며 “외면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흐름을 따라오다 보면 맞춰지는 꼭짓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 오의식, “내가 너, 네가 나”…퇴장한 뒤에도 이어지는 호흡

‘렛미플라이’의 개발 단계인 트라이아웃부터 함께해 온 오의식은 작품의 핵심이 배우들 사이의 지속적인 호흡에 있다고 짚었다. 각자의 장면을 완성하는 것만큼이나 다른 배우가 무대에 있을 때 집중하고,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순간에도 상대의 감정과 리듬을 이어받는 일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오의식은 “자기 장면이 아닐 때도 집중해서 봐야 하는 것이 연습의 포인트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인 작품”이라며 “퇴장 후에도 ‘청년 남원’과 ‘노인 남원’이 나오기 때문에 연기하지 않는 순간에도 계속 호흡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인물의 서로 다른 시간을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만큼, 두 배우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한쪽의 표정과 대사가 다른 쪽의 기억과 감정으로 연결되어야 관객도 두 인물을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무대 위에 함께 서 있는 순간뿐 아니라 서로의 장면을 지켜보는 시간까지 연기의 일부가 되는 이유다.

오의식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선배 배우들이 보여준 태도와 배려도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그는 “선배들이 제일 열심히 연습했고, 후배들을 배려해 팀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안재욱이 연습실에 냉장고를 직접 마련해 주고, 선배 배우들이 후배들을 위해 음료수가 떨어지지 않도록 채워 놓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선배 배우들이 후배들을 배려하는 한편, 연습 과정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했다고 회상했다. 오의식은 “젊은 배우들보다 진도가 느릴 수 있어 가장 먼저 연습실에 도착해 2배로 열심히 연습했다”라고 말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연습실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무대 위에서 서로의 시간을 이어 주는 배우들은 무대 밖에서도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동료다. 서로의 장면을 세심하게 살피고, 연습실에서 필요한 것을 챙기며 쌓은 신뢰가 공연의 호흡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세대를 초월한 감정의 연결과 무대 안팎에서 쌓아 올린 배우들의 팀워크가 돋보이는 ‘렛미플라이’는 내년 1월 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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