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pixabay
70대 독거 노인에게 총 3000만 원에 달하는 가전제품과 상조 서비스를 가입시킨 삼성전자 대리점 영업 직원들이 준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 지난 5월22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노인의 자녀인 제보자는 SBS와 MBC에 같은 내용을 제보했고 영상 인터뷰까지 촬영했으나 보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한 삼성스토어 대리점 직원은 2023년 4~5월 독거노인인 양아무개씨(79)에게 가전제품 11개와 상조상품 2개 등 총 3000만 원어치 상품을 판매했다. 대리점 직원을 고소한 양씨의 아들 조아무개(52)씨 설명에 따르면, 최신형 스마트TV와 홈시어터, 2단 워시타워(세탁·건조기 세트), 10인용 대용량 밥솥, 와인셀러(미니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 등을 구입했다. 구매 당시 영업 직원들이 양씨를 직접 업어서 매장에 데려갈 정도로 양씨의 신체 능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고 한다.
양씨는 해당 제품 구매 후 몇 달 후인 2023년 11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의 아파트 현관 앞에 휴지와 라면봉지, 컵라면, 휴지 뭉치 등 오물을 투기해 앞집으로부터 악취 민원 접수를 여러 차례 받은 기록이 있다. 당시 양씨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정황이다.
▲5월22일자 한겨레 보도.
양씨가 물건을 구매할 당시 외국에 거주 중이던 아들 조씨는 귀국한 뒤 2024년 12월 어머니 양씨의 전자제품 구매 사실을 인지했다. 양씨는 조씨 귀국 뒤 함께 찾은 병원에서 치매 진단과 함께 장기요양등급 3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조씨는 삼성스토어 항의 방문, 본사 문의, 변호사 선임 등을 진행했다.
이후 조씨 측 변호인은 지난 2월 이 사실을 SBS 기자에게 제보했다. 해당 사건을 제보받은 SBS 소속 A 기자는 지난 3월3일 조씨를 만나 1시간30분 가량 영상인터뷰를 진행한 후, 3월 초 보도하려고 했으나 데스크로부터 보완 취재 지시를 받았다. 이후 조씨 측 변호인은 지난 3월13일 강서경찰서에 해당 사건을 두고 준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A 기자는 형사 사건이 됐다며 재차 발제했으나, 데스크는 ‘수사 착수단계인 상황’을 강조하며 기사를 내지 못하게 했다. 대리점 측은 물건 구매 당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담을 했다는 반박 입장을 냈다.
A 기자의 상사인 SBS 소속 B 기자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오늘에 “해당 제보는 수사 초기 단계로, 사실관계 다툼이 있다고 판단해 보도하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 이 판단 과정에 다른 외부적 요인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후 사건 제보는 MBC로 넘어갔다. MBC 소속 C 기자는 조씨의 설명으로 SBS에서 기사가 나오지 않은 사실, SBS 취재 당시 삼성스토어 측 반론 등을 모두 인지한 상황이었다. 이후 C 기자는 지난 3월27일 촬영기자 등을 동반해 2시간가량 양씨와 조씨 인터뷰를 녹화해 갔다.
그러나 지난 4월 C 기자는 내부 논의 결과 △2023년 4~5월 가전제품 등을 구매할 당시 양씨와 대리점 직원 외에 제3자가 없는 상황에서 양씨의 상태가 어땠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전문가 취재 결과 물건 구매 뒤 1년 반 뒤에 3급 정도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가능성 등이 있기에 수사 상황을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있어 기사를 내지 않게 됐다고 조씨에게 설명했다.
이에 조씨는 지난 3월 인터뷰 녹화 당시 C 기자가 보도를 약속했는데 입장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C 기자는 전문가 등을 취재한 뒤 여러차례 내부 논의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재차 설명했다.
해당 사건을 취재한 MBC C 기자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오늘에 “제보자는 삼성전자의 개입이 없었는지, 데스크 압박 가능성을 취재기자인 제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발제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발제문을 어떻게 쓴 건지 등을 물으셔 전화로 약 한 시간가량 답해드린 바 있다”라며 “최종적으로 보도하지 않기로 한 것은 직접 취재를 한 제 판단을 중심으로 팀 내부에서 여러 선배와 고민을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도 명확히 말씀드렸다. 인터뷰를 진행한 뒤 추가 취재 결과에 따라 보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사건을 제보한 조씨는 2일 미디어오늘에 “SBS에서 두 차례 킬되며 경찰 수사 상황을 보겠다고 결론 난 걸 MBC는 다 아는 상태였다”며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기존에 보도된) 다른 강매 사건들 같은 경우 치매가 아닌 경우에도 보도한다. 대기업이라면 (노인을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할 때) 사전에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삼성 측에 처음부터 이야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이어 “MBC는 삼성 반론 내용까지도 미리 알았다. 근데 삼성으로부터 동일한 답을 들었기 때문에 보도를 못 한다? 그럼 취재를 사전에 더 검토하고 취재를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모든 게 경찰서나 법률 판단, 대법원 판단이 나와야 기사화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2일 <인지능력 떨어진 70대 업어 와 3천만원어치 판 삼성전자 대리점> 기사에서 “인지 능력이 약해지는 노인 인구가 늘며 금융상품뿐 아니라 일반 제품 판매에서도 적잖은 ‘불완전 판매’ 분쟁이 예상되지만, 제대로 된 보호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가 된 삼성전자 대리점도 고령층 판매 등에 대한 특별한 매뉴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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